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한번 김순옥이 해냈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 중인 화제의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통해서다. 한 층 더 자극적인 서사로 안방 시청자를 찾은 김순옥 작가는 ‘막장의 대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전례 없는 충격적인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 방영 초반엔 ‘폐지 청원’과 같은 논란이 터져 나왔을 정도. <펜트하우스> 막장의 정도가 어느 정도냐 묻는다면, <펜트하우스> 영상에 달린 댓글로 답할 수 있겠다. “자극적인 음식이 맵다 못해서 혀가 아파 몸부림쳐지는 그런 느낌.”

드라마 <펜트하우스> 속 논란의 파티 장면
드라마 <펜트하우스> 속 논란의 파티 장면

설명이 늦었지만, <펜트하우스>를 집필한 김순옥 작가는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언니는 살아있다> 등 일명 'K-막장 드라마'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스타 작가다. 김순옥 작가는 자신의 모교인 이화여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위대하고 훌륭한 좋은 작품을 쓰는 분들을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불행한 누군가가 죽으려고 하다가 ‘이 드라마 내일 내용이 궁금해서 못 죽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다. 김순옥의 말에 따르자면, 그는 자신의 작가 의식에 부합하는 '김순옥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그가 다~계획이 있게 쌓아 올린 김순옥 유니버스 계보를 되짚어보려 한다.

펜트하우스

연출 주동민

출연 이지아, 김소연, 유진, 엄기준, 신은경, 봉태규, 윤종훈, 박은석, 윤주희, 이철민, 진지희, 최예빈, 하도권, 이태빈, 조수민, 김현수

방송 2020,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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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그래도 좋아>
출연 | 김지호 이창훈 고은미 심형탁

(왼쪽부터) <그래도 좋아> 배우 심형탁, 고은미

각본 데뷔작부터 심상치 않다. 김순옥 유니버스의 출발점이 된 작품인 MBC 아침드라마 <그래도 좋아>. 친모의 죽음과 복수, 살인 모의, 비밀스러운 가족사 등 김순옥 작가만의 클리셰가 골고루 버무려진 작품이다. 아침드라마로는 이례적인 수치인 2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부실한 개연성 논란에도 불구, <그래도 좋아>는 김순옥 작가만의 급진적인 전개법으로 안방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우 고은미는 아침 드라마계 악녀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그래도 좋아

연출 김우선

출연 김지호, 이창훈, 고은미, 심형탁, 김용건, 손숙, 이효춘, 한진희, 홍수민, 박슬기

방송 2007,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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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아내의 유혹>
출연 | 장서희 변우민 김서형 이재황

<아내의 유혹> 김서형

비범한 출발을 알린 김순옥 작가는 그다음 해 인생 역작(!)을 만나게 된다. 점 하나로 드라마계를 평정한(!) <아내의 유혹>이다. 당시 40%대 시청률을 갱신한 <아내의 유혹>은 '막장 드라마'계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갔다. <아내의 유혹> 이후 막장 소재는 드라마계 하나의 장르로 통하기 시작했고, 막장 코드 자체를 즐기는 하나의 문화가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아내의 유혹>의 아성을 뛰어넘는 일일 드라마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내의 유혹

연출 오세강

출연 장서희, 변우민, 이재황, 김서형, 정애리, 금보라, 김용건, 윤미라, 오영실

방송 2008,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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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천사의 유혹>
출연 | 이소연 진태현 홍수현 배수빈

<천사의 유혹> 배수빈, 이소연

<아내의 유혹> 이후 김순옥 작가는 유혹 시리즈라는 이름 아래 <천사의 유혹>을 내놓았다. <아내의 유혹>의 전철을 밟는다는 비난 아닌 비난이 나왔을 만큼 전작 <아내의 유혹>과 많이 닮아있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면면만 달라졌을 뿐, 이야기의 큰 줄기는 동일하다. 복수를 하는 주인공과 파국을 맞이하는 복수 대상의 이야기. <천사의 유혹>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설정은 역시나 전신성형을 하고 나타난 남자 주인공의 모습일 것. 한상진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이 배수빈으로 변신(!)했고, 이후 시청률이 급상승세를 타기 시작한다.

천사의 유혹

연출 손정현

출연 이소연, 배수빈, 한상진, 진태현, 홍수현, 김동건

방송 2009,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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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웃어요 엄마>
출연 | 이미숙 윤정희 강민경 이재황 고은미

<웃어요, 엄마> 강민경 '익룡짤'
<웃어요, 엄마> 강민경 '좀비짤'

전설의 익룡 연기를 탄생시킨 <웃어요, 엄마>. 강민경의 목소리가 자동 재생되는 건 기분 탓일까. <웃어요, 엄마>는 강민경의 연기 데뷔작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김숙옥 작품답게 출생의 비밀, 불치병 설정 등 여러 막장 요소들이 곳곳에 녹아 있었지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조용히 종영을 맞이했다. 강민경은 이후 <라디오스타>에서 익룡짤과 관련해, 생애 첫 연기 장면이었던 건 물론 "너무 추워서" 부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다고 밝히기도. 어찌 됐든 <웃어요, 엄마>는 강민경이 탄생시킨 짤들로 더욱 화제를 모은 작품.

웃어요, 엄마

연출 홍성창

출연 이미숙, 박원숙, 강민경, 이재황, 임예진, 윤주상, 고은미, 황보라, 김용건, 여민주, 윤정희, 서동원, 김진우

방송 2010,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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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다섯 손가락>
출연 | 주지훈 채시라 지창욱 진세연

김순옥 작가 스스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밝힌 <다섯 손가락>. 주지훈, 지창욱, 채시라, 진세연이라는 스타 캐스팅은 물론, 김순옥 작가답지 않은(!) 묵직한 소재로 이목을 끌었다. 물론, 방영이 시작된 이후엔 다시금 막장 질주가 시작됐다. 죽은 줄 알았던 인물이 부활하는 건 기본, 개연성 없이 엮어진 '억지' 권선징악의 서사가 반복됐기 때문. 캐스팅이 아쉬울 정도라는 평도 많았다. <다섯 손가락>을 언급한 김순옥 작가의 인터뷰가 재미있다. "30부작 이상 이어가려면 보다 복잡한 가족관계가 나와야 하는데, 이 드라마엔 없었어요. 1~3회에서 불이 나서 많이 죽거든요.(웃음)."

다섯 손가락

연출 최영훈

출연 주지훈, 채시라, 지창욱, 함은정, 나문희, 차화연, 조민기, 전노민, 전미선, 정준하, 정은우, 이지, 송예주

방송 2012,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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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왔다! 장보리>
출연 | 오연서 김지훈 이유리 오창석

<왔다! 장보리> 이유리

드디어 연민정(이유리)가 등장했다. 유혹 시리즈 이후 맥을 못 추리고 있던 김순옥 작가는 칼을 갈고 <왔다! 장보리>를 써 내려갔다. <왔다! 장보리>는 단연 이유리에 의한, 이유리를 위한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의 중심에서 악역의 표본 그 이상을 보여준 이유리는 그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연민정은 악역 계보의 한 획을 그었다.

왔다! 장보리

연출 백호민

출연 오연서, 오창석, 한승연, 김지훈, 건일, 이유리, 김용림, 한진희, 김혜옥, 양미경, 금보라, 안내상, 우희진, 전인택, 최대철

방송 2014,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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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내 딸, 금사월>
출연 | 백진희 윤현민 전인화 박세영

(왼쪽부터) <내 딸, 금사월> 송하윤, 박세영, 백진희

김순옥 작가의 법칙 중 하나는 5글자 제목. <언니는 살아있다>를 제외한 모든 작품의 제목이 5글자라는 점이 흥미롭다. <내 딸, 금사월>로 김순옥 작가는 다시 한번 스스로의 '막장 클래스'를 입증했다. 매번 비슷한 설정과 서사 구조에도 리모컨을 고정시키는 힘. 욕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특유의 마력(!)을 통해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물론, <내 딸, 금사월> 역시 뜨거운 막장 논란은 여전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막장 논란이 없던 작품은 없다.

내 딸, 금사월

연출 백호민, 이재진

출연 갈소원, 손창민, 백진희, 김희정, 박상원, 윤현민, 박세영, 도지원, 안내상, 전인화, 박원숙, 곽지혜, 김소은, 송하윤, 김지영, 도상우, 강래연, 이연두, 윤복인, 최대철, 이태우

방송 2015,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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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언니는 살아있다>
출연 | 장서희 오윤아 김주현 김다솜

김순옥 작가 역시 스스로의 막장 클리셰에 지루해진 걸까. 그는 <언니는 살아있다>를 통해 막장을 뛰어넘는 엽기적 설정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위의 사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극 중 악행을 저지르던 양달희(다솜)가 복수의 일환으로 안구 적출을 당하는 모습이다. 일반적인 드라마 서사를 뛰어넘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극이 진행된다. 그래서일까. '병맛'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 <언니는 살아있다>는 오히려 젊은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당시 기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렇게 김순옥 유니버스는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언니는 살아있다>까지 흥행 3연패를 기록하게 된다.

언니는 살아있다

연출 최영훈

출연 김주현, 장서희, 오윤아, 김다솜, 이지훈, 진지희, 조윤우, 이재진, 김수미, 손창민, 안내상, 양정아, 박광현, 송종호, 성혁, 황영희, 변정수, 손여은, 성병숙

방송 2017,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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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황후의 품격>
출연 | 장나라 최진혁 신성록 이엘리야 신은경

<언니는 살아있다> 이후 김순옥 작가는 '캐서린'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막장 작가라는 선입견 없이 작품만으로 배우들을 섭외하고 싶었다"는 그는 장나라, 신성록, 신은경 등 쟁쟁한 배우들과 <황후의 품격>을 함께 했다. 다른 드라마였다면 20부 내내 펼쳐질 이야기들이 첫 주부터 베일을 벗으며 '막장 종합세트'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황후의 품격>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그의 복귀작이 바로 논란의 <펜트하우스>다.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막장 드라마를 쓰는 것에 대해 "저는 드라마 작가로서 대단한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거나 온 국민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요. 제가 바라는 건 그냥 오늘 죽고 싶을 만큼 아무 희망이 없는 사람들, 자식들에게 전화 한 통 안 오는 외로운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런 분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거예요. 제 드라마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밝혀 왔다.

황후의 품격

연출 주동민, 김유진, 이정림

출연 장나라, 최진혁, 신성록, 신은경, 이엘리야, 박원숙, 윤다훈, 이희진, 윤소이, 스테파니 리, 김윤지

방송 2018,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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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유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