
- 오! 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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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세교
출연 나문희, 이희준
개봉 2020.09.02.
<오! 문희>의 제목이 말해주는 것.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나문희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주인공의 이름 오문희 역시 제목처럼 주연 배우에서 나왔다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 포스터를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나문희보다 앞에 있는 이희준 때문이다. <오! 문희>에는 나문희를 위한 완벽한 조연으로 이희준이 등장한다. 그는 딸의 뺑소니 사고를 목격한 기억이 깜빡깜빡하는 엄니 문희(나문희)와 직접 뺑소니범을 찾아 나선 두원을 연기했다. ‘완벽한 조연’이라는 말의 쓰임이 올바른지 확신이 없다. 주연과 조연을 나눌 필요 있을까. 뭐가 됐든 ‘완벽하다’는 수식어는 바꿀 마음이 없다. 그만큼 이희준의 연기는 뛰어나다. 그의 인상적인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 4편과 드라마 1편을 골라봤다.

- 남산의 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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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개봉 2020.01.22.
남산의 부장들(2019)
1979년 10월 26일의 사건을 다룬 <남산의 부장들>에서 이희준은 경호실장 곽상천을 연기했다. 평소보다 몸집을 키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머리칼을 뒤로 넘겨 올린 곽상천은 다혈질의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 관객들은 이희준이 연기한 캐릭터가 다소 과장된 모습이라고 했다. 같이 출연한 배우들의 면모를 보면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등 쟁쟁한 배우 사이에서 이희준은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특히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연기한 이병헌과 부딪치는 장면이 많았다. 두 배우의 카리스마 대결의 승자는 누굴까. 당연히 이병헌 아니냐고? 질문을 바꿔보자. 이병헌의 카리스마를 더 빛내준 배우가 누군가.

- 병훈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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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희준
출연 이희준
개봉 미개봉
병훈의 하루(2018)
<병훈의 하루>는 17분 짜리단편영화다. 2018년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서 처음 소개됐다. 단편영화를 굳이 이희준의 대표작으로 소개하는 것은 이 영화가 그의 주연 및 각본, 연출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병훈의 하루>는 오염 강박, 공황 장애 증세를 앓고 있는 병훈(이희준)의 일상을 담은 영화다. 남들에겐 아무렇지 않은 하루가 병훈에겐 숙제와 같다. 그 힘든 하루의 끝에 그를 위한 진짜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이희준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병훈의 하루>를 만들었다.

-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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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준환
출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개봉 2017.12.27.
1987(2017)
<1987>은 오묘한 영화다. 다른 공간에 있던 각각의 인물들이 하나의 시간대, 1987년 6월로 이어진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모자이크 같다고 표현했다. 이런 관점에 동의한다면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다음에 이희준의 이름이 등장해야 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주인공이다. 이희준이 연기한 윤상삼 기자는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22살 대학생의 진실을 대중에게 전하는 <1987>의 많은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다. 이희준은 공안부장(하정우)에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돼”라고 일갈하고 경찰에게는 “왜 취재를 못하게 해!”라고 버럭하는 정의로운 기자를 탁월하게 연기했다.

- 유나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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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임태우
출연 이희준, 김옥빈, 신소율, 이문식
개봉 2014.05.19.
유나의 거리(2014)
이희준의 연기를 논하려면 JTBC 드라마 <유나의 거리>를 꼭 봐야 한다. 이희준은 “드라마에서 맡았던 캐릭터가 자신의 앞가림도 못하는데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 그런 갈등을 늘 했다. 이런 캐릭터를 맡으면 삶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87>에 출연했을 당시 ‘씨네21’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서울뚝배기> <서울의 달> <파랑새는 있다>를 쓴 김운경 작가의 50부작 드라마 <유나의 거리>에서 이희준이 연기한 순박한 청년 창만은 배우 이희준의 인생과 겹쳐 보인다. 창만이 희준이고 희준이 창만이다.

- 환상속의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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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강진아
출연 이희준, 이영진, 한예리
개봉 2013.05.16.
환상 속의 그대(2013)
한예리가 출연한 <최악의 하루>에서 이희준이 등장했던 장면을 기억하는 관객이 있다면 <환상 속의 그대>를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최악의 하루>에서 은희(한예리)의 헤어진 애인으로 특별출연했던 이희준은 <환상 속의 그대>에서도 한예리가 연기한 성차경(한예리)의 애인 김혁근으로 나온다. 전혀 다른 영화이긴 하지만 <환상 속의 그대>와 <최악의 하루>를 이어서 본다면 묘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이희준은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워하고 때로는 집착하는 모습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어딘가 억울해 보이기도 하는 그 표정은 영화를 보고 나면 쉽게 잊을 수 없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