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있기에 빛이 더 밝아 보이는 법. 007 시리즈의 주인공은 제임스 본드와 본드걸만이 아니다. 본드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악당들이 있기에 그들의 활약이 더욱 돋보이는 것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관객들의 기억에 깊게 남는 매력적인 빌런들이 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개봉을 맞아, 본드만큼 주목받았던 악당을 연기한 배우들을 추려 모아보았다. 여러분 마음속 베스트 악당은 누구인지 댓글로 공유해 주시길!

※ 지난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 타임 투 다이
007 No Time To Die, 2021
사핀 ▶ 라미 말렉

25번째 시리즈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압도적인 예매율을 자랑하며 화제의 중심에 있다. 여기에는 물론 6대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지만, 악역을 맡은 라미 말렉의 몫도 일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는 지난 2018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하며 유수의 시상식과 영화제를 휩쓸었고, 이 성공을 발판 삼아 <007 노 타임 투 다이>에 빌런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미션을 그리는 이 작품에서 그는 본드에 맞서는 운명의 적 사핀을 연기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얼굴의 흉터와 섬뜩한 가면, 그리고 감정이 없는 듯 텅 빈 눈빛을 장착한 라미 말렉은 영락으로 악당으로 분했다. 그는 그간 등장한 어떤 빌런들보다 악랄하게 본드를 괴롭히며 역대급 대결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감독 캐리 후쿠나가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라미 말렉, 레아 세이두, 라샤나 린치

개봉 20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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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
Spectre, 2015
오버하우서 ▶ 크로스토퍼 왈츠

<007 스펙터>가 개봉하기 전 유출된 악당 오버하우서의 역할에 대해 말이 많았다. 그가 제임스 본드 최대의 숙적 에른스트 스타브로 블로펠드가 맞는지, 그가 부활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팬들이 촉각을 곤두세웠기 때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오버하우서는 <007 카지노 로얄>과 <007 퀀텀 오브 솔라스>, <007 스카이폴>의 빌런들이 소속된 조직 스펙터의 수장이자 제임스 본드와 과거부터 지독한 악연으로 엮인 인물, 즉, 에른스트 스타브로 블로펠드가 맞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임스 본드를 줄곧 괴롭혀온 이 악역은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크리스토프 왈츠가 맡아 열연했다. 결코 악역처럼 보이지 않는 선한 인상의 크리스토프 왈츠는 특유의 위엄 있는 어조와 카리스마로 분위기를 압도한다. 다만 첫 등장 이후 중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의 힘을 잃기 시작한 점은 아쉽게 평가된다.

007 스펙터

감독 샘 멘데스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랄프 파인즈, 레아 세이두, 모니카 벨루치, 크리스토프 왈츠, 데이브 바티스타

개봉 201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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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폴
SKYFALL, 2012
실바 ▶ 하비에르 바르뎀

앞서 잠깐 언급했듯 <007 스카이폴>의 악당 실바도 스펙터의 조직원 중 하나다. 이전에는 MI6의 유능한 요원이었던 그는 활동 당시 M의 총애를 받던 인물이었으나, 모종의 사건 이후 M을 향한 증오심으로 악당이 되어버린다. 세계를 정복하거나 멸망시키겠다는 여타 빌런들과 달리 실바의 목표는 한 사람, M에 대한 복수 하나뿐이다. 역대 빌런들 중 가장 소박한(!) 목표를 가지고 달리는 인물 실바는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했다. 멀끔한 정장 스타일에 깔끔하게 넘긴 금발 머리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광기 넘치는 연기와 조화를 이루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 과연 하비에르 바르뎀이 아니었다면 누가 이 인물을 이토록 잘 소화해냈을까 싶을 정도.

007 스카이폴

감독 샘 멘데스

출연 랄프 파인즈, 다니엘 크레이그, 하비에르 바르뎀, 주디 덴치

개봉 201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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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로얄
Casino Royale, 2006
르 치프레 ▶ 매즈 미켈슨

<007 카지노 로얄>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의 옷을 입은 첫 작품이다. 다니엘 크레이그 캐스팅 당시 기존 007 시리즈와 제임스 본드 팬들의 반발이 꽤 격렬했다. 때문에 그의 캐릭터 소화력과 함께 영화 자체의 작품성, 다른 배우들의 역할 등 모든 것이 중요했던 작품. 모든 우려를 뒤엎고 영화는 엄청난 흥행을 하는데, 이를 가능케 한 데는 제임스 본드만큼이나 매력적이었던 악당 르 쉬프의 역할도 한몫했다. 그는 의문의 왼쪽 눈 흉터와 탁해진 동공 색을 가진 섬찟한 외양의 인물이었는데, 이따금 흘리는 피눈물이 캐릭터를 더욱 섬뜩하게 만들었다. 이 악당은 아프리카의 무장 단체 LRA의 자금을 관리하는 인물로 매즈 미켈슨이 연기했다. 그는 덴마크 출신 배우로 이전까지는 자국 TV 시리즈나 영화에 주로 출연하던 배우였으나, <007 카지노 로얄>에서 르 쉬프를 연기하며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단단히 하게 된다.

007 카지노 로얄

감독 마틴 캠벨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에바 그린

개봉 200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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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투 어 킬
A View To A Kill, 1985
맥스 조린 ▶ 크리스토퍼 월켄

어딘지 낯설지 않은 그의 헤어스타일과 패션. 싹 쓸어넘긴 맥스 조린의 금발 머리와 수트 차림은 <007 스카이폴>의 실바보다 30년 가까이 앞선 것이었다. 겉으로는 평범한 사업가이나 숨겨진 정체는 KGB의 스파이였던 맥스 조린은 크리스토퍼 월켄이 연기했다. 아역배우로 데뷔해 할리우드를 주름잡았던 그는 예나 지금이나 굉장한 다작왕으로 유명한데, 주로 작품 속에서 개성 강한 조연 혹은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으로 활약해왔다. 그런 그의 개성과 카리스마가 폭발한 작품이 바로 <007 뷰 투 어 킬>이다. 사이코패스 성향이 다분한 빌런 맥스 조린은 시리즈 중 어떤 빌런들보다 차갑고 날카로우며 카리스마가 넘치는데, 크리스토퍼 월켄은 이 역할을 아주 무서울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007 뷰 투 어 킬

감독 존 글렌

출연 로저 무어

개봉 198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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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The Man With The Golden Gun, 1974
스카라만가 ▶ 크리스토퍼 리

영화의 제목부터 극 중 빌런을 지칭한다.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는 황금으로 만든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킬러 스카라만가를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사격 실력을 자랑하던 스카라만가는 KGB에 스카우트되어 킬러로 활동하다, KGB로부터 독립하며 세계적인 살인청부업자가 된 인물이다. 젖꼭지가 세 개로 알려진 이 독특한 악당은 할리우드 대표 드라큘라이자 여러 공포영화들로 이름을 알린 호러 전문 배우 크리스토퍼 리가 연기했다. 2000년대에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사루만으로 더 알려지기도.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영화 자체는 평이 다소 좋지 않았지만, 귀족 출신다운 크리스토퍼 리만의 기품 있는 악당 연기 하나만은 크게 주목받았다. 여담으로 007 시리즈의 원작자 이언 플레밍이 그의 사촌 형이라고.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감독 가이 해밀턴

출연 로저 무어

개봉 197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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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기자 B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