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이트
감독 권오승
출연
진기주, 위하준, 박훈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살인마보다 들으려 하지 않는 세상이 더 무섭다
★★★
소리가 사라지니 나머지 감각이 더 예민해진다. 소리를 시각화하는 센서등, 시점에 따라 나타나고 사라지는 음향효과 등이 공포심과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모든 서사가 매끈하지는 않다. 다소 답답한 지점이 분명히 있지만, 처지를 달리해보면 그게 오히려 당연한 것임을 알게 된다. 말하지 못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들으려 하지 않는 게 이유다. 핸디캡을 가진 피해자로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진기주의 열연이 돋보인다. 영화가 장애를 다루는 태도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엿보이는 점도 반갑다.

미드나이트

감독 권오승

출연 진기주, 위하준, 박훈, 길해연, 김혜윤

개봉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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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하이츠
감독 존 추
출연 안소니 라모스, 멜리사 바레사, 코리 호킨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철저하게 낙관적이고 완벽하게 흥겹다
★★★

흥겨움과 열정을 빈틈없이 채웠다. 모든 장면이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러닝타임 내내 화려한 축제를 보고 있는 기분이다. 라틴 리듬과 흑인 음악 등 다양한 장르와 문화를 혼합하고 버무린 솜씨도 일품이다. 모든 것이 낙관적으로 보일 만큼 완벽하게 즐겁다. 야심 차게 드러낸 인종 차별, 이민자 배척, 지역 임대료 상승 등의 사회 문제가 화려함 뒤에 가려 의미가 반감된 점은 아쉽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군무에 들썩’, 이야기 전개에 살짝 시들
★★★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보면 인 군무들이 즐비하다. 힙합, 살사, R&B, 등의 음악도 기막히게 잘 썼다. 반면 인물 간 갈등 해결이 갑작스럽고, 라틴계 이민자들이 품은 여러 고민도 '깊게' 보다 '넓고 얕게' 펼쳐내는 데 그치면서 후반부 긴장감이 충분히 쌓이지 못한다. 여러 인물을 품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이야기 흐름 연결을 조금 더 매만졌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은 단점보다 크다. 특히 대규모 정전이 안긴 무기력함을 이겨내려는 후반부 서사가 지금의 펜데믹 시대를 관통하는 지점이 있어 더 어깨 들썩이게 된다.

인 더 하이츠

감독 존 추

출연 안소니 라모스, 멜리사 바레사, 코리 호킨스, 레슬리 그레이스, 스테파니 비트리즈, 린-마누엘 미란다

개봉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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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순간
감독 소준문
출연 고두심, 지현우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어떻게 나에게 그대란 사랑이 온 걸까
★★
'얼마나 파격적인가'는 <빛나는 순간>에 걸맞은 기대감은 아닌 듯하다. 오히려 질문의 방향은 이렇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무엇이 파격인가'. 사랑의 행보를 주목하는 작품은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사랑의 시작과 그 사랑에 대한 선택과 책임의 순간까지,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걸어가는 길에 마음을 다한다. 또한 해녀의 강인한 삶에 바치는 예우를, 각기 다른 4월의 아픔을 공유하는 이들 사이의 연대감을, 그로 인해 그들 일생에 찾아온 '빛나는 순간'을 훨씬 더 사려 깊게 담아낸 작품이다. 중년을 지나 노년으로 접어드는 여성의 인생을 넓고 깊은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시도라는 점에서 소중하다. 제목처럼 두 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도 빛나는 순간으로 남을만한 영화다. 고두심과 지현우라는 배우의 연기를 전보다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다. 특히 고두심의 존재는 성난 파도 같다가도 끝내 모든 것을 품어주는 바다 그 자체로 보인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고두심, 이녁 소랑햄수다
★★★
확실히 파격적인 멜로영화다. 70대 해녀(고두심)와 청년(지현우)의 사랑을 뭉뚱그리지 않고 밀어붙여서 파격이라는 게 아니라, 이들의 교감을 보편의 감정으로 획득해 내는 동시에, 상처 입은 인물들의 연대까지 담아내기에 파격이란 의미다. 그 중심에 고두심이 있다. 특히 원신 원 컷으로 찍은 클로즈업에서의 고두심 연기는 묘기 수준에 가까운데, 4·3사건이란 큰 역사적 물줄기가 이물감 없이 담긴 데에도 고두심이라는 풍경이 있다. 이 영화에서 고두심은 종종 연기하는 게 아니라 혼을 껴안고 달래는 느낌을 안긴다. 공인된 배우의 능력을 최적의 상황에서 활용한 소준문 감독 역시 보통은 아닐 테다.

빛나는 순간

감독 소준문

출연 고두심, 지현우

개봉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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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감독 벤 제틀린
출연 데빈 프랑스, 야슈아 막, 게이지 나퀸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어른의 삶에도 모험이 있음을

웬디의 시선으로 바라본, 피터 팬과 네버랜드에 관한 가장 새로운 이야기. 영화 전체가 마치 활화산처럼 꿈틀대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익숙하고 매끈하게 다듬기보다는 차라리 거친 생동감을 택한 연출의 방식은 모험이라는 큰 틀과 잘 조응한다. 전작 <비스트>에 이어 문명을 거부한 자연 친화적인 삶, 신화적 존재, 동심의 어둠을 바탕으로 한 모험과 성장이라는 소재를 엮어내는 감독의 솜씨는 여전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님을, 어른의 세계에는 또 다른 인생의 모험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말하는 작품. 아이보단 유년기를 잊고 있던 성인 관객에게 더 가닿을 영화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이미 어른이 된 아이들을 위하여
★★★
아이들은 자란다. 몸이 자라는 만큼 꿈도 달라지고 생각도 변한다. 그렇게 세상을 받아들이면서 늙어가는 걸 시시하다고 여긴 웬디(데빈 프랑스)는 쌍둥이 형제와 함께 피터(야슈아 막)를 따라 모험을 떠난다. 더이상 늙지 않고 영원히 아이로 살 수 있는 섬에서 신비로운 경험을 하고 즐거운 놀이로 매일을 보내지만 웬디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막지는 못한다. 영화는 영원히 늙지 않는 아이들을 통해 노화가 가지고 있는 성장이라는 속성에 주목한다. 피부는 주름으로 덮이고, 뜀박질하던 튼튼한 무릎은 주저앉지만 그 안에서 일어난 변화는 크고 또 다양하다. 로데오 타는 것이 가장 간절한 꿈이었던 소녀가 내 자식들 잘 크는 것이 소원인 엄마가 된 것을 시시하다고 할 수 있을까? 원작 '피터 팬'이 아이들을 위한 동화였던 것과 달리 <웬디>는 이미 다 자란 어른들을 위한다. 늙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어쩌면 가장 위대한 모험 일지 모른다는 깨달음을 아이들을 통해 전달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앞서간 야심
★★★
영원한 젊음의 상징인 '피터 팬'을 파격에 가깝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수동적이었던 원작의 웬디가 주체적인 캐릭터로 새 옷을 입었고, 피터 팬은 흑인으로 재설정 돼 원작이 지녔던 인종차별적 요소를 꼬집는다. 원작을 뒤엎은 과감한 기획력에 비해 이야기를 성장시켜나가는 짜임새는 성긴 편. ‘늙는다는 건 위대한 모험이라는 메시지도 그 자체로는 멋들어지지만, 이를 옮기는 캐릭터들 노선 정리가 말끔하지 못한 탓에 모호하게 다가오는 면도 있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피터와 웬디에 대한 전복적이고 독창적인 이야기
★★

피터 팬 이야기를 웬디의 시선에서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 대다수가 <피터 팬>을 아동용 판타지 가족 영화로 각색해 동심을 자극했다면, <웬디>는 인간이라는 늙어가는 존재에 관해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성인을 위한 영화에 가깝다.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피터 팬을 흑인으로, 웬디의 가정환경과 네버랜드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설정하는 등 벤 자이틀린 감독의 독창적인 이야기가 원작과 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웬디 캐릭터의 능동성과 주체성을 강화해 현대적인 캐릭터로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웬디

감독 벤 제틀린

출연 데빈 프랑스, 야슈아 막, 게이지 나퀸, 개빈 나퀸

개봉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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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이스 스피릿
감독 에드워드 홀
출연 주디 덴치, 댄 스티븐스, 레슬리 만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다소 심심한 코미디
★★
거장 데이비드  감독이 만든 동명의 1945 작품을 리메이크 했다. 원작은 노엘 카워드의 희곡이다. 리메이크로 다시 만나는 <블라이스 스피릿> 다소 아쉬운데, 코미디라고 하기엔 심심하고 드라마라고 하기엔 어수선하다. 주디 덴치, 레슬리 , 아일라 피셔  여성 배우들의 매력과 활기는 좋다.

블라이스 스피릿

감독 에드워드 홀

출연 주디 덴치, 댄 스티븐스, 레슬리 만, 아일라 피셔

개봉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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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감독 우경희
출연 손영주, 정태성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지독한 아홉수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관문에   소녀의 이야기. 그는 음악을 하고 싶지만, 처한 상황과 현실은 극단적이다. 힘겨운 청춘을 주인공으로  성장영화의 클리셰와 함께 조금은 공포스러운 설정을 결합했다. 쉽게 공감되는 이야기는 아니나, 배우들의 연기는 몰입감 있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열아홉 살도 스무 살도 삶이 퍽퍽하기는 마찬가지
★★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혼자 던져진 열아홉 살 소녀의 불안한 내면을 섬세하게 담았다. 어머니 죽음의 비밀이 담긴 집은 열아홉 소녀의 위태로운 성장 이야기의 긴장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다. 국제 금융 위기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기저에 품어 소정(손영주)과 성현(정태성)의 상황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좋으나 쉽게 고개를 끄덕이긴 어렵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과감한 사건, 오묘한 감수성
★★☆
성인이 되기 직전의 길목에 서있지만 아직은 버겁고 혼란스러운 것이 많은 나이. 열아홉은 누구에게나 미묘한 시기다. 영화는 엉겁결에 혼자가 되어버린 뒤 옳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 모를 인물의 상황으로 그 혼란을 그려낸다. 인물이 처한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점을 겨냥하기보다는, 자신이 만든 환상 속으로 도망치는 주인공의 내면을 파고드는 방식을 택했다. 과감하게 설정한 사건을 감성의 영역으로 풀어가는 방식이 이 영화만의 오묘한 감수성을 만든다. 2008년이라는 시대 배경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야기가 더 깊어지지 못하고 반복하며 머무르는 인상을 주기도 하며, 보다 폭넓은 공감대를 만들어내지 못한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열아홉 절망 끝에 부르는 희망 노래
★★

열아홉 소녀의 홀로서기를 그린 영화. 성장 영화의 많은 주인공들이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치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급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을 숨겨야만 하는 극단적 상황에 처한다. 2008년을 배경으로 친권 문제, 금융위기를 시대의 그늘로 드리우고 싸이월드 미니홈피, MP3, 모임 카페 등 시대의 감성을 드러내는 요소를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상황과 심리를 음악, 화면 구성, 상상 신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입체적으로 연출했다. 손영주의 정형화 되지 않은 연기는 영화를 숨 쉬게 하는 생명력으로 작용한다.

열아홉

감독 우경희

출연 손영주, 정태성

개봉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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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감독 강유가람
출연 키라, 짜투리, 어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페미니스트 다이어리
★★★
키라, 자투리, 어라, 오메, 흐른 강유가람 감독은 과거의 동지들이 현재 어떻게 살아가는지 돌아보고, 그들의 투쟁이 다양한 분야와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담아낸다. 스타일리시하진 않지만 전달하려는 내용을 꼼꼼하게 구성한 교과서적 다큐멘터리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유의미한 매일매일
★★★
여성운동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게 아니다. 그 기반을 다져준 언니들이 있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대학가를 중심으로 여성운동을 펼친 '(young) 페미니스트'들이다. 강유가람 감독이 소환한 '영페미' 친구 5명이 들려주는 그때 그 시절 이야기는, 여성운동이 밟아 온 역사이기도 하다. 관습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고대생 이대 축제 난입 폭행 사건'부터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 등 굵직한 순간들이 담겼다. <우리는 매일매일>은 기록물로서의 가치가 특히 빛나는 다큐다. 다음 세대 페미니스트들이 걸어갈 매일매일에 귀한 젖줄이 될 기록들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감독 강유가람

출연 키라, 짜투리, 어라, 오매, 흐른

개봉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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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가족
감독 나카노 료타
출연 니노미야 카즈나리, 츠마부키 사토시, 히라타 미츠루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댁의 가족사진은 잘 간직하고 있습니까
★★

구성원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이 돋보였던 가족 영화 <행복 목욕탕> <조금씩, 천천히 안녕>을 연출한 나카노 료타 감독의 2020년 작. 독특한 가족사진 시리즈를 찍는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또 한 번 가족의 가치를 묻는 가족 영화를 완성했다. 자신의 가족을 찍게 된 사진가의 사연이 타인의 가족사진을 찍는 사연으로, 동일본대지진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가족사진의 의미가 예상치 못한 범위로 넘어가고 확장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등장인물 개개인의 감정을 허투루 다루지 않으며 현실을 응시하는 감독의 태도가 여전히 사려 깊다.

아사다 가족

감독 나카노 료타

출연 니노미야 카즈나리, 츠마부키 사토시, 히라타 미츠루, 후부키 준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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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보다 낯선
감독 여균동
출연 여균동, 주민진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죽음에 관해 낯설게 질문하기
★★

여균동 감독의 '낯선' 시리즈 3부작 중 두 번째 영화. 신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다룬 <예수보다 낯선>에 이어 이번엔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여균동 감독이 영화감독 역으로 직접 출연해 2인극 형식으로 극을 이끌어나간다. 천국 혹은 저승이라 설정된 외딴 벌판에서 감독과 젊은 남자가 영화와 이야기, 삶과 죽음에 대한 선문답을 치열하게 주고받으며 대화극의 묘미를 펼친다. 여균동 감독이 내뱉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진하게 배어난다.

저승보다 낯선

감독 여균동

출연 여균동, 주민진

개봉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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