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세 친구
★★★☆
독립영화계에서 감독과 배우로 10년 넘게 활동했던 이우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 임솔아 작가의 원작이 토대다. 가장 큰 미덕은 캐릭터를 섬세하면서도 독특한 스타일과 톤으로 담아내는 감독의 연출력. 미장센과 편집에서 많은 고민과 들인 공이 느껴진다. 성장 영화들이 일반적으로 고통을 강조하는 데 비해, <최선의 삶>은 고통 이전의 감정에 더 초점을 맞추고, 그것이 변해가는 과정을 꼼꼼히 포착하려 한다. 방민아, 한성민, 심달기 세 배우의 연기도 이 영화를 기억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수성못>이나 <메기>의 카메라를 잡았던 이재우 촬영감독의 화면도 좋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최선으로 위태로운 순간들을 통과하던 그때
★★★☆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감정과 관계 속을 부유하다 군드러지고, 그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갈망하는 시절의 적나라한 일기장을 펼쳐보는 것 같다. 의도적인 생략과 은폐 속에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발견되기를 바라는 수많은 감정들이 존재한다. 영화는 단어가 가진 본래의 아름답고 훌륭한 힘 대신 기꺼이 진창까지 가라앉는 발버둥을 최선이라 바라본다. 외부와 연결될 수 없는 단단한 벽 안에 있고, 누군가 세차게 흔들면 마구 흔들리는 것들로 가득한 인물들의 내면을 끈질기게 주목하는 시선이 있다는 점에서 영제인 ‘snowball’ 역시 적확하게 다가온다. 첫 장편영화를 완성한 이우정 감독, 극의 안내자 강이를 연기하는 방민아뿐 아니라 심달기와 한성민까지 그들 각자가 이 영화를 통해 모두 주목해야 마땅할 얼굴들임을 스스로 증명해낸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더 나아지기 위해서 기꺼이 더 나빠졌던” 소녀들
★★★
제목 뒤로 ‘공백’이 포착된다. 최선의 삶(을 다했지만), 최선의 삶(이라 믿었지만)과 같은 ‘최선’을 배반하는 언어들이. 이는 영화의 태도와도 닿아있다. 구체적 상황 묘사나 설명 대신, 신과 신 사이 ‘여백’을 통해 인물들 행간의 감정을 스크린 안에 전염시킨다. 임솔아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카메라를 들고 소설 안으로 들어간 이우정 감독은 이야기의 정수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문장에 지나치게 기대지 않는, 영화만의 독자적 개성을 꿰어내는 데 성공한다. 잔혹하게 부서지는 우정을 바라보는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 세 배우의 각기 다른 얼굴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