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2021)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 운동을 넘어, 미래 시대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앞에 종이 손 피켓을 들고 스웨덴 정부를 향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설 것을 요구한 그 작은 행동은 전 세계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고, 이제는 명실상부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 되었다. 

이번에 개봉하는 그레타 툰베리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그레타 툰베리>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그레타의 모습을 담았다. 그레타가 스웨덴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후위기를 선거의 핵심 의제로 올릴 것을 요구하며 홀로 시위를 하던 때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보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기까지의 1년을 담고 있다. 고작 1년, 어른들에겐 눈 깜짝할 새지만, 그레타에겐 무수히 많은 공격과 책임으로 짓눌러지는 시기였다. 수많은 어른들이 그를 향해 ‘아이답게’ 있으라 이야기를 하지만, 그는 그런 어른들의 말을 뒤로하고, 오히려 더욱더 강한 어조로 일갈한다.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어요.”라고 하며 어른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오늘은 그토록 화제였던, 이제는 시대의 아이콘이 된 그레타 툰베리에 대해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레타 툰베리

감독 나탄 그로스만

출연

개봉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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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 증후군

2003년생인 툰베리는 8살이 되던 2011년, 기후변화에 대해 처음 듣고 난 후 처음으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알게 된다. 명백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의문을 품던 그는 본격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해 공부를 했고, 그 끝은 절망과 좌절이었다. 막막한 현실과 깨뜨리기 어려운 벽, 명백하게 다가오는 위기에 툰베리는 11살, 우울증을 겪으며 아스퍼거 증후군과 강박장애, 거식증 및 선택적 함묵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기후변화 반대론자들은 이로 툰베리를 공격한다. 실제로 미국 '폭스티브이'의 출연자도 ‘정신적으로 병든 스웨덴 소녀’라 그를 불러 논란이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켜보고 있는 모습
그레타 툰베리 트위터

툰베리와 트럼프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그에게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알만한 사실이다. 그는 트위터 자기소개란에 “아스퍼거 장애를 지닌 기후 환경 운동가. 375ppm이던 때 태어남”이라고 적어 놓았다. 여기서 375ppm은 그가 태어난 해인 2003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다. 2020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트윗에 대한 툰베리의 대응

2019년,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툰베리를 선정한 데에 있어, 트럼프는 “기가 막힌다. 그레타는 분노조절 문제에나 신경을 써라. 나가서 친구랑 좋은 고전 영화나 봐라. 진정해, 그레타. 진정해!”라며 그를 조롱했다. 

그러자 툰베리는 “분노 조절 문제에 신경 쓰고 있는 청소년. 요새는 화를 죽이고 친구와 고전 영화를 보는 중”이라고 트위터 대문글을 바꾸어 놓으며 응수했다. 

'개표 중지' 트윗을 올린 트럼프에 대한 툰베리의 반응

여기서 그치지 않고, 트럼프가 “개표를 중지하라”라는 트윗을 올리자, 그는 그가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기가 막힌다. 도널드는 분노 조절 문제에나 신경을 써라. 나가서 친구랑 좋은 고전 영화나 봐라. 진정해, 도널드. 진정해!”라고 다시 한 번 받아쳤다. 

유엔정상회의 당시 툰베리 연설에 대한 트럼프의 트윗.
위의 트럼프 트윗에 대한 툰베리의 대응

유엔정상회의 당시, 툰베리가 “대멸종의 시작점에 있는데 당신들은 돈 얘기만 한다”며 비판을 하는 모습을 트럼프가 트위터에 공유하며, “밝고 환상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아주 행복한 소녀 같다. 보기 좋다!”고 조롱했다. 이에 툰베리는 또 한 번 트위터 대문글을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아주 행복한 소녀”로 바꾸어 가볍게 받아쳤다. 


UN연설
우린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오로지 돈 타령에 끝없는 경제 성장 신화에 대해서만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도중 각국 지도자를 향해 강한 어조로 연설하고 있는 그레타 툰베리

"How dare you?" 미국 유엔본부, 정상들을 향해 16살 그레타 툰베리가 한 일갈이다. 그는 바다 반대편 학교에 있어야 할 자신을 당신들의 거짓말로 이곳에 세웠다며, 어린 시절과 꿈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만난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나의 말을 이해하고, 위급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했으나 행동하는 것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당신들이 정말로 이해하고도 행동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악마와 다르지 않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상회의 직후, 다른 청소년들과 함께 독일, 프랑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터키 5개국이 ‘아동권리조약’에 따른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며 유엔에 제소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할 행동을 취하지 않아, 자신들의 인권이 침해당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들은 이에 대해 금전적 보상 대신 해당 국가들의 기후 변화 목표 변경과 타 국가간의 공조를 요구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는 2018년 8월부터 학교를 빠지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 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국가가 진지하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받아들일 때까지, 매주 금요일 의회 앞에서 시위를 했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툰베리의 1인 시위는 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결국 미래를 위한 금요일 동맹 휴교일이었던 2019년 5월 24일에는 전 세계에서 100만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시위에 참여했다. 호주, 브라질, 인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영국, 독일, 일본, 필리핀, 우간다 등 나라의 지리적 위치, 경제적 지위와는 관계없이 100개국 이상에서 그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이 운동을 계기로, 툰베리는 국제앰네스티의 최고 영예인 양심대사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모두가 당신을 보려고 모였다”는 말에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을 대표해 국제앰네스티 양심대사상을 받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이 상은 제가 받은 상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받은 상입니다. 우리 활동이 인정을 받고, 우리의 싸움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미디어와 루머
그레타 툰베리 SNS에 올라온 논란의 사진

어린아이가 어떻게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냐며, 툰베리의 뒤에 배후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배후세력이 조종하는 꼭두각시로, 퍼포먼스용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그레타 툰베리를 검색하면 ‘이중성’이라는 단어가 함께 따라붙는다. 크게 세 가지 사건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그가 일회용 플라스틱에 담긴 비건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는 환경 보호를 위해 비행기가 아닌 기차를 이용하는데, 그곳에서 일회용 용기에 담긴 비건 도시락을 먹는 사진을 SNS에 업로드 했다. 두 번째는 그의 집에 있는 최고급 가죽 소파다. 비건 음식을 먹지만, 가구는 왜 가죽 소파를, 그것도 최고급으로 이용하냐는 것이었다. 

그레타 툰베리의 SNS에 올라온 요트 사진.

마지막으로 가장 논란이 된 건 유엔(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할 때 태양과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넌 일이다. 그는 당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운송수단을 타겠다며, 태양광 요트를 이용했다. 무려 2주 만에 대서양을 건너 국제적인 화제가 된 바 있다. 실제로 그와 그의 가족들은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이라 명명한 비행기 탑승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비행기가 시간당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운송수단인 만큼, 태양광 요트를 타고 건넌 그의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러나 해당 태양광 요트를 움직인 선원들은 영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던 것으로 알려지며 툰베리의 행보는 위선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외에도 툰베리의 집안환경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툰베리의 할아버지 올로프 툰베리는 스웨덴의 유명 배우이자 감독이며 아버지는 연극배우, 어머니는 오페라 가수다. 즉, 툰베리는 상류층이며, 그 특혜를 누린 존재라는 얘기다. 

그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많다. 무엇이 맞는지 판단하는 건 개인의 몫이다. 그의 행동을 위선으로 볼지, 환경 운동의 선두로 볼지는 개인이 무엇을 보고 있고, 또 믿고 있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