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에덴
감독 피에트로 마르첼로
출연 루카 마리넬리, 제시카 크레시, 데니스 사르디스코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작가의 인생
★★★☆
잭 런던의 반자전적 소설 <마틴 에덴>을 미국에서 이탈리아로 무대를 옮겨 각색한 작품이다. 프롤레타리아 청년이 작가가 되고 서서히 파멸해가는 과정은 어찌 보면 단순한 이야기지만,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이 만들어낸 생생한 영화적 공기는 대단하다.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거부하며 자유주의자로 살아가는 마틴 에덴의 삶을 연기한 루카 마리넬리의 연기 역시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이탈리아 장인의 그것처럼
★★★★☆
1909년 미국에서 탄생한 소설을 20세기 이탈리아로 옮겨 스크린에 투사한 영화가 어쩜 21세기에 이토록 절절하고 날카롭게 다가오는가. 열망으로 끓어오르던 전반부 마틴 에덴(루카 마리넬리)의 눈빛과 격동의 시대를 통과하며 깎이고 깎여 공허함에 물든 후반부 마틴 에덴의 눈빛은 어찌 같은 배우의 것이란 말인가. 극 중간중간 끼어드는 기록 영상들은 미학적으로도 아름답지만, 인물의 심리와 조응하며 정서적-영화적 황홀경을 선사한다클래식하고 격정적인 동시에 매혹적이다.

정유미 <더 스크린에디터
영화사에 기억될 이름 
★★★
신분을 뛰어넘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출발해 이야기든, 표현이든 예상을 훌쩍 초월해 버린다. 미국 작가 잭 런던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하지만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으며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넘나드는 연출을 선보인다. 특히 아카이브 푸티지의 활용은 사실적 기법을 넘어서 마술적 리얼리즘을 구현하며 드물고 귀한 시네마적 체험을 선사한다. 주연을 맡은 루카 마리넬리는 노동 계급 남성이 사랑을 통해 각성하고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온몸으로  설득한다. 보는 이의 가슴까지 뜨거워지게 만드는 연기다. 영화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영화의 미래를 길어올리는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경이로운 연출이 쉽게 잊히지 않을 여운을 남긴다.

마틴 에덴

감독 피에트로 마르첼로

출연 루카 마리넬리, 제시카 크레시, 데니스 사르디스코

개봉 20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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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의 양지
감독 신수원
출연 김호정, 윤찬영, 정하담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반성하는 주체가 된다는 것
★★★
돈의 질서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착취는 점차 교묘해지고, 인간성은 희미해진다. 신수원 감독은 여전히 사회의 수면 밖으로 드러나지 못하고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들을 찾아 나선다. 때론 무겁게 이야기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에둘러 말하는 대신 직설적인 냉소를 택한 연출은 시대를 똑바로 바라보게 하는 환기의 장치로 기능한다. 좋은 어른은 아니어도 반성할 줄 모르는 어른은 되지 말자는 다짐. 영화는 거기에 어슴푸레하나마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정유미 <더 스크린에디터
불행의 그늘을 벗어나려는 사람들
★★★
계약직 센터장인턴사원실습생나이만 다를 뿐세 주인공의 현실은 힘겹기만 하다영화는 고된 업무에 시달리던 실습생의 죽음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끌고 가면서 비정규직 문제청년 취업난노동 인권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다청년 세대를 대하는 기성세대의 섣부른 태도를 꼬집기도 하고취업 스터디합숙 면접방탈출 카페 등 현실감 있는 상황 설정이 시선을 끈다중반부까지 사회 구조적 문제를 끌어내는 여러 가지 시도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

젊은이의 양지

감독 신수원

출연 김호정, 윤찬영, 정하담, 최준영

개봉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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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를 위하여
감독 로베르 게디기앙
출연 아리안 아스카리드, 제라드 메이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가난한 가족들
★★★
켄 로치 영화를 연상시키면서 한편으론 켄 로치 영화보다 지독한 구석이 있다. 영화는 아이의 탄생이라는 경사스러운 일로 시작하지만, 이후 궁핍한 현실만이 이어진다. 생계를 위해 파업을 거부하고, 사소한 일로 정직을 당하고, 사고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 일을 하며 고통 받는 그들. 말 그대로 아이 우윳값을 벌어야 하는 처지는 그들을 계속 난처한 상황으로 내몬다. 전체적으로 작위적인 설정이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현실의 모습들은 결코 외면할 수 없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일상적이고 촘촘한 불행의 얼굴

오랜 수감생활을 마친 다니엘과 이미 다른 가정을 꾸린 아내 실비. 그리고 각기 결혼한 자녀들. 서로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이들의 고통은 닮아있다. 노동을 단 하루라도 멈췄을 경우 금세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안전망 하나 없는 삶은 대물림 되고 있는 것이다. 일상적이고 촘촘한 불행의 얼굴은 프랑스의 것이라지만 결코 낯설지 않다. 비극의 씨앗을 흩뿌려놓고 차근차근 회수하는 로베르 게디기앙 감독의 연출이 인상적이다. 영화는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 프랑스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고발하고, 그들의 모습은 한국 사회와도 매우 닮아있다.

정유미 <더 스크린에디터
가족이란 무엇인가
★★★★
아기 글로리아가 태어난다가족들이 나눈 탄생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한다노동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이들의 생활을 점점 더 팍팍해지고잊힌 존재였던 가족 구성원의 등장은 누군가에겐 두려움으로 누군가에겐 위안으로누군가에겐 구원으로 다가온다로베르 게디기앙 감독은 글로리아의 가족이 겪는 비극을 통해 프랑스 사회 문제를 이야기한다노동자로 일하는 가족들은 고용생계 불안에 시달리고유일하게 돈을 잘 버는 가족은 이민자를 상대로 전당포를 운영하며 불법을 저지른다후반부 주인공의 결단은 자신에게서 비롯한 가족의 굴레에 대한 책임이자 빈곤의 대물림을 끊고자 하는 행위다글로리아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우리의 현실과도 맞닿는 질문이다매서운 현실 반영과 시적 여운배우들의 연기가 맞물려 파국으로 치닫는 가족극 이상의 충격과 자극을 일으킨다세고 뭉클하다.

글로리아를 위하여

감독 로베르 게디기앙

출연 아리안 아스카리드, 장 피에르 다루생, 제라드 메이란, 아나이스 드무스티에, 로벵송 스테브넹, 로라 네이마크, 그레고이레 레프린스 린구에트

개봉 20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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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감독 한제이
출연 우미화, 이연, 김보민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가족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
★★★
동성 연인의 사랑을 넘어 가족이라는 관계로까지 주제 의식을 확장한다. 그렇게 이 영화는 사회 안에서 인정되는 정상성의 경계에 대한 또 하나의 질문이 되기를 자처한다. 인물들의 상황을 통해 장애, 아동 인권의 문제까지 짚어나가는 영화적 시선은 퀴어 서사를 둘러싼 더 폭넓은 방식의 논의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극의 진행이 종종 모범적이고 안전한 영역의 작법 안에 머무르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감정의 진폭을 섬세하게 조율해가는 배우들의 기술에 설득당하고 만다. 스크린에서 기꺼이 더욱 자주 보고 싶은 얼굴들이다.

담쟁이

감독 한제이

출연 이연, 우미화, 김보민

개봉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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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X-월드
감독 한태의
출연 최미경, 한태의, 한흥만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가족이라는 관계, 엄마라는 우주를 이해하기
★★★
나에서 출발해 가족이라는 복잡한 관계, 엄마라는 우주를 이해해보려는 감독이 부지런히 자신의 머릿속에 띄우는 물음표와 느낌표 따라잡기. 모녀의 솔직한 대화들을 바탕으로 한 이 발랄한 여정에 동참하는 기분이 퍽 상쾌하다. 결혼제도 자체에는 부정적이지만 그 안에서 맺어진 관계들을 이해해보려는 감독의 시도는 종종 진지하고, 대부분 유쾌한 공감을 선사한다. 중년 여성의 독립과 자아 찾기를 조명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다큐. ‘시월드’에서 자신만의 ‘미지의 월드’로 나아간 세상의 모든 최미경 씨를 응원한다.

웰컴 투 X-월드

감독 한태의

출연 최미경, 한태의, 한흥만

개봉 20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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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
감독 이시카와 케이
출연 마츠오카 마유, 마츠자카 토리, 모리사키 윈

정유미 <더 스크린에디터
피아노 선율이 들려주는 신세계
★★★
2017년 일본서점대상과 나오키상을 동시에 수상한 온다 리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일본에서 열리는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배경으로 젊은 피아니스트들과 그들을 둘러싼 세계를 조명한다오디션 과정부터 결선 무대까지 경연회를 생중계하듯 진행하면서 주요 인물들의 만남과 우정영역과 역할은 달라도 음악을 향한 열정만큼은 하나로 모아지는 이들을 두루 살핀다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경연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각적 체험에서 나아가 음악이라는 무한의 세계와 천재들의 열정과 고뇌를 이해하게 하는 연출에 기교가 넘친다.

꿀벌과 천둥

감독 이시카와 케이

출연 마츠오카 마유, 마츠자카 토리, 모리사키 윈, 스즈카 오지

개봉 20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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