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2021)

디즈니·픽사의 신작, <루카>는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해변 풍광을 사실적으로, 동시에 동화같이 표현해냈다. 이탈리아 북서부의 리비에라 지역의 친퀘 테레의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루카>는 단순히 이탈리아의 해안가의 아름다움만 끌어오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지역의 자연과 문화적 특색을 부각시켰다. 나아가서는 이탈리아 영화의 황금기를 추억하며, 그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데에 쓰이기도 했다.

<루카>는 뭍을 궁금해하는 바다 괴물 루카의 이야기다. 육지 괴물을 조심하라는 엄마의 당부에도 그는 뭍의 사람들이 궁금하다. 그는 결국 새로운 친구 알베르토와 함께 육지 모험을 떠난다. 물이 조금이라도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하기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함께 나아간다.

이탈리아 출신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자전적 경험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어린 시절, 부끄럼이 많았던 그를 알베르토라는 친구가 바깥으로 이끌어 주었다. <루카>는 결국 감독이 소년이었던 자신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인 셈이다. 젤라또와 파스타, 스쿠터 베스파와 빨래터 등 이탈리아 해변 마을의 풍광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덕분에 관객들 역시 마치 그의 유년 시절 뜨거웠던 이탈리아로 떠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준비한 디즈니와 함께 떠나는 세계 여행! 비주얼 장인 디즈니가 준비한 세계의 풍경을 골라서 살펴보는 건 어떨까.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는 센스!

루카

감독 엔리코 카사로사

출연 제이콥 트렘블레이, 잭 딜런 그레이저, 엠마 버만

개봉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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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 멕시코
<코코>(2018)

디즈니·픽사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코코>는 디즈니·픽사와 세계 여행이란 주제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영화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코코>는 열두 살 소년 미구엘이 망자의 날, 저승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망자의 날’은 멕시코 기념일로, 할로윈과 무드가 비슷하지만 추모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종교적이다. 멕시코 사람들은 망자의 날이 되면 죽은 자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세상에 내려온다고 믿고 있다. 사람들은 성묘를 하고, 촛불과 마리골드꽃으로 주변을 채운다. 해골 분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는 다소 낯설었던 멕시코의 문화, 그것도 죽음과 관련된 기념일을 <코코>는 동화적으로 풀어냈다. 멕시코의 전통은 물론, 음악과 문화를 모두 가져와 만든 <코코>의 저승은 지금껏 미디어에 비춰진 저승 중 가장 독창적이었다. 픽사 애니메이션 중 최초로 서구 문화를 탈피한 첫 장편 애니메이션인 <코코>의 성공에 힘입어 디즈니·픽사는 이후로 서구 문화가 아닌 새로운 문화권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코코>가 디즈니·픽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영화인 셈.

(왼쪽부터) <코코> 속 죽은 자들의 제단 / 실제 죽은 자들의 제단

덧붙여, <코코>의 배경은 미구엘이 ‘살고’ 있는 멕시코 산타 세실리아와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나뉘는데, 작은 시골 마을인 산타 세실리아와 달리 죽은 자들의 세상은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코레오스 데 메히코 궁전은 멕시코시티에 있는 중앙 우체국으로 <코코>에서 산 자의 땅과 죽은 자의 땅을 나누는 중앙역의 원형이다.

(왼쪽부터) <코코> 속 중앙역 모습 / 실제 코레오스 데 메히코 궁전 내부
코코

감독 리 언크리치

출연 벤자민 브랫,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안소니 곤잘레스

개봉 201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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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 - 폴리네시아
<모아나>(2017)
<모아나>의 배경인 가상의 섬, 모투누이

하와이의 뜨거운 태양과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그대로 담고 있는 <모아나>는 폴리네시아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너무나도 낯선 폴리네시아. 지리학적으로 폴리네시아는 하와이 제도, 뉴질랜드, 이스터 섬을 잇는 폴리네시아 삼각형 안의 섬들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중앙 및 남태평양에 흩어져 있는 1000개 이상의 섬들이라고 보면 된다. <모아나>의 주인공, 모아나는 폴리네시아의 원주민으로 기존 디즈니 여성 캐릭터에 비해 굉장히 고증이 잘 된 편이다. 곱슬머리에 짙은 피부, 사냥에 능한 부족다운 적절한 근육까지. 톡 치면 쓰러질 듯 말랐던 기존 공주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모아나>는 폴리네시아 자문단(Oceanic Story Trust)을 꾸렸을 정도로 폴리네시아 문화를 최대한 녹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덕분에 로튼토마토 신선도 96%라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왼쪽부터) 테 티아 로아, 피지
사모아인의 모습

<모아나>의 배경을 하와이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실제 배경이 된 곳은 테 티아 로아, 사모아, 피지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론 클레멘츠 감독은 테 티아 로아, 피지, 사모아, 타히티, 뉴질랜드 등 여러 섬을 방문하며 <모아나>의 세계관을 만들어 갔는데 그중에서도 지형적으로 <모아나>의 배경과 가장 닮은 건 위의 세 섬이다. 뉴질랜드에선 마오리족의 신화를 빌려 왔는데, 그곳 신화에 등장하는 그린스톤이 테 피티 심장의 원형이다.

모아나

감독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출연 드웨인 존슨, 알란 터딕, 아우이 크라발호, 저메인 클레멘트, 니콜 셰르징거, 테무에라 모리슨, 레이첼 하우스

개봉 20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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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 노르웨이 베르겐
<겨울왕국 2>(2019)

환상 같은 오로라와 깎아지른 빙하, 피오르드 등 보는 내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던 하얗고 푸른 세계, 겨울왕국의 아렌델은 모두의 예상대로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베르겐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북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곳으로, 적은 인구에도 활력이 넘쳐나는 항구도시다. 12~13세기 즈음에는 수도이기도 했으니, <겨울왕국>의 시간적 배경을 떠올려보면 베르겐과 가장 닮아 있는 게 납득이 간다.

노르웨이 베르겐
후티루튼 항해

애니메이션계의 한 역사를 쓴 <겨울왕국>의 흥행을 노르웨이가 놓칠 리 없으니, 현재 노르웨이에선 <겨울왕국> 투어를 만나볼 수 있다. 후티루튼 항해 체험과 함께 서부 피오르를 감상할 수 있으며, 기차 여행도 포함되어 있다. 후티루튼 항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해로도 불리는데, 여름에는 백야를, 겨울에는 오로라를 볼 수 있어 체험객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한다.

겨울왕국

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

출연 크리스틴 벨, 이디나 멘젤

개봉 201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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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

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

출연 크리스틴 벨, 이디나 멘젤

개봉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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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 뉴욕 브루클린
<소울>(2021)

<소울>에서 그려내는 뉴욕은 위의 영화들과는 달리, 다분히 사실적이다. 영화에선 뉴욕의 오래된 지하철과 뒷골목을 그대로 표현했는데, 이에 대해 스티브 필처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아름답게 낡고 마모한 모습 그대로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조 가드너가 재즈 실력을 뽐냈던 하프 노트 클럽 역시 뉴욕의 유명 재즈클럽들의 특징을 한데 모아놓은 리얼한 공간이다. 유서 깊은 명문 재즈클럽의 중후한 멋이 브루클린의 가을 풍경과 포개지며 현실 세계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새롭진 않지만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보여주기엔 충분하다.

뉴욕의 한 재즈바
브루클린의 모습

브루클린 동네의 작은 양복점과 동네 이발소, 재즈 클럽에서는 주인공 조 가드너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흑인의 재즈 문화가 그대로 반영된 브루클린의 풍경은 재즈에 대한 제작진의 헌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실제로 극중 유명 재즈 뮤지션 도로시 윌리엄스 역을 맡은 안젤라 바셋의 고향이 뉴욕인데, 그는 영화를 보며 그 사실적인 표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유년시절 이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뉴욕이지만, 그때 그 시절의 풍경과 분위기, 하물며 그곳의 먼지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해냈다고.

소울

감독 피트 닥터

출연 제이미 폭스, 티나 페이, 다비드 딕스

개봉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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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 동남아시아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2021)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디즈니 최초로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가상의 국가 쿠만드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수천 년 전 동남아시아의 모습을 상상해서 그려내고 있다. 쿠만드라에는 5개의 부족이 살고 있으며, 각 지역은 저마다 다른 문화를 지니고 있다. 돈 홀 감독은 동남아시아의 여러 지역을 답사해 쿠만드라라는 공간을 창조해 냈는데, 이에 대해 논란이 많다. 바로 각기 다른 문화를 지니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국가 문화들을 한 데 섞어 오히려 ‘정체불명’이라는 것이다.

(왼쪽부터) 살라콧, 실랏
칼리 아르니스

주인공 라야가 쓰고 잇는 모자는 필리핀 전통 모자 살라콧을, 라야의 전투 스타일은 인도네이사의 전통 무예 ‘실랏’과 필리핀의 전통 무술 칼리 아르니스를 떠올리게 한다. 동남아시아 전반에 깔려 있는 보편적인 문화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제작진의 의도와는 달리, ‘동남아시아의 정체성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디즈니 공주들에게선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액션은 웬만한 액션 영화를 능가하는 수준이었고, 영화의 만듦새 역시 '믿고 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답게 탄탄한 퀄리티를 자랑했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감독 돈 홀, 까를로스 로페즈 에스트라다

출연 켈리 마리 트란, 아콰피나, 산드라 오, 대니얼 대 킴, 젬마 찬

개봉 202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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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