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2006)의 채현
정지우만큼이나 미세한 감정을 포착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김태용 감독 역시 정유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고두심, 문소리, 공효진, 김혜옥 등 쟁쟁한 배우들 가운데서 정유미는 막내 경석(봉태규)의 여자친구 채현을 연기했다. 세상 어떤 사람과도 잘 지낼 것 같은 친화력 덕분에 경석과 사귀게 되지만, 바로 그 넓디넓은 친절함으로 인해 갈등이 피어난다. 애인의 걱정도 헤아려지긴 하지만, 제 삶의 방식을 덜어내고 싶지 않은 사랑스러운 캐릭터. "헤픈 거 나쁜 거야?"라고 묻는 채현의 분방한 태도는 영화가 제시하는 가족의 대안적인 형태를 가능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