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감독 데스틴 크리튼
출연 시무 리우, 양조위, 아콰피나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MCU의 확실한 차별점
★★★☆
무협 판타지 액션은 기품이 넘치며 동시에 차원이 다르게 거대한 ‘뻥’의 세계다. 한동안 명맥이 끊긴 것처럼 보였던 이 장르는 MCU 안에서 새로운 액션의 가능성으로 읽히는 모양새다. 샌프란시스코의 좁은 버스 안에서 마카오의 빌딩 외벽으로, 다시 마법의 공간인 탈로의 너른 초원으로 확장되는 샹치의 무대는 그의 성장을 대변하며 관객의 눈을 빠르게 사로잡는다. 내적으로 보면 각성 이후 아버지 세대의 과오를 바로잡으려는 인물들의 분투와 끝내 계승되는 어떤 정신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밖에서도 로맨티스트의 이미지가 강한 양조위는 그에 부합한 인상적인 악역을 소화한다. 그에 비해 주인공 샹치의 캐릭터는 다채로운 활약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히어로의 평이한 자기소개에 그치는 정도다. 주변 캐릭터들보다 샹치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가장 덜하다는 점이 아쉬움이며, 이는 이후 MCU의 다른 히어로들과의 연계 과정에서 풀려야 할 과제로 보인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신비한 동물나라의 무협가족드라마 그리고 양조위
★☆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다른 MCU 영화들과 가장 구별되는 점은 바로 쿵푸다. 1970년대 쿵푸의 인기에 힘입어 탄생한 원작 코믹스처럼 마블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를 통해 MCU에 무협의 세계를 펼친다. <와호장룡> <일대종사>와 같은 홍콩 무협액션 정수에서 영향을 받은 액션은 타격 대 타격이 아니라 상대의 힘을 내 것으로 받아내 반격하는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을 유려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마블 최고의 로맨티스트 빌런으로 기록될 양조위의 웬우가 이제 막 출발하는 히어로 영화에 힘을 실어준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양조위라는 전설
★★★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중국 색채가 강하다. 중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서만은 아니다. 중국 문화 자체를 사건의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어서다. <닥터 스트레인저> (베네딕트 웡)의 깜짝 출연과 쿠키 영상이 없었다면, 마블 영화 감상 중이란 사실을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앞선 마블 영화들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됐지만, 기존 중국 무협영화 안에서 바라보면 액션도 서사도 익숙한 틀 안에서 반복되는 인상이랄까. 주의를 끄는 힘은 있다. 먼저 <아이언맨3>에 등장했던 가짜 만다린(벤 킹슬리)의 비밀을 유쾌하게 풀어내 활용했다. 그리고 빌런. 이 영화에 빌런이 있나? 지독한 사랑에 빠진 한 남자가 보일 뿐인데, 마블이 웬 사랑 타령이냐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 역할을 양조위가 하니 말이다. 눈빛 하나만으로 서사를 설득시켜온 이 남자의 전매특허 연기는, 할리우드에서도 짱짱하게 존재감을 과시한다. 여러모로, ‘샹치(시무 리우)라 쓰고 웬우(양조위)라 읽고 싶은 영화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감독 데스틴 크리튼

출연 아콰피나, 시무 리우, 양조위, 진법랍, 플로리안 문테아누, 양자경, 장멍, 로니 쳉

개봉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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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감독 이우정
출연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친구
★★★☆
독립영화계에서 감독과 배우로 10 넘게 활동했던 이우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 임솔아 작가의 원작이 토대다. 가장  미덕은 캐릭터를 섬세하면서도 독특한 스타일과 톤으로 담아내는 감독의 연출력. 미장센과 편집에서 많은 고민과 들인 공이 느껴진다. 성장 영화들이 일반적으로 고통을 강조하는  비해, <최선의 > 고통 이전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이 변해가는 과정을 꼼꼼히 포착하려 한다. 방민아, 한성민, 심달기  배우의 연기도  영화를 기억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수성못>이나 <메기> 카메라를 잡았던 이재우 촬영감독의 화면도 좋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최선으로 위태로운 순간들을 통과하던 그때
★★★☆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감정과 관계 속을 부유하다 군드러지고, 그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갈망하는 시절의 적나라한 일기장을 펼쳐보는 것 같다. 의도적인 생략과 은폐 속에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발견되기를 바라는 수많은 감정들이 존재한다. 영화는 단어가 가진 본래의 아름답고 훌륭한 힘 대신 기꺼이 진창까지 가라앉는 발버둥을 최선이라 바라본다. 외부와 연결될 수 없는 단단한 벽 안에 있고, 누군가 세차게 흔들면 마구 흔들리는 것들로 가득한 인물들의 내면을 끈질기게 주목하는 시선이 있다는 점에서 영제인 ‘snowball’ 역시 적확하게 다가온다. 첫 장편영화를 완성한 이우정 감독, 극의 안내자 강이를 연기하는 방민아뿐 아니라 심달기와 한성민까지 그들 각자가 이 영화를 통해 모두 주목해야 마땅할 얼굴들임을 스스로 증명해낸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더 나아지기 위해서 기꺼이 더 나빠졌던 소녀들
★★★
제목 뒤로 공백이 포착된다. 최선의 삶(을 다했지만), 최선의 삶(이라 믿었지만)과 같은 최선을 배반하는 언어들이. 이는 영화의 태도와도 닿아있다. 구체적 상황 묘사나 설명 대신, 신과 신 사이 여백을 통해 인물들 행간의 감정을 스크린 안에 전염시킨다. 임솔아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카메라를 들고 소설 안으로 들어간 이우정 감독은 이야기의 정수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문장에 지나치게 기대지 않는, 영화만의 독자적 개성을 꿰어내는 데 성공한다. 잔혹하게 부서지는 우정을 바라보는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 세 배우의 각기 다른 얼굴이 흥미롭다.

최선의 삶

감독 이우정

출연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

개봉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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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 다소 높음
감독 고봉수
출연 백승환, 이희준, 고주환, 차유미, 김충길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고봉수 사단 표 시네마천국
★★☆
코로나 시국 속 극장을 바라보는 고봉수 사단 표 시네마 천국’. <델타 보이즈> <튼튼이의 모험>에서 입증받은 고봉수 유니버스의 B급 유머와 찰진 캐릭터들이 기분 좋게 활보하는 가운데, 지식인 풍자와 생활고에 허덕이는 극장 상황이 갈지자로 뒤섞여 안구에 습기를 안긴다. 전작 대비 옹골찬 메시지의 힘은 덜하다. 코미디 용도로 기능하는 영화 속 영화’ <젊은 그대>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쓰이면서 도리어 효과를 반감시키고, 배우 애환으로 점프하는 결말은 전체 그림에서는 다소 튄다. 그럼에도 고봉수 브랜드는 계속되어야 한다라는 응원의 마음을 더 키우게 하는 비상한 영화. 이 영화 촬영 회차는,  4회다.

습도 다소 높음

감독 고봉수

출연 백승환, 이희준, 고주환, 차유미, 김충길

개봉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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