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에 있는 선릉을 도굴한다? <도굴>은 전형적인 케이퍼 무비(Caper Movie)를 표방하는 영화다. 케이퍼 무비는 범죄영화의 하위 장르라고 볼 수 있다. 하이스트 필름( Heist film)이라는 용어도 이와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뜻한다. 케이퍼 무비와 하이트스트 필름은 범죄를 계획하는 과정과 실행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케이퍼 무비는 다소 코믹한 요소가 가미되는 게 일반적이다.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명의 조연들이 등장해 앙상블 연기를 펼치는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도굴>의 개봉에 맞춰 특징 있고 유명한 하이스트 필름과 케이퍼 무비 5편을 소개한다.

- 이탈리안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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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피터 콜린슨
출연 마이클 케인, 노엘 카워드, 베니 힐
개봉 미개봉

- 이탈리안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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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F. 게리 그레이
출연 마크 월버그, 샤를리즈 테론, 에드워드 노튼
개봉 2003.10.02.
<이탈리안 잡>(1969)
오랜 전 영화부터 소개해본다. 마이클 케인이 젊은 시절 출연한 <이탈리안 잡>이다. 감옥에서 막 출소한 찰리 크로커(마이클 케인)가 동료들을 모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교통정체를 이용해 400만 달러 상당의 금괴를 훔치는 영화다. 토리노 시내 구석구석을 누비는 자동차, 미니 쿠퍼의 카체이싱 액션이 매우 유명하다. 이 영화는 2003년에 개봉한 리메이크 영화 <이탈리안 잡>의 원작이다. 마크 월버그가 출연한 <이탈리안 잡>을 본 사람이나,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베이비 드라이버>처럼 카체이싱을 중심에 둔 케이퍼 무비를 재밌게 본 사람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꼭 보라고 추천한다. <이탈리안 잡>은 클래식한 맛이 있는 영화다.

- 오션스 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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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조지 클루니, 앤디 가르시아, 브래드 피트
개봉 2002.03.01.

- 오션스 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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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루이스 마일스톤
출연 프랭크 시나트라, 딘 마틴,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피터 로포드, 앤지 디킨슨
개봉 1962.01.20.
<오션스 일레븐>(2001)
구하기 힘든 1960년대 영화를 소개하는 건 무책임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최신 영화이자 모두가 다 아는 <오션스 일레븐>을 언급하려 한다. 이 영화를 빼놓는 것 역시 무책임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도 리메이크 영화다. 1962년에 개봉한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 프랭크 시나트라 주연의 <오션스 일레븐>이 있었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맡았던 대니 오션 역을 2001년에는 조지 클루니가 맡았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아마도 원작보다 더 유명해진 <오션스 일레븐>을 연출했다. 2000년 이후라는 단서를 단다면 아마도 최고의 케이퍼 무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션스 일레븐>의 성공으로 <오션스 트웰브>, <오션스 13> 등의 속편이 제작됐다. 2018년에는 여성들로 구성된 출연진이 등장한 <오션스 8>도 선을 보였다.

- 범죄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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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최동훈
출연 박신양, 백윤식, 염정아, 이문식
개봉 2004.04.15.
<범죄의 재구성>(2004)
한국영화 가운데 케이퍼 무비 딱 한 편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범죄의 재구성>을 말하고 싶다. 2012년 개봉작 <도둑들>이 더 화려한 출연진, 더 큰 스케일에 관객수 1300만 명을 돌파한 흥행작이긴 하지만 2004년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이 없었다면 <도둑들>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 유명한 <타짜>도 없지 않았을까. 자신이 설립한 영화사명마저 케이퍼 필름으로 정한 최동훈 감독은 데뷔작인 <범죄의 재구성>에서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발휘했다. 그가 국내 영화계를 대표하는 범죄영화의 달인이라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범죄의 재구성>을 아직 보지 못했다면 왓치 리스트에 올려두길 권한다. 더불어 이 영화를 보면 조깅할 때 유용한 ‘습습후후’ 호흡법을 배울 수도 있다.

-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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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루이스 리터리어
출연 우디 해럴슨, 제시 아이젠버그, 마크 러팔로, 멜라니 로랑
개봉 2013.08.22.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2013)
국내 배급사에서 친절하게 영화의 부제를 붙여 놓았다. 그 결과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이 어떤 영화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케이퍼 무비라는 장르는 다른 소재, 요소들과 만나 새로운 재미를 찾는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은 제목처럼 마술이 접목된 영화다. 마술+범죄는 꽤 흥미진진한 조합이었다. 마술쇼를 보는 건지, 범죄영화를 보는 건지 아리송한 와중에 관객의 두뇌는 풀가동된다. 어떻게 저게 가능할까. 보는 이들에 따라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비난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은 3편까지 제작됐다. 흥행이 잘 됐다는 뜻이다. 마술이 접목된 케이퍼 무비로 오래 기억에 남을 시리즈임에는 틀림 없다.

- 위도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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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스티브 맥퀸
출연 미셸 로드리게즈, 콜린 파렐, 리암 니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존 번탈, 캐리 쿤, 비올라 데이비스
개봉 미개봉
<위도우즈>(2018)
<위도우즈>는 <오션스 8>의 다른 버전이다. 여성을 내세운 범죄영화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다른 점은 색깔이다. <위도우즈>는 어둡다. 범죄 영화에서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위도우즈>가 꼭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하겠다. 속칭 ‘분위기 강패’라고 해도 좋겠다. 색다른 범죄영화, 케이퍼 무비를 찾는다면 <위도우즈>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셰임>, <노예 12년>의 스티브 맥퀸 감독이 연출한 <위도우즈>에는 비올라 데이비스, 엘라자베스 데베키, 미셸 로드리게즈 등이 출연한다. 이들은 죽은 범죄자 남편을 대신해 범행을 계획하는 미망인들을 연기했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