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감독 이장훈
출연 박정민, 이성민, 윤아, 이수경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최초의 민자 역사인 양원역에 대한 실화를 모티브로, 동화 같지만 꽤나 슬픈 이야기가 펼쳐진다. 최근 한국 멜로의 경향 중 하나인, 복고적 배경과 순애보가 결합된 신파다. 이야기의 개연성보다는 캐릭터의 매력과 감정의 힘으로 전진하는 영화. 후반부엔 예상치 못했던 반전 설정이 드러나는데, 이후 영화에 조금씩 눈물이 스며들며 관객을 이끈다. 경북 지역 사투리를 강조한 건 좋지만 때론 관람의 작은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박정민과 임윤아 사이의 티격태격이 영화의 서사에 탄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 부분의 비중이 좀 더 늘어나도 좋았을 듯하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소박하고 담백하게 마음을 울린다 
★★★☆
욕심과 과장 없이 소박하게 펼친 이야기라 마음에 더 깊이 닿는다. 무해하고 밝은 웃음과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이 영화를 가득 채웠다.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 낸 최초의 민자역, ‘양원역’ 실화를 기반으로 수학 천재 준경(박정민)의 가족과 주변 이야기를 담아 재미를 더했다. 휘몰아치듯 다가오는 갈등과 커다란 사건보다 캐릭터가 주는 따뜻한 공감이 관객을 이끈다. 박정민의 연기는 이번에도 믿음직하다. ‘박정민이 고등학생?’이란 의심의 눈빛은 반드시 쓸모없는 것이 된다. 짜내지 않으면서 관객의 마음을 들고 놓는 이성민의 연기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임윤아의 톡톡 튀는 생기와 영화를 보고 나면 더 기억에 남을 이수경의 활약도 기대를 품을 만하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반가운 기차 소리처럼 날아든 고운 이야기
★★★
여러 번 체에 걸러 불순물 없이 깨끗하고 고운 진심만 남겨둔 듯한 영화다. 국내 최초 민자역 건립 실화를 모티프 삼았으나 현실적 시선보다는 동화적 판타지가 돋보인다. 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는 인상을 주긴 하지만, 주인공 준경(박정민)의 성장을 중심으로 여러 관계의 변화를 짚어나가는 이야기들임을 생각하면 꼭 필요한 과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꿈과 도전과 기적이라는 단어들이 점차 바래고 우스워지는 시대의 시계는 자꾸만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걸까. <기적>은 그렇게 저 멀리서 들려오는 기차의 기적 소리처럼 오늘날 우리가 쉽게 잊고 있던 것들의 가치를 소환한다. 이성민이 극을 든든하게 받침하는 가운데 펼쳐지는 박정민과 윤아, 이수경의 호연은 그들이 왜 지금 충무로에서 대세로 손꼽히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사랑의 기적, 꿈의 기적, 가족의 기적
★★★☆
기적이라는 영화 제목이 평범하거나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2021년 지금 현실에서 바라는 기적은 사랑, , 가족의 안녕이 아닐까. 국내 최초의 민자역 실화 모티프와 1980년대 시골 마을의 정서, 하이틴 로맨스와 레트로 감성을 적절하게 버무린 드라마에 그쳤다면 아쉬움이 컸을 터다. 하지만 이 영화가 판타지를 착붙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파도가 밀려든다. 기적은 바라는 게 아니라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깨달음도 함께. 주연배우들 각자의 연기도, 앙상블 연기도 뛰어난데 이수경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착용한 마스크가 눈물에 젖을 수도 있으니 극장에 갈 때 여분의 마스크를 챙겨가도 좋겠다.

기적

감독 이장훈

출연 박정민, 이성민, 윤아, 이수경

개봉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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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감독 김선, 김곡
출연 변요한, 김무열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촘촘한 보이스피싱 세계에 던져진 성긴 이야기
★★★
보이스피싱에 얽힌 조직적 사기의 전모를 촘촘하게 들여다본다. 리얼한 범죄 재현이 탄탄한 현장감을 제공하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공포 때문에 이를 처단하려는 분투에 더 많은 공감을 자아낸다. 변요한을 중심으로 한 묵직한 액션 장면과 대규모 콜센터, 국경을 넘나드는 스케일은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단단하게 구현된 영화적 세계 속에 느슨하게 놓인 이야기가 아쉽지만, 제 할 일을 다하며 뾰족한 캐릭터를 만들어 낸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다. 짧지만 강렬한, 이상하지만 친근한 이주영의 활약도 놓치지 말아야 할 재미다.

보이스

감독 김선, 김곡

출연 변요한, 김무열

개봉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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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거리
감독 김민근
출연 한선화, 이완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부산에 가면
★★☆
제작부터 촬영 배급까지 부산 인력들이 뭉쳐서 만든 Made in Busan 영화. 부산 지역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여주인공 설정으로 인해 부산의 숨어 있는 명소가 카메라 안으로 이물감 없이 들어섰다. 많은 인프라가 서울로 집중된 상황에서, 지역 청년들이 빠지는 딜레마도 포착했는데, 이런 영화들이 자칫 빠질 수 있는 홍보 영상처럼 보이는 함정도 잘 피했다. 멜로드라마로서 자기만의 뾰족한 개성이 발견되지 않는 건 큰 흠이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영화의 도시에서 다시 사랑을 꿈꾸다
★★☆
연인 사이였던 남녀가 영화 일로 다시 만난다. 로케이션 매니저와 감독 사이가 된 두 사람은 일과 사적인 감정 사이에서 티격태격하며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된다. 부산을 배경으로 로케이션 장소를 찾는 영화 설정상 대표 관광지부터 이색적인 장소까지 부산 올로케이션 촬영이 눈에 들어온다. 극 중 헤어진 연인에게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한선화의 감정 연기와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가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영화의 거리

감독 김민근

출연 한선화, 이완

개봉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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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
감독 자이다 베르그로트
출연 알마 포이스티, 크리스타 코소넨, 샨티 로니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담담한 무민의 얼굴 뒤에 격정이
★★★
영화 <토베 얀손>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캐릭터 무민을 창조한 작가 토베 얀손이 맹렬히 사랑과 예술을 쫓았던 시기를 다뤘다. 스케치북 한 귀퉁이에 끄적대던 낙서가 무민으로 탄생하는 것을 지켜보는 즐거움과 함께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던 여성이 성장하는 과정이 울림을 준다. 여성이 아버지 혹은 남편에게 종속되어야만 했던 1940년대 핀란드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살고자 했던 토베 얀손은 2021년 대한민국에서도 현재진행형의 의미를 가진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무민 작가의 진짜 이야기
★★★
핀란드 국민 캐릭터 무민을 창조한 작가 토베 얀손의 삶을 조명한 영화. 토베 얀손의 87년 인생 중, 10년간의 삶의 궤적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동성 파트너를 만나 자기 안의 정체성에 눈을 뜨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까지의 시기다. 무민 캐릭터의 탄생 비화나 예술가로서의 성취보다는, 다양한 관계 안에서 흔들리고 상처받고 단단해지는 한 여성의 성장 과정에 주목했다. 여성 영화로서의 매력을 갖춘 작품이지만, 토베 얀손보다 무민이 더 궁금하다면 <무민 더 무비>를 보는 편을 추천한다.

토베 얀손

감독 자이다 베르그로트

출연 크리스타 코소넨, 샨티 로니, 알마 포이스티

개봉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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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감독 키티 그린
출연 줄리아 가너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힘든 하루
★★★☆
이렇다 할 기승전결 없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어느 영화사 말단 직원이 겪는 하루를 담는다. 영화 제작자가 꿈인 제인. 그가 하는 일은 청소부터 음식 심부름, 신분증 스캔, 문서 복사, 아이 돌보기, 전화 받기 등 영화 만들기와 상관없다. 여기서 <어시스턴트>, 그럼에도 역경을 뚫고 꿈을 이룬다는 식의 동화 같은 판타지엔 손톱만큼도 관심 없다. 이 영화는 한 여성이 오피스 안에서 하루 동안 겪는 무언의 압박과 심리적 불안과 정신적 소외를 담아낸다. 게다가 영화 속 그날은 하루에 두 번의 (반성문에 가까운) 경위서를 써야 하는 고된 시간이다. 공감 가는 소재를 큰 욕심 내지 않고 간결하지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영화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어느 젊은이의 부조리한 사무 보고서
★★★☆
영화사에 사무보조 직원으로 입사한 사회초년생의 이야기.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을 반복하며 격무뿐 아니라 감정 폭력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일상을 타이트한 촬영과 절제된 연출을 통해 보여주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영화사 대표의 위협적인 목소리를 간접적으로 들려주거나, 주인공의 감정을 책상의 컴퓨터 모니터 화면이나 탕비실의 믹서기 등 사무 공간의 도구를 활용해 표현하는 식이다. 영화 안에서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홀로 버티는 신세지만, 혼자서 당차게 극을 끌고 나가는 줄리아 가너의 연기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어시스턴트

감독 키티 그린

출연 줄리아 가너

개봉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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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유어 맨
감독 마리아 슈라더
출연 마렌 에거트, 댄 스티븐스, 산드라 휠러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로봇을 대하는 당신을 보면 알 수 있는 것
★★☆
자신의 취향에 맞게 프로그래밍된 로봇 파트너는 인류의 축복인가 재앙인가. 쉽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에 마리아 슈라이더 감독은 로맨스와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 심도 있게 사유했다. 알고리즘을 통해 상대의 반응을 학습하고 대화의 성공률을 높여가는 로봇 톰(댄 스티븐슨)을 점차 기계에서 사랑을 느끼는 상대로 인식하면서 혼란스러워하는 알마(마렌 에거트)를 통해 수고와 오해가 제거된 관계에서 인간은 망가질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천진함과 섬뜩함을 오가며 휴머노이드를 연기한 댄 스티븐슨은 마침내 인공지능에게 안쓰러움을 느끼게 할 정도로 사랑스럽고, 마렌 에거트는 이성과 감성을 오가는 사랑과 연민 등 복합적인 감정선을 시종일관 탁월하게 유지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 him’
★★☆
당신의 취향에 맞춤형으로 프로그래밍 된 휴머노이드 파트너를 고를 수 있다면 어떻게 할 텐가. 외로움과 불신이 넘치고, 데이트 폭력이 만연한 이 시대에 그것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영화 <그녀, her>에 등장한 인공지능 운영체제(OS) 목소리 사만다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이는 로봇 톰(댄 스티븐스)이 사랑에 상처 입은 알마(마렌 에거트)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철학적/윤리적 질문뿐 아니라, 관계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고통과 좌절과 분노와 설렘 등 다양한 감정의 결을 풍부하게 포착해냈다. 마렌 에거트의 연기가 상당하다 싶었는데,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인 최고연기상 수상작이다.

아임 유어 맨

감독 마리아 슈라더

출연 마렌 에거트, 산드라 휠러, 한스 뢰브, 볼프강 휩쉬, 댄 스티븐스

개봉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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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감독 쿄고쿠 타카히코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짱구의 그림이 세상을 구한다
★★★☆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의 28번째 극장판. 스마트폰 기기에 빠져 상상력을 잃어가는 아이들의 현실을 비유하듯 낙서를 소재로 삼아 짱구와 짱구가 그린 그림에서 튀어나온 캐릭터들이 못 말리는 소동을 벌인다. 오프닝 주제가부터 시작해 낙서왕국의 이미지, 현란한 낙서들이 동심을 자극한다. 캐릭터들의 활약이 말 그대로 휘몰아치는 후반부는 감동과 이번 시리즈의 진심과 야심이 동시에 느껴지면서 감동과 전율, 재미가 폭발한다. 역대급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들에 비견할 만한 신작이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감독 쿄고쿠 타카히코

출연 박영남, 김환진, 강희선, 여민정, 정유미, 정혜옥, 시영준, 강새봄

개봉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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