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포켓몬스터하면 '골드' 부터 떠오르진 않는지. 포켓몬스터 시리즈를 '추억의 만화 혹은 게임' 정도로만 기억하기엔,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매번 새로운 포켓몬이 나오고 있다. 불 포켓몬 하면 파이리, 물 포켓몬 하면 꼬부기, 풀 포켓몬 하면 이상해씨만 알고 있는 여러분을 위해 준비했다. <극장판 포켓몬스터: 정글의 아이, 코코>(이하 <정글의 아이 코코>)에 등장하는 포켓몬들! 주인공 포켓몬인 자루도부터 스쳐 지나가는 대여르, 윽우지까지 정리해보았다. 모르고 봐도 코코와 자루도의 부자관계는 감동적이지만, 알고 보면 더 재밌으니까. 추억이 아닌 현재에서 포켓몬스터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 극장판 포켓몬스터: 정글의 아이, 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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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야지마 테츠오
출연 마츠모토 리카, 오오타니 이쿠에, 하야시바라 메구미, 미키 신이치로
개봉 2021.09.15.
자루도
8세대
분류 나쁜원숭이포켓몬
타입 악 / 풀
이번 <정글의 아이 코코>의 주인공, 자루도는 나쁜원숭이포켓몬으로 18년 만에 추가된 악 / 풀 타입의 포켓몬이다. 다소 험상궂게 생긴 인상과 다른 포켓몬은 치유의 샘에 접근도 못하게 하는 행동거지로 인해 '악역인가' 싶었지만 의외로 현재 공개된 8세대 포켓몬 중 유일한 '환상의 포켓몬'이다. 정글에 모여 사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매우 공격적인 성향이다. 신목과 치유의 샘을 지키는 것은 자루도 뿐이라고 생각하며 타 포켓몬을 철저하게 배척하는 성향. 이름부터가 일본어로 원숭이를 뜻하는 '사루'와 '무례한'이란 의미를 가진 'rude'를 합친 것이다.
손목에 감긴 덩굴은 자유자재로 조종 가능한데 대개 이를 통해 이동한다. 공격 역시 덩굴을 활용하기 때문에 공격용으로만 쓰이는 듯 보이지만 끊어진 덩굴은 식물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특수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의외로 자연친화적인 포켓몬으로, 아빠 자루도의 줄기는 코코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과정에서 더욱 강해졌다. 반전 매력이 많은 캐릭터다.
세레비
2세대
분류 시간이동포켓몬
타입 에스퍼 / 풀
세레비는 자루도의 선배 격인 2세대 환상의 포켓몬으로 시간을 넘나드는 힘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시간을 넘어 방황하던' 첫 등장과 달리, 현재는 미래에서 찾아온 포켓몬으로 설정이 변했다. 평화로운 시대에만 모습을 보이며, 세레비가 모습을 나타낸다면 이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 또한 세레비가 나타난 숲은 초록이 무성해진다고. <정글의 아이, 코코>에서는 탐욕으로 파괴되었던 정글을 인간과 포켓몬이 힘을 합쳐 복구하자, 세레비가 나타났다. 설명과 달리 발밑을 그래스 필드로 만드는 '그래스필드' 기술을 배우지 못했으나 8세대 업데이트를 거쳐 그래스필드를 머신으로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요정처럼 생긴 환상의 포켓몬 세레비에게도 반전 매력은 존재한다. '적당히손봐주기'라는 괴상한 이름의 이 기술은 특전 배포 세레비가 습득할 수 있는 기술로 '적당히 공격하여 상대의 HP를 반드시 1은 남기'는 기술이다. <비열한 거리>(2006)에서나 들어볼 법한 이 말을 환상의 포켓몬이자, 숲의 신으로 받들어지는 세레비가 손수 행한다. 또 다른 세레비의 기술로는 '나쁜음모'도 있다. '나쁜 일을 생각해서 머리를 활성화시켜, 자신의 특수공격을 크게 올리는' 기술로 도대체 포켓몬스터 제작진은 세레비를 어떤 성격으로 만들고 싶었는지 진지하게 궁금해진다.
탐리스
8세대
분류 볼가득포켓몬
타입 노말
볼가득포켓몬이라는 분류처럼 탐리스는 볼주머니 특성에 숨겨진 특성으로는 '먹보'를 갖고 있다. <정글의 아이, 코코>에서도 볼주머니에 계속 열매를 집어넣고 다닌다.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항상 나무열매를 먹고 있어 보기보다 튼튼하다고. 양쪽 볼에 나무열매를 비축해두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모습이 <아이스 에이지>(2002)의 다람쥐를 떠올리게 한다.
먹보지만 귀여웠던 탐리스가 레벨 24가 되면 '요씽리스'로 진화한다. 탐리스때 너무 많이 먹었던 걸까. 몸이 굉장히 비대해졌고 뱃살도 출렁거린다. 형태는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묘하게 역변한 것 같은 모습이다. '탐하다 + 리스(다람쥐라는 뜻의 일본어)'에서 '욕심 + 리스'로 바뀐 이름처럼 욕심이 얼굴에 가득 붙어 있는 듯하다. 실제로 다람쥐가 모티프인 포켓몬임에도 불구하고 내구성이 좋고 스피드가 낮은(...) 특징을 갖고 있다.
플라이곤
3세대
분류 정령포켓몬
타입 땅 / 드래곤
"플라이곤은 툭하면 싸우지만 강하다고 하더군"
아빠 자루도는 지금껏 등한시 해왔던 정글 속 포켓몬들에게 힘을 합치자고 말하며 코코가 이전에 자신에게 했던 말들을 포켓몬들에게 전한다. 플라이곤 역시 그중 하나로, 극 초반에 팬더 포켓몬 부란다와 싸움을 벌인다. 그렇다면 과연, 플라이곤은 성격은 호전적이지만 강한 포켓몬일까? 드래곤 포켓몬이니 정말로 강하지 않을까?
잠자리를 모티프로 만든 플라이곤은 드래곤임에도 '벌레 타입' 취급을 받는다. 땅 / 드래곤 속성이기에 벌레가 끼어들 틈은 전혀 없음에도 모티프가 너무도 분명하게 외모에서 드러나는 바람에 조롱거리가 되었다. 그래도 성능만 좋으면 그만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성능도 영 애매하다.
한 마디로 드래곤 타입이지만 벌레를 닮은 외모에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게 플라이곤의 특징. 엄밀히 말하자면 종족값 500이 넘는 수치로 전설의 포켓몬들이 600대라는 걸 생각해보면 굉장히 좋은 성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플라이곤보다 상위호환인 데다가 타입도 겹친 한카리아스라는 포켓몬의 등장으로, 플라이곤은 딱히 쓸 곳이 없는 포켓몬으로 전락해 버렸다. 8세대까지 업데이트된 지금, 한카리아스의 위세도 한풀 꺾인 상황에서 플라이곤의 대우라고 나아졌을 리는 만무하다. 그래도 특유의 불쌍한 포지션으로 많은 포켓몬 유저에게 사랑(혹은 동정)을 받는 포켓몬.
대여르
8세대
분류 진형포켓몬
타입 격투
여섯 마리가 한 마리 포켓몬인 독특한 포켓몬, 대여르. 리더격인 한 마리와 멤버로 불리는 다섯 마리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는 일렬로 맞춰 걷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꼭 애벌레 같이 생겼다. <정글의 아이, 코코>에서는 대여르 중 한 마리가 구덩이에 빠져 있어 진형이 흩어져 있는 상태였다. 어쩐지 흩어져 있을 때가 더 귀엽게 생긴 것 같지만, 열 맞춰 걸어가는 모습도 개별 개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봤을 땐 꽤나 귀엽다. 다만, 귀여울 뿐 성능은 좋지 않아 잘 쓰지 않는 포켓몬이다. 모든 스탯을 1랭크씩 높여주는 '배수의진'이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원체 기본 스탯이 낮아 사용이 어려운 포켓몬.
윽우지
8세대
분류 그대로삼키기포켓몬
타입 비행 / 물
가마우지에서 모티프를 따온 윽우지는 식탐이 많아 무엇이든 일단 삼키고 보는 특성을 갖고 있다. 자신이 먹을 수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상관없이 우선은 삼켜 버리기 때문에 실수로 포켓몬을 먹어버릴 때도 있다. 먹이는 찌로꼬치라는 포켓몬으로 찌로꼬치가 배가 불러 움직임이 둔해지면 윽우지에게 먹혀 버린다. (먹이가 되는 게 설정인 포켓몬이라니, 취급이 굉장히 안 좋다)
윽우지가 가진 특성은 '그대로꿀꺽미사일'로 8세대에 처음 등장하는 새로운 특성이다. '파도타기'나 '다이빙' 기술을 사용하면 물속에 있던 먹이를 물어오는데, 이때 공격을 받으면 물고 있던 먹이를 토해내 상대에게 반격을 하는 다소 괴랄한 기술이다. 뭐든지 잘 잊어버리지만 신뢰 관계에 있는 트레이너는 절대 잊지 않는 의외로 신의가 두터운 포켓몬이기도 하다. 다만 먹을 것을 빼앗는다면 트레이너고 뭐고, 봐주지 않는다.
수리둥보
5세대
분류 새끼독수리포켓몬
타입 노말 / 비행
독수리 새끼를 모티프로 한 만큼, 꽤나 호전적인 성격이다. 실제로 포켓몬스터 세계관에서 수리둥보는 타고난 전사로 불리며,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도전하여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만약 강해 보이는 포켓몬을 발견하면 싸움을 꼭 거는 성격이다. '깡패 아닌가?' 할 수 있지만 싸움을 계속 반복하며 강해진다. 다만, 수리둥보는 용맹한 게 아니라, 무모해서 싸움을 거는 거라고.
수리둥보가 레벨 54가 되면 용맹 포켓몬 '워글'로 진화한다. 언제나 용맹하고 과감하며,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는 진정한 전사다. 자칭타칭 하늘의 전사인 만큼 몸에 상처가 많을수록 동료들에게 존경받는다고 한다. 대전 속에서도 워글만 사용하긴 다소 스피드가 애매하지만, 배우는 기술폭이 굉장히 넓고 화려해 더블 배틀에서 사랑받는다.
갈가부기
8세대
분류 물어뜯기포켓몬
타입 물 / 바위
물어뜯기포켓몬이란 분류에 맞게 갈가부기는 뾰족한 이빨로 강철까지 물어뜯을 수 있다. 거대하고 무거운 등껍질을 짊어지고 있어 느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근력이 발달한 덕분에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성질도 워낙 난폭하여 숙련된 트레이너가 아니고선 다루기 어려운 포켓몬이지만, <정글의 아이, 코코>에서 코코는 단박에 갈가부기를 온순하게 만든다. 갈가부기의 트레이너도 그 모습을 보고 놀랐고, 지우는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며 코코를 쫓아다닌다.
단단해 보이는 외견과는 달리, 의외로 내구가 높지 않다. 풀 타입에게 특히나 약하기 때문에 풀 타입과 맞붙으면 빠르게 교체해야 할 정도다. 다만, 공격력이 115로 매우 높은 편. 스피드도 거북이 포켓몬들 중에선 TOP 3 안에 들 정도로 나쁘지 않다.
아이스크
3세대
분류 시노비포켓몬
타입 벌레 / 비행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아이스크는 매미 유충을 모티프로 한 토중몬이 진화한 버전이다. 토중몬이 레벨 20이 되면 아이스크로 진화하는데, 이때 독특한 현상이 벌어진다. 바로 진화 한 번에 두 마리의 포켓몬을 얻을 수 있다는 것. 토중몬 진화시 파티창에 빈칸이 하나 더 있다면 아이스크 외에 포켓몬을 한 마리 더 얻을 수 있다. 바로 껍질몬이다. 매미 유충은 매미가 될 때 허물, 껍질을 벗는데 이것에서 착안한 포켓몬이다. 토중몬이 허물을 벗은 흔적은 껍질몬의 등에 큰 구멍으로 남아 있다.
아이스크는 내구, 방어, 특수공격, 특수방어 모두 굉장히 약한 편이지만 스피드가 160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보여준다. 이는 시노비포켓몬, 즉 닌자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미 유충처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진화의 때만을 기다리고 있는 토중몬은 매우 빠른 속도의 아이스크가 되어 날아간다. 이로써 참고, 때를 기다리며 인내할 줄 아는 토중몬의 모습은 '참을 인'자를 새기는 닌자(忍者)의 모습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르, 배우르
8세대
분류 양포켓몬
타입 노말
양포켓몬인 우르의 털로 만든 제품은 가라르 지방의 특산품으로 꽤나 인기가 많다. 온순한 생김새처럼 우르는 평화를 좋아하는 온화한 성격의 포켓몬으로 주인 혹은 우두머리를 따르는 습성을 갖고 있다. 싸움을 싫어하는 성격인데, 상대로부터 도망칠 땐 털찐(?) 몸을 이용해 데굴데굴 굴러서 이동한다. 털이 얼마나 푹신한지 절벽에서 떨어져도 아무렇지 않다고. 잘 구른다는 말과는 달리 구르기를 배우진 못한다. 너무 푹신해서 공격이 안 되는 게 아닐까.
말랑한 인상의 우르는 레벨 24가 되면 배우르로 진화한다. 이때 원래도 튼튼했던 털은 더욱 탄력적으로 변하는데 배우르의 털로 카펫을 짜면 트램펄린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늠름한 뿔은 오로지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며 무기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소미안
5세대
분류 솜뭉치포켓몬
타입 풀 / 페어리
솜뭉치포켓몬인 소미안은 위협을 느낄 때 복슬거리는 솜을 날린다. 상대가 솜을 소미안으로 착각하고 혼란스러워 할 때 재빠르게 도망치는 포켓몬. 사진처럼 동료를 발견하면 붙는 습성을 갖고 있다. 때로는 너무 많이 붙어 적란운처럼 되는 일도 있을 정도다. 몸이 진짜 솜으로 이루어져 있어 물에 젖으면 무거워서 움직이지 못하고, 태풍이 오면 지구 반대편까지 바람에 휩쓸려 가기도 한다. 우르와 마찬가지로 소미안의 솜은 천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굉장히 질이 좋아 고급 브랜드에 사용된다. 보면 알 수 있다시피 대전용 포켓몬은 결코 아니며, 특히 공격이 27로 솜으로 때리는 수준이다. <정글의 아이 코코>에서는 모여 다니는 특성을 활용해 적의 발을 묶어 놓는 역할을 했다.
엘풍
5세대
분류 바람숨기포켓몬
타입 풀 / 페어리
소미안에게 태양의 돌을 사용하면 엘풍으로 진화한다. 여전히 머리는 솜으로 이루어져 있어 바람을 타고 다닌다. 때로는 바람 타고 민가에 침입해 방안을 솜투성이로 만들기도. 장난을 좋아하는 포켓몬이다. 머리가 매우 푹신하기 때문에 아무리 좁은 틈새라고 해도 빠져나갈 수 있어 문을 닫아놔도 엘풍을 막을 순 없다. 대전에서는 까다롭긴 해도 은근히 선택하는 플레이어들이 있는 포켓몬이다. 공격치가 너무 낮아 공격이 어려웠던 소미안과는 달리 엘풍은 특수 공격이 어느 정도 있는 데다가 스피드가 116으로 매우 빨라 대전에서 활용 가능한 포켓몬이다.
드레디어
5세대
분류 꽃장식포켓몬
타입 풀
아름답고 귀여운 포켓몬으로 손꼽히는 드레디어의 꽃은 일류 원예가라 하더라도 피우기 어렵다. 하지만 피우고 나면 아름다운 외관은 물론 특유의 향기로 모두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 포켓몬을 포함해 누구나 사랑한다고. 드레디어 머리 위에 있는 꽃이 포인트인데 관리를 게을리하면 바로 시들 정도로 예민하여 손질을 철저히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7세대 '문' 버전에서의 설명을 보면 파트너 수컷이 생기면 꽃이 곧 생기 없이 시들어 말라간다고 되어 있다. 실제로 드레디어의 성비는 암컷 100퍼센트.
엘풍과 마찬가지로 뿌리 포켓몬인 치릴리에게 태양의 돌을 사용하면 진화하는데, 풀 타입 기술 한정 꽤나 강력한 기술들을 배운다. 다만, 단일 풀타입이란 특성 때문에 기술 폭이 굉장히 좁아 여러 상황을 커버하긴 매우 어렵다. 풀 타입에 4배로 당하는 갈가부기와 같은 상대와 대전할 때 쓰면 좋은 포켓몬이다.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