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영화 <람보>가 38년 만에 다시 개봉했다. 실베스터 스텔론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이자 액션 영화계의 영원한 아이콘인 람보. 그러나 <람보>는 막상 액션 영화를 기대하고 보면 실망한다는 후기도 적지 않은 작품이다. 람보라는 캐릭터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 <람보>를 비롯해 액션 영화계의 아이콘들과 그들에 얽힌 편견을 정리한다.

- 람보-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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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테드 코체프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개봉 1983.06.17. 2021.03.04. 재개봉
존 람보
<람보>
1982년 <람보>(원제 <First Blood>)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 의외로 원작이 있는데, 데이비드 모렐이 집필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주인공 람보의 풀네임은 존 람보.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으로 작중 못 하는 게 없는 엘리트 군인이다. 1982년부터 2019년까지 총 5편이 제작됐는데, 시대의 흐름을 반영이라도 하듯 모든 영화의 배경이 다르다. 1편은 미국, 2편은 베트남, 3편은 아프가니스탄, 4편은 미얀마, 5편은 멕시코. 그중 2편과 3편이 가장 유명하고 흥행해서 <못말리는 람보>로 패러디되기도 했다.
사실) 람보는 원래 살인 병기가 아니다
람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개 '따발총(머신건)을 든 근육질 남자'일 것이다. 단순히 우수한 군인을 넘어 보통 살인기계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2편 <람보 2>에서부터 발생한 이미지로 이번에 재개봉한 <람보>는 전쟁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이자 전쟁의 또 다른 피해자로서의 람보를 그린다. 원작 소설은 람보가 끝내 사람을 죽이고 본인도 사살되면서 전쟁이 남긴 심리적 상흔을 극복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린다. 영화에선 람보가 투항하면서 생존했고, 1편의 대성공에 힘입어 속편이 보다 상업적으로 기획되면서 2편의 마초로 재탄생하게 된다. 반전 소설에 등장한 캐릭터가 가장 무시무시한 군인의 상징이 된 아이러니한 상황.
T-800
<터미네이터>
본명 대신 보통 터미네이터라고 많이들 부르는 T-800. T-800은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대표 캐릭터로 "아 윌 비 백", "아스타 라 비스타, 베이비"(Hasta la vista, Baby) 등 명대사로도 유명하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특유의 딱딱한 발음과 표정을 '인간을 닮아가는 로봇'이란 캐릭터로 녹여내 역대급 캐릭터를 만들었다. 보디빌더 출신의 건장한 피지컬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고. 1984년 시작한 시리즈는 리부트와 미디어믹스를 시도하며 지금까지 이어지곤 있으나 다사다난한 과정만큼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져 보통 <터미네이터>와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만 '진짜'로 취급하고 있다. 그런 시리즈의 위태로운 순간에서 T-800은 여전히 인간형 로봇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실) T-800은 원래 나쁜 놈이다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가 워낙 훌륭한 영화이고 1편이 꽤 오래전에 나온 작품이기 때문에, <터미네이너> 시리즈를 잘 챙겨 보지 않은 사람에겐 T-800이 원래부터 존 코너와 사라 코너를 돕는 로봇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T-800은 1편에서 사라 코너를 죽이기 위해 스카이넷이 보낸 암살자로, '터미네이터'(제거자)라는 단어가 원래 T-800을 가리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터미네이터가 인류를 구하는 '수호자'가 되는 2편의 내용이 오히려 파격적이었던 것.

- 터미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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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마이클 빈, 린다 해밀턴, 랜스 헨릭슨
개봉 1984.12.22.
알렉스 머피
<로보캅>
1987년부터 1993년까지 이어진 <로보캅> 삼부작은 그 명줄은 짧았으나 명예는 오래갔다. 수많은 미디어믹스를 낳았고, 반 인간 반 기계라는 정의가 모호한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살려냈다. 특히 1편은 지금까지도 폴 버호벤의 연출력이 가장 빛난 작품으로 자주 소개되며 폭력적이면서도 사색적인 SF라는 평가를 받았다. 범죄조직에게 살해된 후 대기업 OCP의 상품 '로보캅'으로 제작된 알렉스 머피가 주인공이다. 영화를 직접 보지 않으면 눈 부위가 일자로 검은 표기된 헬멧 버전이 익숙하겠지만, 영화를 본다면 헬멧을 벗은 머피의 모습이 더 기억에 또렷할 것이다.
사실) 머피는 '마이 네임 이즈 로보캅'이라고 한 적 없다
한국, 그것도 1990~2000년대 개그 프로그램을 즐겨 본 사람들이 특히 공감할 편견. <로보캅> 시리즈에서 머피는 "마이 네임 이즈 로보캅"이라고 통성명한 적이 없다. 애초 '로보캅'이란 단어는 OCP 측에서 만든 일종의 상품명인데, 인간성을 점차 되찾아가는 머피의 입에서 저런 대사가 나올 리 없다. 그럼에도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의 "마이 네임 이즈 로보캅"이란 대사가 유행하면서 '로보캅' 하면 자동으로 저 대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1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명장면이 머피가 자신을 "머피"라고 소개하는 부분이니 아이러니하다.

- 로보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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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폴 버호벤
출연 피터 웰러, 낸시 알렌, 댄 오헐리히, 로니 콕스, 커트우드 스미스
개봉 1987.12.25.
이소룡
액션 장르 중 순수 무술 영화를 논할 때 가장 첫 번째에 거론될 배우는 이소룡이 아닐까. 장르나 작품을 넘어 배우 자신이 아이콘이 된 이소룡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다섯 편만으로 영원한 전설이 됐다. 그는 단순히 액션을 하는 배우를 넘어 절권도라는 무술을 창시하고 무술 철학을 정립한 무술가로 더욱 유명했다. 33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도 쌍절곤이나 노란 트레이닝복, 특유의 기합 소리는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사실) 노란 트레이닝복은 사망유희 때만 입었다.
이소룡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게 노란 트레이닝복일 것이다. <킬 빌> 시리즈나 이소룡을 패러디한 캐릭터들이 항상 이 의상을 입으니 뭔가 이소룡의 일상복, 유니폼(?) 같은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소룡이 이 복장을 입은 건 그의 마지막 작품 <사망유희>에서뿐이다. 심지어 이소룡은 <사망유희>의 촬영을 채 마치기도 전 세상을 떠났으니 입은 기간 자체는 몹시 짧은 편. 하지만 노란 트레이닝복은 이소룡의 아이디어였으며 무술 영화에서 보기 드문 밝은 색감 덕분에 참신한 소품이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이소룡=노란 트레이닝복이란 공식이 남은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 사망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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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버트 클루즈, 이소룡
출연 이소룡
개봉 1978.05.18. 2016.11.24. 재개봉
인디아나 존스
<인디아나 존스>
중절모를 쓰고 채찍을 든 인디아나 존스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랑하는 캐릭터다. 존스는 유쾌한 농담을 던지다가도 위기 상황에선 뛰어난 임기응변과 신체능력으로 살아남는 고고학자. 전 세계 많은 어린이들에게 '고고학은 모험'이란 환상을 심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해리슨 포드가 이 캐릭터를 연기했으며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제작된 삼부작이 가장 유명하며, 2008년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으로 오랜만에 복귀한 바 있다. 현재도 5편이 나오느니, 리부트된다느니 언제나 복귀 소식에 촉각을 기울이는 팬들이 많다. 현재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5편을 준비하고 있는 중.
사실) 인디아나 존스는 군인 출신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데 자주 거론되지 않은 사실. 인디아나 존스는 군인 출신이다. 1899년생이라 세계대전만 두 번 겪은 셈이니 참전하지 않았으면 오히려 이상한 수준이다. 삼부작에선 크게 부각되지 않았으나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온 4편에선 아예 '대령'이라고 호명되기도 한다. 사실 가장 유명한 영화들 말고 드라마 <영 인디아나 존스>나 그를 주인공으로 한 미디어믹스 소설·게임에서 더 부각되는 과거인데, '앙리 디퐁스'(Henri Defense, 보시다시피 이름은 본명이다)란 이름으로 벨기에군에서 복무했다. 솜 전투에서 적군에게 붙잡혔으나 샤를 드 골의 도움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 시절 모험담은 드라마나 소설에서 다뤄졌으며 그 유명한 여성 스파이 마타 하리와 썸(!)도 있었다고. 이후 종전으로 미국에 돌아왔고 진주만 공습으로 미군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할 때 전략정보국 OSS의 요원으로 활동했다.

- 레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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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해리슨 포드, 카렌 알렌, 폴 프리먼
개봉 1982.02.27.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