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감독 이태겸
출연 유다인, 오정세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홀로 지옥길을 걷는 우리 모두에게
★★★
노동의 가치가 능률로만 계량되는 세상, 인간의 존엄이 부품처럼 소모되는 노동자의 현실을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합리와 착취, 탐욕과 생존 사이에 노()와 노()의 갈등과 여성 노동 차별까지 시대의 불합리를 숨김없이 꺼낸다. 해고가 곧 죽음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홀로 지옥길을 걷고 있을 우리 모두에게 믿음과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는 이 영화가 고맙고 따뜻하다.

정시우
 화 저널리스트
내 존엄을 지키는 일 
★★★ 
누군가에겐 생명줄이고, 누군가에겐 인간 존엄의 호흡기인 노동의 세계를 돌직구로 파고든다. 을과 을의 경쟁을 부추기는 갑들이 만든 세상.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 속에서 피어오르는 연대의 힘. 도식적인 관계 설정은 아쉽지만, 문제의식만큼은 확실하게 전달한다. 어떤 영화는 보고 나면 마음이 아프지만, 어떤 영화는 보는 내내 온몸이 아프다. 후자다, 이 영화는.

정유미 <더 스크린에디터
한국 노동 영화의 새로운 빛
★★★☆
해고 위기에 놓인 사무직 여성이 지방 현장직 파견 명령을 받는다. 영화는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게 된 주인공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 투쟁을 통해 한국의 노동 현실을 보여준다. 부당 파견, 노노 갈등, 성차별 등의 노동문제를 극적으로 미화하기보다는 거칠고 투박한 방식을 택해 사실감을 부여한다. 유다인과 오정세의 연기, 송전탑 수리 보수라는 설정, 음악의 효과가 어우러져 접근도와 개성을 획득하고, 노동의 문제를 인간의 문제로 끌고 가는 연출도 인상적이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감독 이태겸

출연 유다인, 오정세

개봉 202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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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
감독 이승원
출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가족, 징글징글해도 여전히 궁금한 탐구 주제
★★★☆ 
가족은 평생 분리 불가능에, 개인의 인생에 전방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독한 인연의 집단이다. 깊이가 다른 사랑과 상처를 동시에 받는 것이 가능한 유기체. 그 내부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살지만, 실은 평생을 탐구해도 모를 것투성이로 채워져 있다. 대부분 모른 척하고 싶고 때론 궁금한 그 탐구 주제로 뛰어든 이 영화에는 못내 마음을 내어주게 되는 지점들이 있다. 어느 한구석은 반드시 내가 잘 아는 것들이 보이기에 공감으로 한 번. 그리고 어쩌면 내가 평생 모를 것들이 있기에 안쓰러움으로 또 한 번. 생생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입체적인 캐릭터 세공에 비해, 한자리에 모인 가족의 갈등이 불거지는 대목부터의 흐름은 상대적으로 성글게 느껴진다. 초반 묘사들이 워낙 꼼꼼하고 치열하기에 생기는 아쉬움이다. 다만 공격과 수비, 개별 장기와 팀플레이까지 놀라운 호흡으로 완성해내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모든 것을 상쇄한다. 가히 연기 올스타전급이다. 

세자매

감독 이승원

출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개봉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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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진홍의 수학여행
감독 야마모토 야스이치로
출연 야마구치 캇페이, 야마자키 와카나, 히다카 노리코 

정유미 <더 스크린에디터
수학여행지에서 생긴 살인사건
★★☆
2019년 일본 TV에서 방영한 에피소드 ‘진홍의 수학여행’ 선홍 편과 연홍 편을 묶었다. ‘극장판’이라고 해도 각 두 편씩, 네 편을 이어붙인 구성이어서 TV 애니메이션 호흡이다. 교토로 수학여행을 떠난 탐정 쿠도 신이치와 친구들이 같은 숙소(호텔)에 투숙한 영화 관계자들의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기요미즈의 무대’로 알려진 교토의 청수사, 일본 전설에 나오는 요괴 텐구 등 추리의 매력에 색채를 더했다. 트릭이 엉성하고 캐릭터들을 산만하게 다뤘으나, 신이치와 란의 달달한 로맨스를 보는 재미만큼은 쏠쏠하다.

명탐정 코난: 진홍의 수학여행

감독 야마모토 야스이치로

출연 야마구치 캇페이, 야마자키 와카나, 히다카 노리코, 호리카와 료

개봉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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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마트
감독 올리비아 와일드
출연 케이틀린 디버, 비니 펠드스타인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귀여운 
★★★
졸업식 전날에라도 ‘범생이'에서 탈출하고 싶은 두 소녀가 보내는 광란의 하룻밤. 심각함은 저 멀리 제쳐둔 소란하고 코믹한 에피소드들이 잇따른다. 발랄함과 산만함을 오가는 캐릭터들, 영어 원문을 완전히 이해한다면 아마도 훨씬 재미있을 말장난, 아찔한 ‘성인 코드'의 향연이다. 느닷없이 끼어드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장면마저 이 영화에선 평범한 흐름처럼 보일 지경이다. 인물들의 고민과 해묵은 감정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발생하는 갈등 상황까지 잊지 않고 충실히 다루는, 하이틴 코미디에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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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올리비아 와일드

출연 케이틀린 디버, 비니 펠드스타인

개봉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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