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화제다. 한국 콘텐츠 최초로 넷플릭스 월드 랭킹 1위를 기록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이야기다. <오징어 게임>은 동네 골목에서 즐기던 아이들의 놀이 위로 자본주의의 잔혹함을 녹여낸 기묘한 매력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까지 사로잡으며 승승장구의 길을 걷고 있다. 시리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비하인드도 쏟아지는 중. 작품과 함께 보면 더 재밌는 이 시리즈의 비하인드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 <오징어 게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한국, 아시아 드라마로 최초 넷플릭스 월드 랭킹 1위를 기록했다. 
9월 1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19일 월드 랭킹 8위를 기록하며 TOP10에 진입했고, 공개 일주일만인 24일 월드 랭킹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간판 프로그램인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종이의 집> 등을 제친 성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오징어 게임>은 현재 한국 외 일본,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멕시코, 미국 등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모든 국가(83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2. <수상한 그녀>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황동혁 감독의 전작으로는 <마이 파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이 있다.


3. 황동혁 감독은 연출 데뷔 직후인 2008년부터 <오징어 게임>의 집필을 시작했다. 
황동혁 감독은 데뷔 이후였던 2008년 만화가게를 많이 다녔다. <배틀 로얄>이나 <라이어 게임>과 같은 서바이벌 만화들을 보다가 좀 더 한국적인 게임들로 서바이벌을 구상하면 어떨까, 생각했고 2009년 <오징어 게임>의 대본을 완성했다고. 하지만 당시 황동혁 감독의 시나리오는 너무 낯설고 잔인해 상업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10년이 흐른 지금, 황동혁 감독은 경쟁으로 물든 현시대가 <오징어 게임> 속 서바이벌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고 당시 쓴 시나리오를 확장시켜 지금의 작품을 만들었다. 황동혁 감독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약 내가 직접 게임에 참여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했다. 게임이 너무 복잡하면 몰입감이 떨어져 아이들의 게임을 이용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4. ‘오징어 게임’은 여섯 개의 게임 중 황동혁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다.
황동혁 감독은 작품에 등장한 여섯 개의 게임 중 오징어 게임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현대 경쟁 사회를 가장 상징적으로 은유하는 게임인 것 같아 오징어 게임을 제목으로 정했다고.


5. 이정재는 “항상 멋있어서” 캐스팅됐다. 
<오징어 게임>은 등장 신만으로도 영화를 씹어먹던 이정재의 추레한 몰골을 만날 수 있는 시리즈다. 황동혁 감독은 이정재는 <모래시계> 때부터 지금까지 늘 멋있는 모습으로 관객을 찾았다. 한번 망가뜨려 보고 싶은 못된 마음이 들었다며 웃음을 전했다. 이정재의 캐릭터들을 보며 멋있는 모습 뒤에 숨겨진 인간미를 발견했고, 그를 본격적으로 드러내 보고 싶어 주인공 성기훈 역에 이정재를 캐스팅했다고. 


6. 감독은 기훈과 상우를 이란성 쌍둥이라고 표현했다.
황동혁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한날한시에 같은 배에서 나왔지만 생긴 모습은 다르지 않나. 기훈과 상우는 어린 시절에 같이 놀고 추억을 쌓은 한 가지 추억을 공유한 사이지만 시간이 흐르며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누군가는 성공의 길로, 누군가는 실패의 길로 들어선다”며 기훈과 상우를 이란성 쌍둥이로 표현했다. 동시에 이들을 통해 상위 1%가 나머지 99%를 지배하는 극도의 경쟁 사회의 모습을 꼬집기도. 황동혁 감독은 “(성공과 실패의 길로 갈라졌지만)결국 이들은 이 게임장에 같은 트레이닝 복을 입고 모인다. 1%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누구나 약자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7. 오디션 준비 당시 정호연은 뉴욕에 있었다.
한국 모델로선 5번째로 세계 여성 모델 랭킹 TOP 50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화려한 모델 커리어를 자랑했던 정호연. <오징어 게임>은 그의 연기 데뷔작이다. 정호연은 뉴욕에서 패션 위크를 준비하던 중 소속사로부터 <오징어 게임> 오디션 연락을 받았다. 정호연은 ‘늘 오디션을 볼 때 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는 배우 에이미 애덤스의 말을 되새기며 잠도 못 자고 오디션을 준비했다. 황동혁 감독은 그의 오디션 영상을 보자마자 그가 새벽 역에 적역이라고 생각했다고.


8. 아누팜 트리파티는 한예종 출신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에 자리를 잡았지만 몸도 마음도 상처투성이인 압둘 알리를 연기한 인도 출신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다. 2006년부터 연기와 노래를 배우며 배우의 꿈을 키운 그는 친구의 추천을 받아 한국예술종합학교 국가 장학생 제도를 알게 되었고, 이에 합격해 한국 땅을 밟았다. 2014년 <국제시장>으로 스크린 데뷔를 치른 후, <아수라> <럭키> <걸캅스> <승리호> 등 한국의 굵직굵직한 영화에 얼굴을 비친 능력자. <오징어 게임>을 통해 대중에게 확실히 제 얼굴을 각인시킨 그가 다음 작품에선 어떤 역으로 활약할지 기대해 보자. 


9. 허성태는 대기업을 관두고 35세의 나이로 연기를 시작했다.
허성태의 전 직장이 대기업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그는 <SBS 기적의 오디션>에 참가해 얼굴을 알렸고, 수십 편의 영화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며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았다.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6년 <밀정>의 하일수 역을 맡고서부터. 이후 <남한산성> <범죄도시> <명당> <창궐> <신의 한 수: 귀수편> 등 추석 시즌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며 제 얼굴을 알렸다. <오징어 게임> 이후 공개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에도 출연할 예정. 한국 우주항공국 자원팀 소속 과장 김재선 역을 맡았다.


10. 채경선 미술 감독은 황동혁 감독의 연출작마다 미술 감독으로 함께했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 요인 중 하나는 배우에게도, 시청자에게도 현실감을 불어 넣어주었던 완벽한 세트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에 이어 이번에도 황동혁 감독과 함께 손을 잡은 채경선 미술 감독이 <오징어 게임>의 알록달록한 세계를 그려냈다. 


1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의 여자아이 로봇의 모델은?
해외 시청자들에겐 애나벨 이후 가장 무서운 인형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오징어 게임>의 여자아이 로봇. 채경선 미술 감독은 1980년대 교과서에 나오는 철수와 영희 일러스트를 참고해 여자아이 로봇을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촬영이 끝난 후 해당 로봇은 충북 진천 마차박물관체험마을에 전시되어 화제를 모았는데, 이는 제작 업체와 박물관 측의 소통 오류로 벌어진 일이었다고. 로봇 공개에 대한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는 진천 마차박물관체험마을에 가도 여자아이 로봇을 만날 수 없다. 


12. 모든 게임이 실제 크기의 세트 안에서 진행됐다.
채경선 미술 감독은 황동혁 감독의 요청에 따라 CG를 최소화하고, 세트 대부분을 실제 크기로 제작했다. 게임장과 흡사한 공간을 마련해 배우의 연기에 현장감, 현실감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고. 실제로 배우들은 징검다리 게임을 촬영하며 지상에서 1.5m가량 떨어진 높이에 설치된 강화 유리 위를 뛰어다녔고, 공중에서 줄다리기를 펼쳤다. 구슬치기 게임이 진행된 동네 세트는 미술팀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세트로, 돌담 위의 먼지 하나까지 신경 썼다고. 오징어 게임을 형상화한 동그라미, 세모, 네모 도형 로고를 비롯해 참가자들이 머무는 강당의 벽화까지, 미술팀이 숨겨 놓은 암호들을 찾는 재미가 작품의 흥미를 배로 늘렸다. 


13. <기생충>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오징어 게임>의 음악을 맡았다. 
리코더 등의 악기를 통해 동심을 유발하면서도, 다양한 변주로 잔혹함을 얹어내는 <오징어 게임>의 음악은 극의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큰 공을 세운 요소 중 하나다. <기생충>을 통해 세계인의 인정을 받은 정재일 음악 감독이 <오징어 게임>의 음악을 맡았다.


14. 황동혁 감독은 각본을 쓰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황동혁 감독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의 각본 작업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젊었을 땐 소주 반 병을 벗 삼아 아이디어를 내곤 했지만, 이제 더는 못 하겠다”는 농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그는 “영화가 아니라 시리즈라 평소보다 각본 작업이 힘들었다. 두 편의 에피소드를 쓰고 나서 다시 쓰는 데 6개월이 걸렸다”고 밝혔다. “시즌 2에 대해 자세한 계획은 없다”고 말한 그는 “만약 시즌 2를 제작한다면 분명 혼자 하지는 않을 거다. 수많은 작가, 경력 많은 감독들과 함께하길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15. 해외에서 오징어 게임의 굿즈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골목 놀이라는 국내 문화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알렸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달고나 만들기에 도전하는 해외 유튜버들의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 그뿐만 아니라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소품들이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양은 도시락은 약 36달러(한화 42,500원), 기훈이 입었던 456 티셔츠는 약 40달러(한화 47,300원), 달고나 만들기 세트는 34달러(한화 42,100원)에 거래되고 있는 상황. 틱톡 등 영상 플랫폼에선 ‘딱지치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즐기는 해외 시청자들의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