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2021) 이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2021)이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그것도 시리즈물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이렇게까지 흥행하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기에 그 흥행에 주목해 볼 만 하다. 문득 궁금해지는 게 있으니. 이 흥행은 국내 한정일까, 글로벌한 흐름일까? 오늘은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글로벌 흥행 순위를 소개한다. 국내 매출액도 조사했으니, 글로벌 흥행과 국내의 흐름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본문의 박스오피스 순위와 관객 수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하 KOBIS)의 통계와 Box Office Mojo를 기반으로 한다.


10위 <마루 밑 아리에티> │ 글로벌 매출액 $149,411,550(한화 약 1,698억 원)

<마루 밑 아리에티>(2010)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흥행 보증 수표라 할 수 있는 지브리의 비(非)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가 10위를 차지했다. 아동 소설 'The Borrowers'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소인족 아리에티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음식을 몰래 빌려 가며 살고 있는 그들이지만, 인간과 공생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자신들의 존재를 철저히 비밀로 하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등장한 소년 쇼우(카미키 류노스케)는 그들의 존재를 이해한다. 3D 시대 속에서 여전히 지브리 특유 2D 감성을 잘 녹여내 호평을 받았으나, 미야자키 하야오가 쌓아 놓은 지브리의 명성에 기댔다는 평도 적지 않다. 국내에선 누적 관객수 106만 8004명으로 백 만을 조금 넘은 수준이다. 

마루 밑 아리에티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출연 시다 미라이, 카미키 류노스케, 미우라 토모카즈, 오타케 시노부, 키키 키린, 타케시타 케이코

개봉 201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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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 <포켓 몬스터 - 뮤츠의 역습> │글로벌 매출액 $163,644,662(한화 약 1,859억)

<포켓 몬스터 - 뮤츠의 역습>(2000)

길고 긴 전설의 시작, <포켓 몬스터> 극장판 제1기인 <포켓 몬스터 - 뮤츠의 역습>이 9위에 올랐다. 당시 <포켓 몬스터>의 인기는 대단했는데, 특히 북미권에서의 인기가 심상치 않았다. 1999년 11월, <포켓 몬스터 - 뮤츠의 역습>은 박스 오피스 1위를 달성하며, 미국 문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11월이 추수 감사절 시즌임을 고려했을 때, 미국에서 순수 일본 애니메이션이 박스 오피스 1위를 한 것은 미국 내에서도 놀라운 일이었다. 이러한 인기에 1999년 11월, 타임지는 커버로 포켓몬을 전면에 세우며 포켓몬 열풍 현상에 대해 다뤘다. 시간이 지난 후에 봐도 여전히 눈물이 난다는 이야기가 많은 만큼, <포켓 몬스터 - 뮤츠의 역습>은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당시의 인기에 힘입어 <극장판 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 EVOLUTION>(2020)으로 풀 3D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포켓 몬스터 - 뮤츠의 역습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 마이클 헤이그니

출연 마츠모토 리카, 오오타니 이쿠에, 이이즈카 마유미

개봉 200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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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 EVOLUTION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 사카키바라 모토노리

출연 이선호, 홍시호

개봉 20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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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 <모노노케 히메> │글로벌 매출액 $169,785,704(한화 약 1,929억)

<모노노케 히메>(2003)

<모노노케 히메>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한 애니메이션으로 지브리 역사상 최고로 평가되는 작품 중 하나다. 1997년 일본에서 개봉했을 당시, 1300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해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영화 <타이타닉>으로 인해 순위가 밀려났으나, <타이타닉>의 명성에 견줄 만큼 일본에서 명작으로 인정 받는다는 것은 변치 않는다. <모노노케 히메>가 이토록 사랑받은 이유는 대자연을 짓밟아 자신의 영토를 넓히려는 인간의 욕심을 생생하지만, 동시에 환상적으로 표현한 데에 있다. 이후 2003년, 국내 극장가에도 정식으로 개봉했으나 이미 그 명성이 유명했던 터라 비디오로 이미 본 이들이 많았다. 때문에 그 명성에 비해, 국내 누적 관람객 수는 19만 5630명에 그치고 말았다. 

모노노케 히메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마츠다 요지, 미와 아키히로, 이시다 유리코

개봉 200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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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 <도라에몽:스탠바이미> │글로벌 매출액 $183,442,714(한화 약 2,084억)

<도라에몽:스탠바이미>(2015)

일본의 국민 만화, '도라에몽' 3D 극장판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스탠바이미>가 7위에 안착했다. <도라에몽:스탠바이미>는 '도라에몽'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으로, 원작자 후지코. 후지오 탄생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TV시리즈를 바탕으로 제작하던 기존 도라에몽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달리, <도라에몽:스탠바이미>는 원작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때문에 TV시리즈를 한 번도 보지 않은 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곧 흥행으로 이어졌다. 특히 국내는 유명세와는 별개로 팬덤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데도 불구하고, 누적관객수 50만 3968명을 달성했다. 

도라에몽:스탠바이미

감독 야기 류이치, 야마자키 다카시

출연 미즈타 와사비, 오오하라 메구미, 카카즈 유미, 키무라 스바루, 세키 토모카즈, 츠마부키 사토시

개봉 201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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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 <날씨의 아이> │글로벌 매출액 $193,462,346(한화 약 2,198억)

<날씨의 아이>(2019)

'슬슬 나올 때가 되었는데' 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겠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날씨의 아이>가 6위에 올랐다. 섬세한 연출과 빛으로 빚은 듯한 아름다운 영상미가 매력적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가장 최신작으로,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했다. 전작 <너의 이름은.>(2017)과 마찬가지로 일상과 판타지를 적절히 녹여낸 <날씨의 아이>는 가출한 고교생 모리시마 호다카와 신비로운 맑음소녀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맑은 날을 불러들이는 능력을 가진 맑음소녀의 환상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성과 두 소년소녀의 아름다운 성장기로 '역시 신카이 마코토다'라는 평을 받았다. 국내 극장 개봉 당시, 일본 불매 운동이 한창이었지만 누적 관객수 71만 5768명으로 나쁘지 않은 성과를 보여주었다. 

날씨의 아이

감독 신카이 마코토

출연 심규혁, 김유림, 최한, 강은애, 이장원, 손정아, 다이고 코타로, 모리 나나, 오구리 슌, 혼다 츠바사, 히라이즈미 세이

개봉 2019.10.30. / 2020.05.21.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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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벼랑 위의 포뇨> │글로벌 매출액 $204,826,668(한화 약 2,327억)

<벼랑 위의 포뇨>(2008)

<벼랑 위의 포뇨>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이후 7년 만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원작, 각본, 감독을 맡은 작품이다. 전작들과는 달리, 컴퓨터 그래픽 없이 모든 장면을 손으로 그려 지브리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더했다. 인간이 되고 싶은 꼬마 물고기 포뇨(나라 유리아)와 5살 소년 소스케(도이 히로키)의 만남을 아기자기하게 그린 이 작품은 <모노노케 히메>와 같은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닌, 진짜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완벽하게 동심을 장착한 만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봐야 더욱 즐거운 영화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상징도, 해석도 중요치 않다. 그저 미야자키 하야오가 꾸려놓은 동화 속을 히사이시 조 음악과 함께 즐기면 된다. 국내 누적 관객수는 151만 8188명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에는 아쉬운 성적에 그쳤다. 

벼랑 위의 포뇨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나라 유리아, 도이 히로키, 야마구치 토모코

개봉 200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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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하울의 움직이는 성> │글로벌 매출액 $236,214,446(한화 약 2,684억)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영국 다이애나 윈 존스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4위를 차지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는 하나, 각색 과정에서 전쟁에 관한 이미지를 넣는 등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더불어 지브리 명작으로 손꼽히는 만큼 깊고 넓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강하지만 동시에 유약하고, 그렇기에 매력적인 하울 캐릭터는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에서도 여전히 '인생남주'로 회자된다.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바로 히사이시 조의 음악. 영화를 관통하는 '인생의 회전목마'는 극의 분위기를 한층 더 진하게 만들어 준다. 이 덕분인지 국내 누적관객수는 261만 4043명으로 지브리 영화 중 가장 높은 관객을 동원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바이쇼 치에코, 기무라 타쿠야

개봉 2004.12.23. / 2014.12.04.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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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글로벌 매출액 $355,475,917(한화 약 4,039억)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

이제부터는 메달 권이다. 동메달은 역시나 지브리의 명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가져갔다. 일본에서 2350만 명이 극장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았다. 그렇게 일본 내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1위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던 와중,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드디어 1위를 탈환했다. 국내에서는 아쉽게도 15마 9757명에 그쳤으나, 이 영화가 가져온 파급력은 결코 적지 않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모노노케 히메>와 마찬가지로 어른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많은 평론가들이 이를 리뷰하였고, 그중 이동진 평론가의 '터널을 지날 때'라는 글은 두고두고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오며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다.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뒤돌아보지 마세요"라는 이동진 평론가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영화를 보는 건 어떨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히이라기 루미, 이리노 미유

개봉 2002.06.28. / 2015.02.05.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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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너의 이름은.> │글로벌 매출액 $357,986,087(한화 약 4,068억)

<너의 이름은.>(2017)

신카이 마코토 최고 흥행작인 <너의 이름은.>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글로벌 흥행 순위는 3위지만, 국내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순위는 압도적인 1위로 총 373만 7499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키미노... 나마에와!'(너의... 이름은!)라는 명대사를 남긴 덕에 수많은 팬들이 서로 만날 때마다 이름을 물어보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너의 이름은.>은 도쿄 남고생과 시골 여고생의 몸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아직 만난 적 없는 너를, 찾고 있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닿지 못하는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을 신카이 마코토 감독식으로 담았다. 

너의 이름은.

감독 신카이 마코토

출연 카미키 류노스케, 카미시라이시 모네

개봉 2017.01.04. / 2018.01.04.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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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글로벌 매출액 $368,932,624(한화 약 4,192억)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2021)

영예의 1위는 바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다. 네이버 영화 기준, 현재 극장가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2021)을 꺾고 예매 순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나리>(2021) 개봉 전에는 계속해서 1위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굉장한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귀멸의 칼날' 흥행은 비단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내에서 그 인기는 가히 놀라울 정도로 원작 단행본 총판매량이 1억 2000만 권을 넘는다. '귀멸의 칼날'은 다이쇼 시대(1912~1926년)을 배경으로 오니(도깨비)에게 가족을 잃은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하나에 나츠키)가 오니로 변한 여동생을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오니와 싸우는 이야기다. 현재 국내 관람객수는 112만 1963명으로 이는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성과라고 하기엔 거대한 수치다. 이번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흥행이 앞으로 국내외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감독 소토자키 하루오

출연 하나에 나츠키, 키토 아카리

개봉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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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