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신이 나의 죽음을 예언한다면 어떨까. <부산행> <반도>로 이어지는 ‘연니버스’, 드라마에서 영화로 이어진 <방법> 시리즈 등의 작품으로 다양한 세계관을 낳고 있는 연상호 감독이 이번엔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올해 하반기 공개될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연상호 감독의 초기작 <지옥: 두 개의 삶>(2003)을 원작으로 한 웹툰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애니메이션, 웹툰에 이어 실사 시리즈가 나온 셈이다. 연이어 미개척의 장르를 두려움 없이 펼쳐내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지휘 아래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모인 데다, 한국 드라마 최초로 토론토국제영화제에 발을 들인 <지옥>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들을 정리해봤다. 


<지옥>은 어떤 내용?
인간들의 앞에 천사로 불리는 미지의 존재가 나타난다. 그들은 갑작스레 나타나 수취인의 이름과 그들이 죽는 시간을 예언한다. 고지를 받은 시간이 되면 그대로 지옥의 사자가 나타나 형을 집행하는 ‘시연’이 시작된다. 이러한 현상에 오래도록 주목해왔던 종교단체 새진리회에게 시연은 죄인이 지옥에서 겪을 영원한 고통을 다중 앞에서 선보이는 신의 개입으로 해석된다. 지옥의 사자들에게 처참히 살해된 사람들은 순식간에 거뭇한 재로 남는다.

<지옥>은 이러한 초자연적 현상이 일어난 도시 한가운데를 조명하며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은 합리적으론 설명되지 않는 시연 현장을 보며 충격과 공포에 빠진다. 이 혼란을 틈타 종교단체 새진리회가 권력을 잡고,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언제 어디서 끔찍한 죽음을 당할지 모르는 사회. 초월적인 존재가 인간의 생사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는 두려움, 이를 신의 개입이라 주장하며 기괴한 믿음을 키워나가는 이들의 모습이 맞물려 기묘한 공포를 전한다.

연상호 감독은 2021년 2월 개최된 넷플릭스 쇼케이스 행사를 통해, “<지옥>은 세계관이 거대한 작품이다. 영화보단 시리즈의 긴 호흡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옥의 사자가 인간을 벌하는 “시연을 표현하는 데 있어 모든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곳이 넷플릭스였다”고 말하며 기대를 높였다.


웹툰 <지옥>

<지옥>의 원작은?
<지옥>은 연상호 작가가 스토리를, 최규석 만화가가 작화를 담당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2019년 8월부터 연재된 웹툰 <지옥>은 2020년 9월, 55화로 시즌 2를 마무리 지으며 막을 내렸다.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감당하기 위해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지옥’을 그린 이 작품은 완성도 높은 주제와 스토리로 많은 이들의 호평을 얻었다. 웹툰이 완결되기도 전인 2020년 4월, 넷플릭스가 손을 내민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 일 것. 2020년 4월 제작 소식을 알린 <지옥>은 같은 해 9월 크랭크인했고, 올해 1월에 촬영을 마쳤다. 

<지옥: 두 개의 삶>
지옥 - 두개의 삶

감독 연상호

출연 김병철

개봉 200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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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실이 있다면 웹툰 <지옥>의 원작도 존재한다는 것. 앞서 언급했듯 웹툰 <지옥>은 연상호 감독의 초기작인 애니메이션 <지옥: 두 개의 삶>을 원작으로 한다. 지옥으로 갈 것을 예언 받은 자, 천국으로 갈 것을 예언 받은 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묶어 만든 작품. 연출, 각본을 포함한 모든 작업을 홀로 소화하는 1인 제작 시스템으로 무려 4년 동안 <지옥: 두 개의 삶>에 매달린 신인 시절의 연상호 감독은 미쟝센단편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로 주목받았다. 애니메이션을 거쳐 웹툰, 실사 시리즈로 재탄생된 <지옥>은 연상호 감독의 시작과 현재에 놓인 작품이다.


<지옥>의 출연진은?
연상호 감독은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꼽아달라”는 말에 바로 배우들의 연기를 언급한 바 있다. “당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현장에서 “극에 나와있지 않은 인물의 서사까지 완벽하게 연기해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고. 웹툰을 본 이들이라면 <지옥>의 캐릭터들이 얼마나 선명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을 터. 가지각색 사연에 놓인 인물들이 뒤엉키며 사건의 크기를 부풀려가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쫀쫀한 재미를 전할 것이 분명하다. 주요 인물과 그를 연기할 배우들을 간략히 소개한다. 

(왼쪽부터)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 양익준.
정진수 | 유아인
미지의 존재에 의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하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모두가 공포에 떤다. 종교집단 새진리회는 이 모든 걸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정진수는 새진리회의 의장으로, 혼란에 빠진 사회에서 만인의 추앙을 받는다.
배영재 | 박정민
종교 단체로서 말도 안 되는 권력을 쥐고 있는 새진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방송국 PD. 세상 밖으로 이제 막 나온 자신의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고지를 받게 되자 본격적으로 새진리회와 이 현상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웹툰에선 시즌 2의 주인공이다.
송소현 | 원진아
배영재 PD의 아내. 자신의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고지 받는 순간을 목격하고, 괴로움에 점점 피폐해져간다.
민혜진 | 김현주
새진리회와 그를 광적으로 믿는 집단 화살촉으로 인해 고지를 받은 사람들은 사회적 죄인으로 낙인찍힌다. 민혜진은 피해를 본 사람들 지키기 위해 새진리회에 맞서는 변호사다. 시즌 1과 시즌 2를 아우르며 활약한다.
진경훈 | 양익준
'시연'이라는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며 사건의 인과 관계를 밝혀야 하는 경찰 역시 바빠진다. 진경훈은 시연 현장을 수사하며 정진수와 새진리회에 대한 날 선 의심을 저버리지 않는 형사다. 동시에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후 내내 그늘을 드리우고 있던 딸(웹툰에선 아들)에 대한 걱정을 놓지 않는 아버지이기도 하다.

<지옥>

<지옥> 최초 공개는?
<지옥>은 넷플릭스보다 각국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며 평론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먼저 제46회 토론토국제영화제의 프라임타임 부문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 프라임타임 부문은 TV와 영화의 경계를 오고 가며 훌륭한 스토리와 연출력을 선보인 창작자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한국 시리즈 최초로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입성했다는 점이 기대를 높인다.

한편 <지옥>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초청됐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방영될 화제의 드라마를 상영하는 섹션이다. <지옥>과 함께 한소희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 HBO 아시아 오리지널 드라마 <포비든>이 공개될 예정이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