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엔 상상도 못 한 일이 시간이 지나 노년이 되면 갑작스럽게 들이닥치곤 한다.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할리우드 스타들도, 무대를 내려오면 똑같은 사람이다. 레전드 배우 로버트 드 니로 또한 최근 '열일'에 대한 이유가 밝혀지면서 관심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로버트 드 니로를 비롯해 노년에 생각 못 한 일로 고생한, 고생 중인 전설적인 배우들의 일화를 전한다.


로버트 드 니로, 다작은 이혼 위자료?

<워 위드 그랜파>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배우'의 대명사 로버트 드 니로. 동년배 배우들이 연기를 접고 여로를 즐기거나, 아니면 연기가 아닌 새로운 예술활동에 도전한 것과 달리 그는 지금도 여러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 관객을 만나고 있다. 대배우다운 연기 욕심인가, 싶었는데 최근 뉴스에 따르면 그건 아니었던 모양. 로버트 드 니로는 아내 그레이스 하이타워와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드 니로 측은 하이타워의 과도한 사치가 드 니로의 코로나 팬데익에 따른 재정적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과중업무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즉 드 니로의 다작은 아내와의 이혼 위자료 때문이란 것. 반대로 하이타워 측은 드 니로로 줘야 할 돈도 주지 않으며 도리어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헬기를 대여하는 등 사치스럽게 지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으니 확언할 순 없지만, 드 니로의 다작이 자의적이기보다 타의적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연기는 늘 보장하는 드 니로가 최근 소비적인 작품에 자주 나오는지 궁금했던 팬들의 궁금증은 해소됐지만, 팬이라면 그 이유를 알고 더 씁쓸했을 듯하다. 


전설도 피해갈 수 없는 치매 숀 코너리

숀 코너리의 마지막 주연작 <젠틀맨 리그>

숀 코너리는 그야말로 전설적인 존재이다. 배우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영국의 워킹클래스 출신이요, 캐릭터 메이킹에 능해 '제임스 본드'부터 마르코 라미우스 함장까지 '오직 숀 코너리만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다수 남겼다. 그렇게 왕성하게 연기 활동을 하던 숀 코너리는 2003년 <젠틀맨 리그>에 출연한 이후 긴 휴식기에 들어갔고, 2010년에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이른 은퇴에도 공식 행사에서 그의 건강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으나 2020년 10월,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사실 치매를 앓았단 사실이 밝혀졌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지만 "치매와의 오랜 싸움"이나 "그로 인한 피해"라는 숀 코너리의 부인 미슐랭 로크브륀느의 언급대로면 그가 치매를 최소 몇 년 앓았던 듯 보인다. 조용히 세상을 떠나길 바란 숀 코너리의 바람처럼 그는 조용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사후 가족들이 공개한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 한 시대가 이렇게 지는구나 처량한 마음마저 든다.

2019년(왼쪽)과 2020년의 숀 코너리

로빈 윌리엄스, 하필 그에게 온 병이…

전 세계에 웃음을 안겨주던 로빈 윌리엄스는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대표작 <알라딘>이나 <패치 아담스>에서처럼 늘 건강한 웃음을 선사하는 그였기에 그의 선택은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항간에는 그가 앓던 우울증 때문에, 혹은 치매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알려졌으나, 사실 그의 인생을 뒤흔든 건 루이소체 치매라는 희귀 질병이었다. 루이소체 치매는 파킨슨병처럼 신체가 둔해지는 증세, 치매처럼 기억력과 인지력의 저하는 물론이고 때때로 환각이나 망상에 매몰되는 정신질환까지 동반한다고. 이 병은 초기에 신체가 굳어지는 증세가 먼저 오기 때문에 파킨슨병으로 진단되곤 하는데, 로빈 윌리엄스 또한 초기에 파킨슨병으로 진단을 받았었다. 로빈 윌리엄스의 부인이 말하길, 2013년 11월부터 몸의 이상을 느꼈고 윌리엄스 또한 이를 이겨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고. 하지만 결국 그는 증세가 악화되자 1년여의 투병 기간을 뒤로한 채 홀로 모든 걸 짊어지는 선택을 했다.

로빈 윌리엄스가 생전 마지막으로 올린 SNS

셜리 듀발, 남에겐 거장, 내게는 질병?

<샤이닝>

<샤이닝>을 안 본 사람이라도, 움푹 파인 큰 눈으로 한껏 입을 벌린 셜리 듀발의 스틸컷은 본 적 있을 것이다. <뽀빠이>의 올리브와 <샤이닝>의 웬디 토렌스라는 극과 극의 캐릭터로 영화사에 남은 그는 2000년대부터 영화에서는 물론이고 근황조차 알기 어려울 정도로 은둔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2016년 한 TV프로그램의 인터뷰로 근황을 전했는데, 인터뷰 중 앞뒤가 맞지 않는 대답을 하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셜리 듀발

당시 셜리 듀발은 <샤이닝>에서 스탠리 큐브릭이 자신의 대사를 수차례 고치고 한 장면을 100번 넘게 촬영하는 등 횡포를 부려 자신이 신경쇠약에 걸렸다고 밝혔다. 분명 큐브릭이 '완벽주의자'로 유명하긴 했지만, 셜리 듀발의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에 '스탠리 큐브릭이 셜리 듀발을 싫어해서 촬영과정을 일부러 고통스럽게 진행했다'는 루머마저 돌았다. 셜리 듀발은 방송 출연 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정신질환에서 조금씩 벗어났고, 2021년엔 <샤이닝> 관련 인터뷰에서 "큐브릭은 잔인한 면이 있지만, 감독인 그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촬영 현장 외에선 무척 친절했다"고 불화설을 부정했다. 

스탠리 큐브릭과 셜리 듀발

고생할 뻔했던 케빈 베이컨

케빈 베이컨
케빈 케이컨 게임

너무 침울한 얘기만 했으니 노년에 고생할 뻔했지만 극복한 배우의 얘기를 꺼내보자. 케빈 베이컨은 1990년대 왕성하게 활동하며 다양한 캐릭터 연기를 선보인 배우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연기활동을 했는지, '어떤 배우든 6명만 거치면 케빈 베이컨에 도달한다'는 케빈 베이컨 게임이 유행했으니까. 그러던 그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한 2년간 거의 단편에서나 볼 정도로 연기에서 발을 뗀 적이 있다. 당시 금융사기꾼 버나드 메이도프가 650억 달러 상당의 금융사기를 일으켰는데, 케빈 베이컨 또한 그 피해자였기 때문. 한평생 일해 모은 재산의 상당 부분을 잃고, 실의에 빠져 연기에 대한 열망마저 식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 그의 부인 세라 키즈윅이 케빈 베이컨에게 계속 재기의 바람을 불어넣었고, 케빈 베이컨 또한 이내 다양한 작품을 가리지 않고 출연했다. 그중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처럼 대중적인 인기와 비평 모두 성과를 거둔 영화도 있어 금세 자신의 입지를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