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제한
감독 김창주
출연 조우진, 이재인, 진경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속도감, 몰입감을 모두 잡은 조우진의 하드캐리

아이들과 함께 탄 차 안에 설치된 폭탄, 돈을 원하며 협박하는 범인 때문에 내리지도 멈추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익숙한 소재지만 다루는 방법은 영민하다. 서사의 주 무대를 자동차로 설정해 차 안이란 한정된 공간이 주는 몰입감과 위기를 벗어나려 달리는 순간의 속도감을 적절히 활용해 긴장감을 견인한다. 범죄의 이유와 영화의 공간적인 배경이 자연스레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연상케 한다. 금융자본이 서민에게 끼친 악행에 대한 비판도 영화의 한 축이다. 조우진, 지창욱, 이재인, 진경 등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특히 운전석 위에 머물면서도 공포와 불안, 그리고 연민까지 완벽하게 표정으로 담아낸 조우진의 연기에는 어떠한 이견도 없을 것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절박함으로 달려가는 94분
★★★
모두가 절박하다. 협박을 받는 자, 사건을 해결하려는 자, 협박하는 자, 차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자까지. 영화는 각 위치의 인물들을 비추며 rpm을 높여간다. 협박의 목적과 주체는 금세 유추되기에 추리의 재미는 덜한 편. 오히려 극 안에서 의외로 여러 번 발생하는 정적인 순간들의 정서로 차별점을 보이려 한 듯 보인다. 부산이라는 공간 배경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이라는 현실 세계와의 접점을 가지며, 이후 영화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돈을 둘러싼 사회적 모순을 겨냥한다. 리얼 타임에 가까운 스릴러라는 점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는 것들이 있지만, 인물의 절박함으로 관객을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만드는 힘은 나쁘지 않다. 다만 대부분이 말로 이뤄지는 영화임을 감안했을 때, 대사의 밀도와 말맛은 아쉽게 느껴진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비현실적인 어느 날의 출근길이 고발하는 현실

VVIP 고객 대상 은행의 센터장 성규(조성진)는 평범한 출근길에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걸려온 전화는 차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으니 살고 싶으면 돈을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영화는 자동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 휴대폰을 통해서만 전달되는 범인의 목소리 등 제한된 설정 안에서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해 몰입감을 높인다. 해운대 곳곳을 누비며 카체이싱이 펼쳐지는데 세련된 도심의 풍경, 호젓한 해변과 스산한 만까지 갖추고 있는 해운대를 십분 활용했다. 성규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따라가다 보면 약자를 착취하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소극적인 각색
★★☆
상황적으로 덜컥거리는 부분이 많아서 원작인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을 찾아봤더니, 원작도 그렇다. 각색 작업에서 원본의 단점을 만회할 기회를 놓쳤거나 눈 감았다는 의미인데, 여러모로 소극적인 각색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나마 각색의 변형은, 한국적 신파 코드를 심는 데 거의 쓰였다. 그러나 초중반을 책임지는 속도감이 좋고, 속도가 줄어드는 후반부엔 조우진의 연기가 집중력 이탈을 막는다. 조우진의 극을 이끌어 나가는 역량만큼은 확실하게 확인 사살하는 영화.

발신제한

감독 김창주

출연 조우진, 이재인, 진경

개봉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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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의 보디가드 2 
감독 패트릭 휴즈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사무엘 L. 잭슨, 셀마 헤이엑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이제는 수가 읽힌 구강액션
★★☆
물량공세 액션과 그보다 더 강력한 모터를 단 입에서 나오는 구강 액션으로 재미를 봤던 전편을 그대로 이어간다. 1편에서 신선했던 킬러와 보디가드 조합을 재탕하는 대신 킬러의 아내 소니아(셀마 헤이헥)를 영입해 한층 더 강도 높아진 구강액션을 꾀한다. 킬러와 보디가드의 불협화음에서 나오는 유머는 여전하고 그들 모두를 쩔쩔매게 만드는 소니아의 거친 매력은 강력하지만 전편과 동일하게 반복되는 코미디의 수는 전처럼 터지진 않는다.

킬러의 보디가드 2

감독 패트릭 휴즈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사무엘 L. 잭슨, 셀마 헤이엑

개봉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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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루프탑
감독 김조광수
출연 이홍내, 정휘, 곽민규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편견 대신 청춘의 사랑이 꽃피는 옥탑
★★★
정체성에서 출발한 존재론적 고민에 괴로워하고, 사회적 억압에 갇힌 성소수자들의 모습에서 최대한 멀리 달아난다. 그렇다고 이것이 무책임한 도주나 외면은 아니다. 취업과 연애 문제 등 평범한 일상에 놓인 청춘의 모습을 그릴뿐이다. 당연하지만 퀴어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도 유쾌하고 발랄한 일상은 존재하며, 그것을 담아낸 이 영화의 시도 자체가 이미 소박한 성취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옥탑방이나 인터넷 방송 등의 장치들이 결코 20대 전체를 대변하는 문화라 할 순 없겠지만, 청춘 세대에게 최대한 쉽고 가깝게 다가가려는 제스처로 읽힌다. 영화 자체보다는 아직 발견될 것이 더 많은 젊은 배우들의 매력을 마주하는 기쁨이 더 큰 작품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퀴어물, 90년대생을 만나다
★★☆
<소년, 소년을 만나다>의 자장 아래 놓인, <친구사이?>의 친구 격 영화. 무겁고 진지한 퀴어물 사이에서 밝고 샤방샤방한 퀴어 로맨스를 만들어 온 김조광수 감독의 인장이 강하게 찍힌 퀴어 로맨스다. 극 전반의 찰기는 다소 아쉽지만, 90년대 청춘들 각각의 에피소드는 충분히 재미있고 인물들 매력도 잘 살아있다.

메이드 인 루프탑

감독 김조광수

출연 이홍내, 정휘, 곽민규, 염문경, 이정은, 강정우

개봉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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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밤
감독 이지형, 김솔
출연 문승아, 최준우, 김채원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가족의 해체를 다루는 방식을 눈여겨보라
★★★☆
어린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한 가족 이야기라는 점에서 최근 몇 년간 주목받은 한국 독립영화들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독자적인 장점이 있다. 이혼을 준비하는 부모로 인해 일상의 큰 변화를 받아들여야하는 두 남매의 상황을 디테일한 대화와 일상적 연출로 그려낸다. 어른들의 이기적인 선택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아이들 캐릭터는 상처를 받을지언정 건강해 보인다. <소리도 없이>(2020)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아역배우 문승아의 야무진 연기 못잖게 오빠를 연기한 최준우의 정제된 연기가 영화의 정서를 한데 모은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준비되지 않은 이별, 마음이 흩어지는 밤
★★★
곧 흩어질 상황에 놓인 4인 가족을 아이의 시선으로 따라간다. 부모의 이혼 선언만큼이나 아이들을 심란하게 하는 건 누구와 살 것인가. 선택의 시간 안에서 아이들은 알 수 없는 근심과 불안을 맛본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혹은 선택받을 것인가. 이는 어쩔 수 없이 나머지 한쪽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이다. 부모의 이혼이 아이들에겐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차분하게 담아낸 영화다. 어른들 사이에서 자신의 가치를 영리하게 살피는 문승아의 눈치 백 단 연기는 <소리도 없이>에 이어 다시 한번 놀라움을 자아낸다.

흩어진 밤

감독 이지형, 김솔

출연 문승아, 최준우, 김채원, 임호준

개봉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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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카페, 온정
감독 최창환
출연 강길우, 김우겸, 박수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식물의 사연
★★★
독특한 소재의 독특한 형식이다. 카페에 사람들은 반려식물과 함께 방문한다. 그 사람들에겐 각자의 사연과 트라우마가 있다. 카페 주인 현재는 그 사람들을 맞이하며 카운슬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그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난다. 영화 대부분이 카페 안에서 진행되기에 공간적 단조로움이 있긴 하지만, 그것을 다양한 ‘식물 토크’가 채운다. 심심한 듯하면서도 온기가 있는 영화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치유와 위로의 공간에서
★★☆
‘심야식당’의 카페 버전 같은 영화다. 극 중 온정은 가까이에서 여러 죽음을 목격해야만 했던 주인공이, 정성껏 살리고 돌보아야 하는 식물을 곁에 두는 곳이다. 치유와 위로를 머금은 공간성은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느슨한 에피소드 구조 안에서 각 인물의 이야기와 식물을 연결하는 시도가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참신한 영화적 재미나 풍성한 사유의 힘을 발견하긴 어렵다. <내가 사는 세상>(2018), <파도를 걷는 소년>(2019) 등에서 날카로운 사회적 시선을 견지했던 최창환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고요한 가운데 단단한 힘을 발휘하는 강길우 배우만큼은 적역이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정성을 쏟는데 온기는 오래 남지 않는
★★☆
소재가 참신하다. 식물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공이 가게를 찾은 손님들이 가져온 식물 상태를 살펴 주고, 그들에게 알맞은 허브 음료를 제공하고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진다. 크게 세 개의 에피소드가 주인공과 손님들이 주고받는 대화로 꾸려지는데 에피소드별로 심어 놓은 자기 회복이라는 주제는 음미할 만하지만 동어반복이기도 해서 의미가 반감된다. 주인공이 트라우마를 드러내고 상대를 치유하는 과정이 다분히 설명적이고 배우들의 연기 톤이 고르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식물카페, 온정

감독 최창환

출연 강길우, 김우겸, 박수연, 서석규, 이가경

개봉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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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센도
감독 드로 자하비
출연 페테르 시모니슈에크, 다니엘 돈스코이, 사브리나 아마리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진정한 합주를 보고 듣고 느끼게 될 것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젊은 음악가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평화의 연주회를 여는 프로젝트가 꾸려진다. 오디션으로 선발된 두 국가의 젊은이들이 뿌리 깊은 반목과 갈등을 내려놓지 못하자 그들을 이끄는 마에스트로는 화해의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한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고 극적 요소가 과하게 첨가된 부분도 있지만, 적재적소의 클래식 음악과 친절한 지휘로 평화론을 들려준다. 영화가 일러주는 화합의 자세는 특정 국가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배움이기도 하다. 명 레슨을 놓치지 말자

크레센도

감독 드로 자하비

출연 페테르 시모니슈에크, 괴츠 오토, 다니엘 돈스코이, 사브리나 아마리, 메흐디 메스카르, 비비아나 베글라우

개봉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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