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액션의 계절이라는 것도 다 옛말이다. 액션에 계절이 어딨나. OTT를 이용하고 있는 구독자가 증가하고, 점점 더 가볍고 스릴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많아지면서 액션은 계절을 불문하고 우리 곁에 찾아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여성을 원톱으로 세운 액션 영화의 등장이 눈에 띈다. 비단 해외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을 만날 준비 중에 있다. 그렇다면 국내 여성 주연 정통 액션 영화에는 어떤 작품이 있었을까. 스토리보다 액션 시퀀스가 더 눈에 띄었던 작품들을 소개한다.    


<악녀>

<악녀> 김옥빈
 
2017, 김옥빈이 주연을 맡은 영화 <악녀>의 등장은 한국 액션 영화의 판에 여성 원톱 주연이라는 길을 개척했다. 서울액션스쿨 출신의 정병길 감독과 권귀덕 무술 감독이 합심해 연출한 <악녀>는 그간 국내에선 전례가 없었던 여성 주연의 정통 액션에 다양한 촬영 기법을 시도해 큰 호평을 받았다. 어두운 복도에서 시작되는 오프닝 시퀀스는 FPS 게임(1인칭 슈팅 게임)을 연상케 하는 카메라에 과감히 롱테이크를 더한 액션신으로, 감독들의 고심과 김옥빈의 노력이 단숨에 느껴지는 <악녀>의 명장면이다. <악녀>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겠다는 듯 러닝 타임 내내 1인칭 시점을 포함해 다양한 시점을 교차시키며 놀라운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그중 질주하는 오토바이 위에서 펼쳐지는 장검 액션은 할리우드 인기 액션 시리즈 <존 윅 3: 파라벨룸>이 오마주하기도 했다. <악녀> 2017년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는 성과를 거두며 한국 여성 액션 영화로서 의미 있는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왼쪽부터) <악녀> 오토바이 액션신, <존 윅 3: 파라벨룸> 속 오마주한 장면
<악녀>

<악녀>의 액션을 보다 생동감 있게 만드는 건 감독의 연출도 주요한 요소지만, 그것을 소화해 내는 배우 김옥빈의 연기다. 김옥빈은 장검, 단도, 저격총, 도끼, 권총 등 수많은 무기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최정예 킬러 숙희를 연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실제로 합기도, 태권도 유단자이기도 한 김옥빈은 촬영 두 달 전부터 액션스쿨을 다니며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덕분에 총 70회차 중 61회차의 촬영 동안 90%에 달하는 액션 신을 대역 없이 소화해냈다고. 달리는 차에 매달리고, 장검과 도끼를 거침없이 휘두르는 <악녀>의 리얼한 액션은 이렇게 탄생했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액션 마니아들에게 언급되고 있는 <악녀>는 최근 아마존 스튜디오와 TV 시리즈 리메이크 계약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정병길 감독이 파일럿 시리즈 제작에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악녀>
악녀

감독 정병길

출연 김옥빈, 신하균, 성준, 김서형, 조은지

개봉 201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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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마녀> 김다미
 
<악녀>의 뒤를 이어 등장한 <마녀>는 정통 하드보일드 액션을 선보인 <악녀>와 약간 결을 달리하는 작품이다. 따지자면 <마녀>는 판타지 액션 영화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신세계>로 누아르 장르에 두각을 보인 박훈정 감독이 여성 원톱 주연으로 제작한 액션 영화 <마녀>는 시리즈로 계획된 여성 액션 영화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국내에선 최초의 시도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박훈정은 여기에 신인 배우 캐스팅이라는 과감한 시도로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모았다. 결과는? 대박까지는 아니어도 성공적이었다. 입소문을 타고 관객 수 318만 명을 돌파했으며, 신인이었던 김다미는 단숨에 라이징 스타로 부상했다.

<마녀>

<마녀>의 액션신은 <악녀>와 비교했을 때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 본격적으로 주인공 자윤의 비밀이 풀리며 폭주하며 시작되는 액션은 앞선 내용을 기다린 관객들에게 보상해 주듯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마블과 DC 영화, 홍콩 무협을 레퍼런스 삼아 작업했다는 박훈정 감독의 말처럼 익숙하게 펼쳐지는 액션들 속에서 자윤은 흡사 한국형 슈퍼히어로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윤을 연기한 김다미는 신예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시니컬한 표정과 서늘한 웃음을 장착한 채 무자비한 초능력 액션을 선보인다. 1500:1의 경쟁력을 뚫고 캐스팅된 그는 촬영 3개월 전부터 매일 3시간씩 액션 훈련을 하며 액션신을 준비했다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 절도 있는 몸짓과 파괴력을 겸비한 자윤의 액션이 완성된 것이다. 이로 인해 김다미는 2018년 청룡영화제를 포함한 국내 유수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이후 여러 작품들에서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다.

<마녀> 촬영 현장
<마녀> 액션을 위해 연습하는 김다미
그리고 그 결과...
마녀

감독 박훈정

출연 김다미, 조민수, 박희순, 최우식

개봉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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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언니> 이시영
 
한국 여성 액션에서 이분을 빼면 솔직히 섭섭하다. 한 번 맞으면 크게 잘못될 거 같은 스타로 남성 배우에서 마동석을 뽑자면, 여성 배우엔 이시영이 있다. 2013년 연예인 최초로 복싱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력이 있는 그는 최근 넷플릭스 작품 <스위트홈>에서 CG인 것만 같은 등 근육을 뽐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액션에서 절대 빠질 수 없을 거 같은 이시영에게도 당연히 그를 원톱으로 내세운 필모가 하나 있다. 2019년 개봉한 <언니>.

<언니>

여성판 <아저씨>로 불린 <언니>는 망치, 총 등의 다양한 도구가 등장하지만 무엇보다 이시영의 맨몸 액션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놀라운 건 그 액션을 하이힐과 원피스를 입고 소화했다는 점이다. 이시영은 영화 속 리얼함을 강조하기 위해 대역 없이 거의 모든 액션을 직접 해냈으며, 카체이싱 액션 역시 직접 소화하기 위해 거의 모든 면허를 취득해 완성해냈다고. 거기에 3개월간 주짓수를 연습했으며, 타격감과 힘을 부여하기 위해 체중(이라 말하고 근육이라 읽는다) 4kg 증량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상대 배우가 촬영 중 기절하기도(…). 하상만을 연기한 이형철 배우는 한 인터뷰에서 이시영이 뒤에서 목을 조르고 있는 장면이 있는데, 당시엔 너무 세게 당겨서 몰랐는데 싸우다가 한순간 피가 올라왔는지 기절했다라고 언급했다. 이시영의 각고의 노력이 담긴 <언니>는 액션을 제외한 스토리, 연출 면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으며 약 20만 관객을 기록했다.

이 장면을 촬영하다가 기절했다는 이형철 배우
언니

감독 임경택

출연 이시영, 박세완, 이준혁, 최진호

개봉 201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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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네임> 한소희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희대의 불륜녀 여다경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한소희가 이번엔 정통 액션에 도전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조직의 언더커버가 되어 경찰로 잠입한 지우(한소희)’의 숨 막히는 복수극을 그릴 예정이다. 작년 4, 10대들의 어두운 이면과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화제가 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 김진민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마이 네임> 촬영 현장

<마이 네임> 또한 여성 주연의 액션 누아르다. 앞서 공개된 <마이 네임> 무삭제 액션 영상은 기대감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심각한 몸치였다는 한소희의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깔끔하면서도 절도 있는 액션신을 통해 차세대 액션 스타로서 그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작품을 준비하며 한소희는 매일 액션스쿨로 출근도장을 찍었을 뿐만 아니라 촬영 중 부상과 과로가 겹쳐 실신해(!) 응급실에 이송되기까지 했다고. 한소희의 새로운 변신이 담긴 <마이 네임> 10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마이네임> 스틸컷

예정작들

<(KILL)복순> 전도연(예정)
 
앞선 영화들의 뒤를 이어 개봉 혹은 공개될 예정인 두 작품을 소개한다. 가장 먼저 넷플릭스 오리지널 <(KILL)복순>이다. <(KILL)복순>은 여성 킬러의 이야기를 그린 정통 액션 스릴러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신작이다.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에서 핸드헬드와 스테디캠 등을 활용한 감각적인 액션 연출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주목받고 있는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도 하지만 그보다 이 작품이 더욱 기대를 받고 있는 이유는 주인공으로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는 배우가 바로 전도연이기 때문. 전도연은 현재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인간실격> 이후 스크린 차기작으로 <(KILL)복순>을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전도연이 정통 액션 스릴러를, 그것도 여성 킬러를 연기한다니! 그 어떤 작품보다 기대를 걸어봐도 좋지 않을까. 


cf 속 신시아

<마녀 2> 신시아
 
앞서 언급했던 <마녀>의 후속작 <마녀 2>도 개봉을 준비 중에 있다. 후속작으로 기대를 받았던 만큼 <마녀 2>가 크랭크인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박훈정 감독과 제작사 간의 의견 갈등설이 대두되며 제작이 불투명해졌다가 어렵게 제작이 확정됐으나, <마녀>의 제작사였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가 한국 영화 투자, 제작, 배급 사업에서 철수하며 다시 제작이 어려워졌다. 다행히 스튜디오앤뉴가 박훈정 감독의 영화사 금월과 계약을 체결하며 <마녀 2>의 제작이 확정됐다. 그리고 지난해 말, <마녀 2>의 주인공으로 신인배우 신시아가 캐스팅되며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신시아는 140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마녀 2>의 새로운 챕터를 끌고 갈 주연으로 발탁됐다. 아쉽게도 김다미의 자윤은 오래 만나볼 수 없을 듯하다. 공개된 정보에 의하면 김다미는 짧지만 강렬하게 등장할 예정이라고. 전편을 연출한 박훈정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았으며, <브이아이피>로 박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이종석이 새로운 인물로 등장한다.

이미지 준비중
마녀 2

감독 박훈정

출연 신시아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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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기자 문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