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한 현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에게 관용구처럼 된 이 문장. 가끔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비현실적인 일이 세상에 잠들어있기도 하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도 행동하지 못할 때, 몇몇 감독들은 카메라를 숨기고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참담한 현실을 고발하곤 한다. 최근 극장에 개봉해 화두에 오른 <#위왓치유>를 비롯해 잠입 취재로 진실을 폭로한 다큐멘터리를 소개한다.


<#위왓치유>

다큐멘터리가 6주간 흥행 1위. 쉽지 않은 이 기록을 세운 다큐멘터리가 <#위왓치유>다. 체코의 온라인 성학대 실체를 파헤치고자 바르보라 차르포바와 비트 클루삭 감독은 함정을 판다. 세트를 준비하고 어려보이는 배우 3명을 12살 소녀로 위장시켜 랜덤채팅을 진행한 것. 이 과정에서 2천여 명의 남성이 그들에게 성희롱을 하고 노출을 강요하는 등 아동 성범죄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체코 내부에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온라인 성범죄를 단순한 재현이나 인터뷰 등이 아닌 실제 상황을 포착해 고발한 <#위왓치유>는 문제의식을 환기시키는 데 성공했다. 다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방식으로 배우에게도 또 다른 학대를 유발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고.

#위왓치유

감독 비트 클루삭, 바르보라 차르포바

출연

개봉 2021.06.03.

상세보기

<더 코브> & <멸종을 막아라>

<더 코브>
<멸종을 막아라>

이런 유의 폭로 다큐멘터리라면 <더 코브>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일본에서 암암리에 자행한 고래 사냥을 바위 모양의 카메라로 포착해 전 세계에 공개한 <더 코브>. 이 작품을 진두지휘한 루이 시호요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가 2015년 공개한 <멸종을 막아라> 또한 잠입 취재를 기반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다만 이번엔 중국 야시장 취재를 시작으로 바다 한가운데 고래들의 일상까지 포착하면서 '종'이 아닌 '지구 생태계'로 메시지를 확장한다. 중국 야시장의 풍경은 전작 못지않게 관객들을 소름 끼치게 할 야만성이 느껴지는데, 이를 담기 위한 제작진의 노고에 놀랄 따름이다. 이런 메시지에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영상 퍼포먼스까지 보면 다큐멘터리 한 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손길이 닿았는지 새삼 체감된다.

멸종을 막아라

감독 루이 시호요스

출연

개봉 미개봉

상세보기

<잠복> (The Mole)

북한은 정말 특이한 나라다. 아직까지 분단국가이며(이건 대한민국도 그렇지만) 요즘 보기 어렵다는 3대 세습까지 성공했으니까. 그래서인지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북한이란 진귀한 소재를 항상 주시하는 듯하다. 매즈 브루거도 그런 인물 중 한 명이다. 북한에서 태어나 스웨덴으로 입양 온 두 남자와 함께 북한을 향한 <레드 채펄>로 독창적인 시선을 내비친 매즈 브루거는 2020년 <잠복>이란 신작을 발표했다. <잠복>은 매즈 브루거가 요리사와 전직 군인을 무기 상인으로 둔갑시켜 북한과 접촉한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다. 북한은 몇 년 동안 공들인 매즈 브루거 팀의 함정에 빠져 자신들의 무기를 판매해 이익을 챙기려는 민낯을 드러냈다. 작품이 공개되자 북한은 다큐멘터리가 조작이라고 반박했으나 (당연히) 아무도 믿지 않았고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태양 아래>

러시아어, 한국어를 연상시키는 로고가 인상적이다.

<잠복>과는 비슷한 듯 결이 다른 잠입 취재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 이 작품은 원래 잠입 취재나 폭로를 의도하지 않았다.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단지 북한의 일상을 찍고 싶었다. 그래서 오디션을 보고 북한 정부의 허가도 받아 북한에 입국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소녀 진미의 집이 바뀌어있고, 수상한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는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카메라 속 인물들에게 '대본'이 있는 걸 알아챈 만스키 감독은 북한 정권이 검열한 '일상'과 실제 생활상 모두 카메라에 담았다. 출국 때도 보여주기용 촬영본을 따로 구비해서 북한 당국을 속였으니, 첩보전 못지않았으리라. 북한의 실상과 기만을 담은 <태양 아래>는 호평을 받았으나, 북한에 남을 수밖에 없는 진미의 안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태양 아래

감독 비탈리 만스키

출연

개봉 2016.04.27.

상세보기

<아이보리 게임: 상아 전쟁>

시대를 막론하고 우상시되는 동물이 있다. 커다란 덩치에 순한 성격, 그러면서도 위엄 있는 큰 상아의 코끼리도 그런 동물 중 하나다. 특히 코끼리의 상아는 언제나 '귀중품' 취급을 받아 인간들의 타깃이 되곤 한다. 고릿적 약재부터 지금의 미술품 재료까지 코끼리의 상아는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귀중품이었고, 그 때문에 안타깝게도 대규모 불법 사냥 및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 키프 데이비슨과 리처드 래드카니는 상아 불법 매매를 주제로 합작에 나섰다. 여기에 야생 동물 관련 고발 단체 '와일드리크스'가 합세해 중국의 불법 암시장부터 밀렵꾼 조직을 전담한 탄자니아 수사팀까지 코끼리 상아 불법 매매 현장 전반을 포착한다. 모든 부분이 경악스럽지만 단연 '암시장' 파트가 독보적으로 신기하다. 암시장이 결코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풍경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보리 게임: 상아 전쟁

감독 키프 데이비슨, 리처드 래드카니

출연

개봉 미개봉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