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카 와이티티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감독으로, 영화 연출에 국한되지 않고 미술과 문학, 사진, 연기 등 거의 모든 장르의 예술을 섭렵하고 있다. 이번엔 <프리 가이>에서 배우의 가면을 쓰고 나타난 타이카 와이티티. 무수히 많은 예술 활동을 하며 할리우드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타이카 와이티티는 누구일까. 그리고 그는 왜, ‘라이언 레이놀즈’와 초면인 척하는 걸까. <프리 가이>에서 안하무인 밉상 악역 앙투안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타이카 와이티티에 대한 소소한 정보들을 모아봤다.

- 프리 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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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숀 레비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개봉 2021.08.11.
5인조 앙상블에 코미디 듀오에. 시작부터 남달랐던 타이카 와이티티
타이카 와이티티는 코미디 듀오 ‘The Humourbeasts' 중 한 명으로 활동한 바 있는데, 나머지 한 명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저명한 코미디상 Billy T Award를 수상한 저메인 클라멘트였다. 이전에는 5인조 코미디 그룹 'So You're a Man' 단원으로 활동하며 뉴질랜드와 호주 투어를 했고 이 역시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섭렵해 가던 그는 단편 영화에도 손을 대게 되고 2005년, 그의 첫 단편인 <주차장 어페어>는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시상식에서 후보자를 호명할 때 그는 잠든 척을 하며 유쾌하게 반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폴리네시아계 유대인 감독이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모욕
그의 원래 이름은 타이카 데이비드 코헨으로 와이티티는 마오리족 혈통을 이어받은 아버지의 성이다. 어머니는 평범한 학교 선생님이었지만 아버지는 마오리족의 화가였다. 다소 복잡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타이카 와이티티는 스스로를 폴리네시아계 유대인이라고 표현했지만, 유대인 가정의 문화를 직접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의 이러한 배경은 영화 제작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작품이 바로 <조조 래빗>이다. <조조 래빗>은 각본과 제작, 연출, 주연을 모두 타이카가 도맡은 작품이다.
그는 <조조 래빗> 히틀러 역을 맡아 연기했는데, 당시 트위터에 “폴리네시아계 유대인이 히틀러 역을 맡는 것만큼 히틀러를 모욕하는 일이 또 있을까?”라는 글과 함께 히틀러에게 욕을 하는 제스처를 취해 사진을 올렸다.
<조조 래빗>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 영화로 독일의 10살 소년의 시선으로 전쟁을 그리고 있다. 남들보다 겁이 많고 유약했던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상상 속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를 친구 삼아 놀며 스스로를 나치라 칭한다. 히틀러를 향한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주입되어 있던 나치 사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영화는 히틀러와 나치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영화는 진중하고 무거운 톤을 유지하기보다 동심의 눈으로 광기 어렸던 시대를 표현했다. 비틀즈의 명곡 ‘I Want To Hold Your Hand'로 문을 여는 경쾌한 나치 영화는, 그 누구도 상상해 본 적 없는 그림이었다. 코미디 나치 영화라는,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 단어들의 조합은 폴리네시아계 유대인인 타이카 와이티티가 히틀러를 연기한 그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타이카 감독만의 기발한 표현법이 가장 잘 묻어나는 <조조 래빗>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고 각색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 조조 래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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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토마신 맥켄지, 타이카 와이티티, 스칼릿 조핸슨,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개봉 2020.02.05.
예술은 독학으로
1975년생, 감독으로선 굉장히 젊은 나이지만 그는 화가, 작가, 코미디언, 배우, 사진작가, 영화감독까지,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게다가 모두 어정쩡하게 할 줄 아는 게 아니라, 잘한다.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싶지만 전부 독학으로 이뤄낸 성과들이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한 적은 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혼자 익혔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영화감독들이 타란티노나 왕가위가 되기를 희망하지만 타란티노나 왕가위는 오로지 한 사람뿐이다”라며 개인의 독창성을 강조했다.
2010년은 타이카 와이티티에게 기쁨의 해? 슬픔의 해?
그의 두 번째 장편 영화 <보이>는 2010년 1월, 선댄스 영화제에 초연되어 심사위원 대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뉴질랜드 독립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박스오피스에서 높은 기록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뉴질랜드 영화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같은 해, 그는 슈퍼히어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작품,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이하 <그린 랜턴>)에 출연해 촬영을 진행했다.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는 이 선택을 흑역사 취급하고 있으니, 2010년은 그에게 기쁨의 해일지, 슬픔의 해일지 궁금해진다.

-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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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틴 캠벨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블레이크 라이블리
개봉 2011.06.16.
모아나의 각본을 썼지만.
폴리네시아계 유대인이라는 그의 출신 문화적 배경 덕분인지, 그는 <모아나> 스토리 초안 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많은 각색을 거치면서 초안과는 완전히 달라졌고, 그는 최종 각본에서 “바깥은 바다이며, 낮이다”라는 것 빼고는 자신이 썼던 게 남아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아나>의 감독 론 클레멘츠는 타이카 와이티티가 썼던 각본에 대해 잠깐 언급한 바 있는데 최종 각본보다 훨씬 가족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라고 밝혔다. 모아나에게 여섯 명의 오빠가 있었고, 모아나는 남성들 사이에서 자신을 증명해 내야 하는 역할을 짊어진 캐릭터였다고 한다. 스토리는 완전히 뒤바뀌었지만, 감독은 그럼에도 그가 고안했던 폴리네시아식 유머를 섬세하게 남겨두었다고 밝혔다.

- 모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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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출연 드웨인 존슨, 알란 터딕, 아우이 크라발호, 저메인 클레멘트, 니콜 셰르징거, 테무에라 모리슨, 레이첼 하우스
개봉 2017.01.12.
마블의 구원 투수
타이카 와이티티는 단편으로 꾸준히 감독의 역량을 쌓아왔고 장편 독립영화로 능력을 입증해 보였지만, 본격적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건 <토르: 라그나로크>의 감독을 맡으면서다. 그는 마블 최악의 시리즈로 여겨지던 ‘토르’ 시리즈를 구원해 줄 마지막 투수로 <토르: 라그나로크> 감독직을 맡게 되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기승전결에서 ‘기’만 존재하던 스토리와 평평한 캐릭터, 유머와 시리어스 사이에서 방향을 잃은 영화의 무드, 밋밋한 액션 등 ‘토르’ 시리즈는 총체적으로 손대기 어려운 상태였다. 시리즈를 리부트할 수 없기에 이전의 스토리는 그대로 끌고 가되, 전작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했다. 그는 전작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로키와의 티키타카는 그대로 살리고, 영화의 톤앤매너를 완전히 유머러스하게 바꾸는 쪽을 택했다. ‘망치의 신’이 아닌 ‘천둥의 신’이라는 토르의 타이틀에 걸맞게 천둥 액션도 훨씬 다채롭게 표현했다.
기세를 이어 ‘토르’ 시리즈는 마블 시리즈 중 최초로 4편까지 제작하기로 확정 났는데, 4편 <토르: 러브 앤 썬더>의 각본과 감독도 타이카 와이티티가 맡기로 했다. 그는 <토르: 러브 앤 썬더>에 대해 ‘라그나로크와는 완전히 다르다. 훨씬 미쳤다. 훨씬 더 다양한 감정들이 나올 예정이고 여기엔 사랑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훨씬 더 많은 번개도 나온다.“며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예상치 못한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제대로 된 러브 스토리가 포인트라는 걸 알게 됐다“고 영화 연출 방향에 대해 답했다.

- 토르: 라그나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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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톰 히들스턴, 케이트 블란쳇, 마크 러팔로
개봉 2017.10.25.

- 토르: 러브 앤 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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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테사 톰슨, 나탈리 포트만, 크리스찬 베일, 크리스 프랫
개봉 미개봉
스타워즈의 구원 투수도 될 수 있을까.
마블의 구원 투수 타이카 와이티티가 스타워즈 시리즈도 연출하기로 결정됐다. 그는 이미 디즈니+에서 방영된 첫 번째 스타워즈 실사 드라마 ‘만달로리안’을 연출하여 스타워즈 팬들에게 큰 호평을 들은 바가 있다. <만달로리안>은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로 제국 몰락 직후 활약한 무명의 만달로리안 현상금 사냥꾼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탄탄한 액션과 휴머니즘, 적절한 유머 덕분에 <만달로리안>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드라마로 선정되며 명실상부 2019 최고의 인기작으로 손꼽혔다. 이렇다 보니, 스타워즈 팬들 입장에선 타이카 와이티티가 스타워즈의 신작 연출을 맡아주길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에서 힘을 못 썼던 스타워즈 시리즈지만, 신작 ‘스타워즈’는 지금까지와는 결을 굉장히 달리 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는 신작 스타워즈에 대해 "현재 각본 작업 중인데 톤이 정말로 나답다"고 답했는데,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가 가장 주력하는 휴먼 드라마와 코미디가 강조될 것으로 추측된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초면? 구면?
<프리 가이>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팬이었으나 이제 '처음' 만나 일을 하게 되었다며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항상 같이 일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제야 같이 만나서 일하게 됐다”며 초면인 것처럼 말을 하던 두 사람은 <그린 랜턴>이라는 영화가 언급되자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영화라며 발뺌을 했다. 필모그래피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바로 그 이름, <그린 랜턴>에서 이미 두 사람은 합을 맞춘 경험이 있었다.
두 사람은 이미 영화 개봉 전 같은 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확정되었을 때 <그린 랜턴>을 가뿐히 무시한 이력이 있었다. 두 사람은 동반 디스 트윗을 남기며 흑역사를 지우고자 했다. 그런데, 이다지도 언급하는 걸 보면 라이언 레이놀즈의 경우엔 즐기는 것 같기도.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