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벼락같이 등장해 평단의 찬사를 받은 <북스마트>가 마침내 한국 극장에 착륙했다. 배우 올리비아 와일드가 연출한 <북스마트>는 평생 공붓벌레로 산 에이미와 몰리가 '인싸의 꿈'을 안고 참석한 졸업파티를 그린다. 미국 코미디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한 스토리인데, 이를 독창적인 전개로 고유의 감성을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각각 에이미와 몰리를 연기한 케이틀린 디버, 비니 펠드스타인의 매력에 빠진 관객들이 많다는데 이 배우들, 우리는 어디서 만나봤을까?

- 북스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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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올리비아 와일드
출연 케이틀린 디버, 비니 펠드스타인
개봉 2021.01.27.
비니 펠드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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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비니 펠드스타인은 <북스마트>의 파티 여정을 궤도에 올리는 몰리 역을 맡았다. 예일대 합격을 기뻐하는 것도 잠시, 알고 보니 공부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날라리'들조차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걸 알고는 충격에 빠진다. 그래서 "우리도 걔들만큼 잘 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에이미를 설득해 졸업파티에 참석하기로 한다. 언뜻 코믹한 캐릭터 같지만 <북스마트>를 관람한 북미의 관객들은 "진짜 고등학교 때 저런 충격을 겪었다"며 에이미에게 굉장히 공감했다고.
나쁜 이웃들 2
펠드스타인이 할리우드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작품은 <나쁜 이웃들 2>. 세스 로건, 로즈 번, 잭 애프론이 출연한 1편에 클로이 모레츠가 합류했고, 비니 펠드스타인은 셸비(클로이 모레츠)의 룸메이트 노라 역을 맡았다. 셸비의 클럽이 생각보다 더 정신 나간(!) 클럽인 데다 노라가 그중 행동대장급 존재감을 보여주기 때문에 북미에선 이 영화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레이디 버드
비니 펠드스타인의 출세작 겸 대표작. <레이디 버드>에서 크리스틴 "레이디 버드"(시얼샤 로넌)의 단짝 친구 줄리로 출연한다. 레이디 버드와 수업도 같이 듣고 늘 항상 같이 다니다가 연극부에 들어가자고 제안한다. 멋지게 연극을 올린 날, 레이디 버드는 대니(루카스 헤지스) 때문에, 줄리는 좋아하는 선생님의 부인을 만난 것 때문에 둘이 별을 보다가 펑펑 울기도. 이후 레이디 버드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면서 점점 멀어지다가 서로 악담만 퍼붓는 싸움 끝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 아직 순진무구한 청소년처럼 보이다가도 문득 자존감이 바닥난 자신을 드러낼 때의 난처한 기색은 보는 관객마저 씁쓸하게 만든다.
케이틀린 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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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에이미는 단짝 몰리를 따라 졸업파티 여정에 탑승한다. 몰리만큼 소란스러운 성격은 아닌데, 절친은 역시 절친이라고 끝내주게 티키타카를 잘 주고받는다. 오직 몰리만 알고 있는 에이미의 비밀이 있는데, 이 때문에 영화에서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나기도. 몰리와 달리 때때로 체념한 듯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디트로이드
1967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폭동 중 알제 모텔 사건을 그린 <디트로이트>.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군상극에서 케이틀린 디버는 친구 줄리(한나 머레이)와 함께 스스럼없이 흑인 친구들과 어울리는 개방적인 캐런 역을 연기한다. 사건 당시 흑인 칼(앤소니 머키)과 있었다는 이유로 백인 경찰에게 "왜 쟤들한테 붙어먹냐"는 치욕스러운 말까지 듣고, 인종차별이 심한 경찰 필립(윌 폴터)에게 걸려 성희롱에 가까운 취조를 당한다. 차별이 심한 시대와 강압적인 공권력 하에 발생한 제3의 희생자라는 상징성이 돋보인다.
뷰티풀 보이
약에 중독된 아들 닉(티모시 샬라메)과 그를 구제하고 싶은 아버지 데이비드(스티브 카렐)의 실화를 옮긴 <뷰티풀 보이>에서 케이틀린 디버는 샬라메 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가 맡은 역은 닉의 여자친구 로렌으로 극중 정말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하기 때문. 물론 마냥 행복한 역할은 절대 아니다. 닉과 로렌 둘 다 약에 중독된 상태로 만나 위태로운 생활을 이어가니까. 일각에서 '공익영화'라고 부를 만큼 약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영화에서 약물중독자의 줄타기 같은 삶을 소화했다.
라스트 맨 스탠딩
2011년부터 방영 중인 미국 시트콤 <라스트 맨 스탠딩>은 벡스터 가족의 일상을 그린다. 케이틀린 디버는 마이크와 바네사의 막내딸 이브로 출연, 축구와 캠핑 등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활동적인 성격의 소녀로 등장했다. 드라마가 지속되면서 방송사가 ABC에서 FOX로 변경되는 변화가 있었고, 케이틀린 디버 또한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면서 <라스트 맨 스탠딩>에 지속적으로 출연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브가 공군이 된다는 설정으로 하차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케이틀린 디버의 만개한 연기력을 만날 수 있는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미국의 연쇄 성폭행 사건을 다룬 동명의 논픽션을 옮긴 드라마에서 디버는 2008년 강간 피해자 마리 역을 맡았다. 어린 나이에 폭력적인 사건을 겪었지만, 피해자에 대한 배려 없는 수사 속에서 '허위 신고'라고 모함을 당하는 등 웬만한 시청자라면 동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 그 수많은 의심의 눈초리 속에서 어떻게든 삶을 지탱해가고자 버티는 순간들이 눈물겹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