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종>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며 올여름 기대작으로 손꼽힌 영화 <랑종>이 개봉한다. 영화가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가장 큰 이유는 한국과 태국의 호러를 대표하는 두 감독이 만났다는 데 있다. 익히 알려져 있듯 나홍진 감독은 <랑종>의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고,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태국의 한 시골 마을 이산 지역을 배경으로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다. 태국의 샤머니즘이라고 하면 꽤 낯설지만, 사실 한국과 태국의 무속신앙은 비슷한 면이 많다. 대표적인 공통점으로는 죽은 자와 산 사람을 이어주는 영매,  무당이 있다는 것인데, 태국어로 랑종이 바로 그 무당을 뜻하는 단어이다. 오늘은 <랑종> 개봉을 맞아 국내 영화들 중 무속신앙을 다룬, 그중에서도 특히 '무당'의 면면을 자세히 볼 수 있던 작품들을 모아보았다.


<신궁>
영화 <신궁>은 1970년대 국내에서 무속을 다룬 영화들 중 뛰어나다고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임권택 감독이 1979년 영화화한 것으로,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작은 어촌마을 장선포의 무당 왕년이(윤정희)는 자신의 신어머니 아들인 옥수(김희라)와 결혼하여 무당의 대를 잇는다. 왕년이는 그녀를 위해 꿈도 포기한 옥수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그녀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마을 선주 판수(홍성민)의 계략에 남편을 잃는다. 이후 왕년이는 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풍어로 축제굿이 한창이던 때 신궁으로 판수를 겨눈다. <신궁> 안에서의 무속은 축제에서 굿을 하는 의미를 넘어선다. 왕년이 판수에게 굿으로 복수하는 것은 악을 심판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역할의 무속의 모습이다.
신궁

감독 임권택

출연 윤정희, 김희라, 홍성민, 방희

개봉 197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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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막>
영화 <피막>은 다 쓰러져 가는 '피막'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강진사댁 장손이 원인 모를 불치병에 걸려 전국의 실력 있는 무당들이 그 집으로 모이고, 그중 영험한 무당 옥화(유지인)가 마을의 땅에 묻혀 있던 호리병 하나를 발견한다. 옥화는 이 호리병 속 원혼이 강진사댁 장남의 목숨을 위협한다고 일러주고, 20년 전 피막에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영화를 연출한 이두용 감독은 1970년대 <초분>, <물도리동>에 이어 <피막>까지 줄곧 무속 영화 연출에 몰두해왔다. 그중에서도 <피막>은 한국 영화를 해외에 본격적으로 알리게 된 작품으로, 당시 이 작품은 베니스영화제에서 초청되어 감독 부문 특별상 격의 ISDAP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피막

감독 이두용

출연 유지인, 남궁원, 김윤경, 황정순

개봉 198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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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매-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
한동안 국내 영화에서 샤머니즘은 전면에 나서는 대신 영화 속에서 여러 장치로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다. 이 때문에 한국 전통 무속을 정면에서 다룬 <영매-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가 더욱 특별하게 여겨진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작품은 경북 포항의 동해안 별산국 풍어제를 시작으로 한강 이남의 세습무와 중부의 강신무 무당, 당골 자매의 진도 씻김굿까지 한국 무의 흔적을 밀착하여 보여준다. 마치 눈앞에서 굿을 직접 보고 참여해 교감하는 듯해 체험형 무속 영화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 2000년대 스크린에서 볼 수 있던 거의 최초의 무속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비슷한 시기에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무속신앙을 다룬 또 다른 작품 <사이에서>도 있다.
영매 -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

감독 박세호

출연 설경구

개봉 200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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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서

감독 이창재

출연 이해경, 황인희, 손영희, 김동빈

개봉 200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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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
<영매-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와 <사이에서>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무속신앙과 무당의 삶을 다뤄왔다면, <만신>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중간 지점에 있는 작품이다. 만신(무당을 높여 부르는 말) 김금화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녀의 과거 삶을 배우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가 3인 1역으로 재연해냈다. 일제강점기 14살이던 금화가 1948년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어 1970년대 나라 만신으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영화는 비단 김금화의 무당으로서의 인생뿐 아니라, 그녀의 개인 삶과 한국 현대사가 충돌하는 지점을 드라마로 창조해내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풀어낸다.
만신

감독 박찬경

출연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 김금화

개봉 20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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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곡성>은 2000년대 이후론 주로 다큐멘터리로 만나볼 수 있었던 무속신앙을 다시 극영화의 형식으로 가지고 온 작품이다. 영화는 곡성의 한마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죽음을 다루며 그 뒤를 쫓아간다. 동네 사람들이 미친 뒤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마을 경찰 종구(곽도원)의 딸 효진(김환희)에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종구의 가족들은 무당 일광(황정민)을 불러 굿을 벌이지만 증세는 호전되지 않고, 여기에 의문의 여자 무명(천우희)과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가세하며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오컬트 장르, 나홍진 감독 특유의 찜찜함이 가득 묻어난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개봉 당시 국내외 유수 영화제뿐 아니라 관객들을 제대로 현혹시키며 흥행했다. 
곡성(哭聲)

감독 나홍진

출연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김환희

개봉 201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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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기자 B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