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엘라
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
출연 엠마 스톤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빌런다운 빌런의 탄생

디즈니답지 않기에 오히려 디즈니다운 엄청난 캐릭터가 탄생했다. 착하고 순수한 주인공 대신 빌런을 주역으로 세운 점은 이미 낯익지만 단순한 선악의 대립이 아니라 악인과 악인이 대결하며 오직 욕망을 위해 싸우는 모습은 색다르다. 순수한 열정을 가진 에스텔라가 광기 어린 크루엘라로 변해가는 과정을 매혹적으로 표출해낸 엠마 스톤의 연기가 불을 뿜고, 잔인하고 냉혹한 남작 부인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엠마 톰슨과의 연기 맞대결도 흥미롭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 말고도 패션계의 전쟁을 다룬 만큼 다채로운 의상이 눈을 즐겁게 하고, 1970년대를 사로잡던 전설의 록 음악이 심장을 울린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매력 넘치는 ‘악녀 비긴즈’
★★★☆
1970년대 런던의 패션계라는 배경 설정, 뛰어난 재능과 뾰족한 기질을 거침없이 발휘하는 캐릭터의 매력이 어우러진 재미가 상당하다. 새로운 작품을 지향하면서도 원작 동화와 애니메이션부터 1990년대 실사영화로 이어진 ‘101마리 달마시안' 스토리와의 연결점은 착실하게 챙겨 변주했다. 정통의 왕좌를 물려받아 새로운 시대 감수성을 이식하는 건, 요즘 디즈니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천국에 갈 착한 여자로 사는 대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스스로 기꺼이 악녀가 된 인물들의 대결이 짜릿하다. 에스텔라가 왜 크루엘라의 삶을 살게 됐는지를 가공할 캐릭터 해석력과 매력으로 선보인 엠마 스톤, 냉혈한 남작부인으로 변모한 엠마 톰슨. 두 배우의 표정과 몸짓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황홀하게 즐겁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스스로 새 이름을 붙인 여자의 이야기
★★★☆
<크루엘라>는 [101마리 달마시안]을 원작으로 두고 있지만 소설과 애니메이션에서는 크루엘라의 이름과 캐릭터 설정만 가져왔다. 에스텔라(엠마 스톤)가 왜 크루엘라가 되기를 선택했는지 찬찬히 따라가며 알려주는 영화에서 달마시안 가죽 코트를 향한 광기의 자리는 패션에 대한 열정이 차지한다. 주류사회에 대한 반항과 전복이 터져 나오던 1970년대 런던과 크루엘라가 만들어내는 옷이며 그를 호위하는 펑크록이 맞아떨어져서 나오는 시각적, 청각적 쾌감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배우로서, 패셔니스타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뿜어내는 엠마 스톤을 언제까지고 보고 싶어진다.

크루엘라

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

출연 엠마 스톤

개봉 2021.05.26.

상세보기

파이프라인
감독 유하
출연 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태항호, 유승목, 배다빈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훔친 기름은 신선한데 옮길 파이프는 녹슬었네

기름을 훔치기 위해 송유관에 구멍을 뚫는 일명 도유 범죄라는 소재는 신선하다. 이야기는 조금 낡았다. 능력 있는 리더와 약삭빠른 배신자, 그리고 사연 많은 멤버까지 수없이 경험했던 익숙한 범죄 영화의 공식이 그대로 펼쳐진다. 그럼에도 안정적으로 극을 리드하는 서인국과 자칫 단순하게 보일 수도 있을 악역 캐릭터를 특유의 분위기를 통해 날을 세운 이수혁의 연기 호흡은 좋다. 지루할 때마다 반전을 일으키며 활력을 선사하는 음문석의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파이프라인

감독 유하

출연 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유승목, 태항호, 배유람, 배다빈

개봉 2021.05.26.

상세보기

인트로덕션
감독 홍상수
출연 신석호, 박미소, 예지원, 김민희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홍상수 월드의 새로운 서문
★★★☆
홍상수 감독의 스물다섯 번째 장편 영화. 변화라면 그동안 개인에게 머물러 있던 시선이 세대로 넓혀졌다는 점이다. 줄곧 작업해온 기성 배우들 대신에 두 신인배우에게 주연의 자리를 부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젊은 주인공들을 내세워 부모 세대와 관계와 그들의 고민, 속 깊은 감정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얼핏 전작들과 다름없어 보이는 구조와 형식도 들여다볼수록 그 주도면밀한 레이어에 탄성이 내뱉어진다. 형식은 갈수록 간결해지고 주제는 깊이와 확장을 거듭하는 홍상수 작품 세계의 새로운 서문과 같은 작품. 홍상수 감독이 발탁한 주연배우 신석호와 박미소의 면면 역시 범상치 않다.

인트로덕션

감독 홍상수

출연 신석호, 예지원, 기주봉, 서영화, 김민희, 조윤희, 박미소

개봉 2021.05.27.

상세보기

애플
감독 크리스토스 니코우
출연 알리스 세르베탈리스, 소피아 게오르고바실리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기억도 리셋이 되나요
★★★☆

기억상실증이 바이러스처럼 퍼진 세상. 영화의 생경함은 이것을 감기처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에서 기인하다. 멜로영화가 사랑해 온 소재를 무연고 환자들을 위한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에 포개 인간 정체성이란 본질과 마주하게 한다. 빛나는 통찰에 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기있는 이야기로 확장시키는 면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제2의 요르고스 란티모스라 불리는 감독의 작품. 흥미로운 데뷔작.

애플

감독 크리스토스 니코우

출연 알리스 세르베탈리스, 소피아 게오르고바실리

개봉 2021.05.26.

상세보기

굴뚝마을의 푸펠
감독 히로타 유스케
출연 아시다 마나, 쿠보타 마사타카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고품격 가족 동화를 보는 환상적 체험
★★★☆
일본 인기 동화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 모험 대작 애니메이션. 검은 굴뚝 연기가 하늘을 가린 마을에 사는 외톨이 소년과 쓰레기장에서 태어난 쓰레기 인간의 우정을 수준 높게 그렸다. 초반부 분위기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가들이 떠오를 정도로 독특한 개성을 물씬 풍긴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불러온 재앙에 갇힌 설정이나 뛰어난 작화, 귀에 감기는 멜로디는 기본이요 가사를 곱씹게 음악 등 눈에 띄는 장점들이 보는 내내 감상을 즐겁게 만든다. 여러 면에서 감독 히로타 유스케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거다.

굴뚝마을의 푸펠

감독 히로타 유스케

출연 아시다 마나, 쿠보타 마사타카

개봉 2021.05.26.

상세보기

써니
감독 오오네 히토시
출연 시노하라 료코, 히로세 스즈, 미우라 하루마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일본 대중문화 전성기를 추억함
★★★☆
관객 730만 명을 동원한 한국 영화 흥행작 <써니>(2011)를 리메이크한 일본 영화. 한국 원작에선 1980년대였던 배경을 1990년대 중반으로 바꿔 여고생 주인공들을 ‘코갸루 세대’를 상징하는 인물들로 내세운 점이 특기할 만하다. 일본 대중문화의 전성기를 다룬 만큼 톱스타 아무로 나미에의 패션과 음악을 비롯해 인기 드라마 주제가, 대중음악 등 당시에 일본문화에 관심을 가졌던 7080세대의 향수를 폭발시킨다.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와 캐스팅을 원작과 비교해 보면 감흥이 더해진다.

써니

감독 오오네 히토시

출연 시노하라 료코, 히로세 스즈, 코이케 에이코, 토모사카 리에, 와타나베 나오미, 미우라 하루마, 릴리 프랭키

개봉 2021.05.26.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