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TV 드라마,
한 번 보면...(말잇못)...
<에이전트 오브 쉴.드.>
<에이전트 카터>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우리가 아는 마블 영화는
잠시 잊어라

#만화랑 영화랑 모두 욕심낸 마블
미국의 대표적인 만화출판사 마블 코믹스는 DC코믹스와 함께 미국의 만화 산업을 이끌고 있는 곳이죠.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이 곳에서는 스튜디오를 따로 차려 오랫동안 만화책 속 캐릭터가 실사영화에 등장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왔습니다. 2000년 초반, <스파이더맨>, <엑스맨> 시리즈가 인기를 얻게 되면서 캡틴 아메리카, 블레이드, 데어데블, 헐크, 퍼니셔, 판타스틱포, 고스트 라이더 등의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가 줄줄이 만들어졌죠.

그런데 이들 캐릭터는 모두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소위 어벤져스 팀의 영화가 초대박 흥행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마블은 어벤져스 팀의 실사 영화화 성공을 위해서 애초 만화책 팬들이 아니라 영화팬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 위주로, 그러니까 '어벤져스' 멤버 위주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별도의 가상 세계를 만들어 놓고 있었죠. 그 가상 세계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꾸며지도록 설정해놨고 어떤 작가나 감독이 합류해서 만들더라도 그 안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도록 한 것입니다.

#영화로도 모자라!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들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아이언맨>, <어벤져스>, <토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앤트맨> 등의 영화입니다. 그런데 거대한 코믹스 캐릭터 창고나 다름없는 마블에서 인기 많은 이들 캐릭터만 오래 밀고나갈 수는 없었겠죠. 그들이 설정해 놓은 세계 안과 밖에서 이미 수많은 작가, 감독에 의해 탄생된 캐릭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영화와는 다른 플랫폼인 TV를 동원해서 영화와는 다른 마블 코믹스 캐릭터의 매력을 전달하는 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는
같은 시대 이야기?

#TV 드라마는 꼭 봐야 하나요?
영화 <어벤져스>에서 어벤져스 멤버들이 뉴욕 한복판에서 외계 침공을 막아낸 이후, 세상은 본격적으로 슈퍼히어로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영화 속 현실 세계에서 그런다는 설정이지요. 정말 우리 사는 사회 속에 슈퍼히어로가 실재한다면 정말 많은 문제들이 생겨나겠죠? 작가와 감독, 그리고 배우들은 그런 사실적인 상상력을 영화 안에서 잘 풀어내는 겁니다. 그리고 마블은 영화와 드라마의 시대 설정을 동시대로 가정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 재미있겠다 판단했죠. 물론 드라마에 어벤져스 멤버들은 등장하지 않지만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벤져스 멤버들의 뉴욕 사건은 중요한 동기를 제공합니다. (이미 영화를 좋아하는 '많은' 관객들도 자연스레 드라마 시청자로 유입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러닝타임이 2시간으로 제한적인 영화 안에서는 제대로 소개하거나 진행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드라마 안에서는 아주 상세하고 때로는 심각하게 다뤄질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어벤져스 멤버들이 뉴욕 시내 한복판을 외계인 잡는다는 명목으로 쑥대밭을 만들어버려 테러 현장처럼 참혹하게 무너져 내렸죠? 그런데 영화에는 일반인들이 다치거나 죽는 모습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고 했을 때 정말 일반인들이 아무도 죽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정말 슈퍼히어로가 존재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슈퍼히어로의 존재에 대해 아이돌 스타보듯 열광할까요? 그리고 외계인 말고, 거대 조직 히드라 말고 일반 범죄자들이 벌이는 온갖 범죄는 모두 슈퍼히어로 너댓 명이서 막을 수 있는 걸까요? 이런 의문이 낳은 다양한 이야기가 바로 드라마에서 펼쳐지게 됩니다. 이 정도만 이해하고 드라마로 넘어가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겁니다.



#마블 드라마 입문 코스
<에이전트 오브 쉴.드.>
<에이전트 오브 쉴.드.>

영화 <어벤져스>를 비롯해서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본 관객이라면 비밀 정부 기관인 '쉴드(S.H.I.E.L.D.)'가 아주 익숙할 겁니다. 이 드라마는 쉴드의 요원들이 슈퍼히어로의 등장 이후 속속 야기된 수많은 세계 문제들을 '인간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적이라고요? 그러니까 초능력이 없는 일반인 요원들의 뒷이야기가 드라마의 재미 요소로 작용합니다.
<어벤져스>에 등장했던 콜슨 요원(클락 그레그)을 비롯해서 천재 해커 스카이(클로이 베넷) 등의 인물들이 드라마의 주연이고요. 현재 시즌3까지 방영됐고 시즌4의 제작이 결정된 상태입니다. 시즌1에서는 영화에도 주로 등장했던 악당 조직 히드라와의 대결을 그리고 있는데요. 전체 마블 드라마 가운데 가장 먼저 만들어진 드라마인 만큼 모든 이야기 전개의 시초를 다루게 됩니다. 실제 영화의 스토리와도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어서 <어벤져스> 이후 대폭 늘어난 마블 팬들의 만족도를 위해 만들어진 시리즈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사랑과 지구의 운명을
그대에게
<에이전트 오브 카터>
<에이전트 카터>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본 관객이라면 아주 익숙한,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의 그녀 페기 카터(헤일리 앳웰) 요원이 주인공인 드라마입니다. 당연히 이야기의 배경도  2차 세계대전 시절이죠. 시대 배경이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날로그, 클래식한 드라마 분위기가 느껴지겠죠?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진면모는 여성 주인공을 정면에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페기 카터 요원이 처음 등장했던 영화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에도 언급됐던 것처럼 혁혁한 공을 세웠던 그녀는 완벽한 옷차림과 변장술, 격투기 고수로서 여성차별의 장벽을 넘어서며 미국과 지구를 구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사라져버린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 외에 새로운 사랑도 찾게 되죠. 더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시즌2가 방영됐고 추가 시리즈가 만들어지지 않을 거라는 스튜디오의 발표가 있어 사실상 종결된 시리즈입니다.

#마블의 배트맨
<데어데블>
<데어데블>

데어데블은 마블 코믹스 캐릭터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던 캐릭터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이제는 배트맨이 되어버린) 벤 에플렉이 주연을 맡은 영화 <데어데블>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잊혀질 뻔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서 완벽하게 부활했죠. 이 드라마 역시 <어벤져스> 뉴욕 사태 이후의 뉴욕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어릴 때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은 뒤에 다른 모든 감각이 이상하게 발달하면서 히어로가 된 맷 머독(찰리 콕스)이 낮에는 변호사, 밤에는 자경단으로 보이는 다크 히어로 데어데블로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칙칙한 도시의 이면과 느와르 영화 속 갱스터들의 모습, 무협영화에서나 접할 온갖 화려한 무술 액션을 모두 즐길 수 있어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데어데블의 고민도 사실상 DC코믹스의 배트맨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요. 현재 시즌2까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됐고 엘렉트라(에로디 영), 퍼니셔(존 번탈) 등의 동료 혹은 주적 히어로들이 동시에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는 중입니다. 
 

#터프한 여성 히어로의 매력
<제시카 존스>
<제시카 존스>

마블은 영화와 드라마의 연출 전략을 명확하게 구분합니다. 어벤져스 멤버들이 활기 넘치게 히드라 조직을 때려 눕히는 영화의 분위기와 달리 마블 드라마는 어둡고 축축한 도시의 뒷골목에서 인간 쓰레기 범죄자들과 힘들게 싸웁니다. 이들에게는 으리으리한 슈트나 정장 따위는 없습니다. 때리면 살이 찢어지고 피가 튀고 고통에 괴로워합니다. 그럼에도 엄청난 파워와 초인적인 능력이 있죠. 게다가 다들 직업이 있는 '일반인'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벤져스 멤버들이 거의 군인처럼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투만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죠? 제시카 존스(크리스틴 리터)는 탐정입니다. 낮에는 어려운 사람들의 의뢰를 받고 탐정 업무와 슈퍼 히어로 업무(?)를 겸업하는 거죠. 앞서 만들어진 여러 드라마보다 연출의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작품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위스키부터 들이키는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히어로 제시카 존스의 매력에 푹 빠질 기회입니다.

#리스펙트, 브로~!
<루크 케이지>
<루크 케이지>

마블 드라마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주요 배경인 도시의 위치에 따라서 드라마 전체 분위기가 결정된다는 것인데요. <데어데블>이나 <제시카 존스>가 뉴욕의 헬스키친, 차이나 타운 등에서 펼쳐지는 탓에 느와르 스릴러의 장르적 분위기를 풍겨댄다면 이 드라마 <루크 케이지>는 할렘이 배경입니다. 흑인 슈퍼히어로라는 정체성 때문인지 사회에서 핍박받는 소수자, 특히 흑인들의 삶과 애환이 드라마의 에피소드에 많이 담길 예정입니다. 악당도 대부분 흑인이 등장하죠. 아직 드라마가 공개되기 전인데 워낙 코믹스에서도 인기가 좋았던 캐릭터인지라 팬들이 거는 기대가 큽니다. 아내를 잃고 온 몸이 무적 갑옷이 되는 힘을 얻게 된 루크 케이지(마이크 콜터)가 할렘에서 쓰레기처럼 사는 건달들과 싸워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디펜던스>
영화에 '어벤져스가 있다면, 드라마에는 <디펜더스>가 있다.

아직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제작을 먼저 발표한 드라마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드라마 속 슈퍼 히어로들, 그러니까 데어데블, 엘렉트라, 퍼니셔,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등이 모두 한꺼번에 등장하게 되는 드라마 <디펜더스>가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미지수. 하지만 원작 코믹스를 익히 접한 드라마 팬들은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어벤져스 멤버들이라 엑스맨 멤버들보다는 그 인기가 뒤처지겠지만 활약과 존재감은 결코 뒤지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소개한 드라마를 모두 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겠죠?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