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가 개봉 전부터 시끄럽습니다. 안타깝게도 영화 자체에 대한 이슈보다는 배급에 대한 갈등 때문인데요. 국내 멀티플렉스를 대표하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 개봉을 동시에 진행하려는 <옥자>의 배급방식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업계 1위 CGV는 영화가 극장 개봉 후, IPTV 등의 다양한 채널로 확장되는 데 2~3주 걸리는 ‘한국 영화계의 일반적인 질서’를 교란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입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한목소리로 넷플릭스 스트리밍과 극장 동시 상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옥자>처럼 흥행이 보장된 영화가 온라인과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될 경우, 극장 수입이 일반적인 흥행영화에 미치지 못할 것을 걱정하고 있나 봅니다. 이런 ‘온라인 동시 개봉’의 성공사례는 장기적으로 봐도 극장 사업자들에게 분명 심각한 압박입니다.
<옥자> 시사회는 대한극장에서
이렇게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관들과 신경전을 벌이다 보니 <옥자>의 시사회 역시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아닌 ‘대한극장’에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극장 개봉도 이렇게 단관 중심으로 갈 수도 있다는 넷플릭스의 선언일까요. 만약 그렇게 되면 그동안 멀티플렉스에 흡수되거나 멀티플렉스와의 경쟁에 밀려 단관 극장이 사라진 지역 영화팬들은 결국 넷플릭스로 <옥자>를 접하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기회에 넷플릭스 가입자가 갑자기 더 늘 수도 있겠네요.
사실 넷플릭스의 성장은 언제나 많은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지난 1997년 넷플릭스는 원래 비디오 혹은 DVD를 배달하는 서비스로 시작했는데요. 기존의 ‘대여료’와 ‘연체료’의 개념을 없애고 한 달 기준의 ‘구독료’를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같은 값이면 여러 편의 영화를 보고 싶었던 팬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DVD를 반납하게 하는 시스템이었지요. 넷플릭스의 파죽지세에 비디오 대여업계 1위이던 ‘블록버스터’라는 회사는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정주행’의 마력
이후에 넷플릭스는 TV를 보는 패러다임을 바꾸었습니다. HBO 같이 표현이 훨씬 자유롭고 자본력이 생긴 케이블 채널이 NBC 같은 공중파를 압도하던 시절, 한 달에 7.99달러만 내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케이블과 공중파를 동시에 앞지릅니다. 게다가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들은 한 번에 전 에피소드를 오픈하는 방법으로 시청자들을 ‘정주행’의 마력에 빠져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엄청난 자본력과 그동안 쌓은 제작 노하우로 영화에도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넷플릭스는 <옥자>의 제작비 600억 원을 모두 투자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 넷플릭스의 공세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우리나라 멀티플렉스만이 아닙니다. 칸영화제의 <옥자> 상영 때도 프랑스 영화계의 반발이 있었지요. 앞으로도 넷플릭스는 이런 식의 투자를 계속할 계획이라서 이번 <옥자>의 상영이 국내에서 어떻게 진행되느냐를 모두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극장 개봉, 최종 결론은?
사실 영화팬의 한사람으로서, 업계의 이야기 따위 아무래도 좋습니다. 이런 머리 아픈 숫자놀음보다 좀 더 영화 자체에 대한 정보에 목마릅니다. 틸다 스윈튼이 이번엔 봉준호 감독과 어떤 호흡을 보여주었을까요? 제이크 질렌할이나 폴 다노 같은 명배우들이 맡은 캐릭터들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옥자’가 만들어진 과정도 좀 들어보고 싶네요. 배급사가 전략적으로 조금씩 노출하는 정보에 보란 듯이 홀려서 개봉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것 역시 영화팬이 누리는 기쁨 중 하나인데 말이지요.
국내 멀티플렉스들 역시 이렇게 매력적인 작품을 상영하지 않기는 힘들 것입니다. <옥자>는 개봉 예정일을 6월 29일로 예정하고 있는데요. 이제는 극장들도 상영일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만 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현재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개봉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좀 더 기다려보겠습니다.
씨네플레이 객원에디터 오욕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