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에선 네 번째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보이스>는 배우 변요한이 지닌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이다. 자신의 가정을 몰락시킨 보이스피싱 조직의 진실을 수면 위로 꺼내 올리는 변요한의 에너지는 러닝타임을 가득 채우며 서사의 살을 덧댄다.

매 작품마다 특유의 힘으로 극을 빛내는 변요한이 배우라는 명찰을 단지도 벌써 10년째. 독립영화계 총아라는 수식어와 함께 날아오른 변요한의 이름 앞에 이젠 충무로의 '믿보배'란 상찬이 따른다. 데뷔작부터 출세작에 이르기까지, 범상치 않은 얼굴로 극의 분위기를 뒤흔들던 배우 변요한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굵직하게 돌아본다. 

토요근무(2011)| 김도연 役
변요한의 스크린 데뷔작은 단편영화 <토요근무>. 인터넷 설치 기사인 도연이 홀로 남겨져 있는 한 소녀의 집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마주하는 사건들을 담담하고도 충격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짧은 시간 내 여러 감정을 녹이는 데 성공하며 호평을 얻었다. 빈틈없이 짜여진 연출도 좋았지만, <토요근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변요한의 얼굴. 뙤약볕에 무르익은 도연의 감정 변화를 17분 안에 완벽하게 표현하며 데뷔작부터 범상치 않은 면모를 드러냈다. 

목격자의 밤(2012) | 유지훈 役
<토요근무> 이후 변요한은 '소처럼 일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1년 내 10편이 넘는 독립 영화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그중에서도 <목격자의 밤>은 변요한 출연작 중 최고의 단편 영화로 꼽힌다.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가 된 주인공을 연기한 변요한은 한 인간에게 찾아온 딜레마의 혼란을 고스란히 표현해내며 영화 팬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변요한의 필모그래피를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는 작품 중 하나다. 

감시자들(2013) | 엠쓰리 役
서서히 본인의 영역을 넓혀가던 변요한은 <감시자들>을 기점으로 상업 영화에도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감시자들>에선 정우성의 오른손이자 운전수 엠쓰리를 연기했는데. 적은 분량이었지만, 등장마다 특유의 힘 있는 눈빛을 쏘아대며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감시자들>에 함께 출연한 선배 배우 설경구는 변요한에 대해 "(<감시자들> 당시 제 앞에 변요한이 앉아있었는데 눈빛이 참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하며 <자산어보> 창대 역에 그를 추천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들개(2014) | 박정구 役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사랑해 마지않을 영화 <들개>는 충무로의 미래가 된 배우 박정민과 변요한의 신인 시절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사회가 루저라 낙인찍은 청춘들이 사제 폭탄을 만들며 괴물이 되어가는 비극을 담은 작품인데, 박정민과 변요한의 에너지가 끊임없이 부딪히며 극을 이끈다. 폭탄을 만들면서 희열을 느끼는 동시에 두려움이 몰려오는 정구의 양가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변요한의 연기는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미생(2014) | 한석율 役
그리고 2014년, 변요한은 자신의 출세작인 <미생>을 만나게 된다. 숨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작은 사회 속에서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신념으로 극의 활기를 불어넣는 캐릭터 한석율을 만나게 된 것이다. 독특한 헤어스타일부터 친화력, 엉뚱함까지. 한석율이 지닌 만화스러운 매력을 현실적인 지점으로 풀어낸 변요한은 <미생>을 통해 대중에게 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소셜포비아(2015) | 김지웅 役
영화 <소셜포비아> 역시 변요한의 필모그래피에서 유의미한 지점을 가지는 작품이다. 당시로써는 흔치 않은 소재와 방식으로 소셜미디어의 컴컴한 면을 조명하며 평단과 관객 모두의 취향을 고루 만족시켰다. 자연히 영화의 인기는 출연 배우들에게로 이어졌는데, 당시 <미생>으로 인지도를 쌓은 변요한의 색다른 얼굴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으로 소개되며 더욱더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목격자의 밤>과 <들개>에서 보여준 혼란스러운 청춘의 얼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셜포비아> 속 변요한은 특유의 에너지로 극의 긴장감까지 더하며 주인공으로서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육룡이 나르샤(2015) | 이방지 役
<미생>과 <구여친 클럽>을 거쳐 <육룡이 나르샤>에 안착한 변요한은 이방지를 만나 모두에게 인정받는 배우로 우뚝 섰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처절한 복수를 감행하는 이방지의 서글픈 내면을 큰 눈망울에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러고 보면 변요한은 매 작품마다 형용할 수 없는 갈등에 휩싸이는 인물을 주로 연기했는데,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변요한의 눈빛이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변요한의 눈빛은 이방지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하며 이방지를 최고의 흥행 캐릭터로 만들었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2016) | 한수현 役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변요한의 첫 상업 영화 주연작이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타임슬립 장르로 현재의 한수현은 배우 김윤석이, 과거의 얼굴은 변요한이 연기했다. 2인 1역이라는 쉽지 않은 설정이었지만, 선배 김윤석과 나란히 발맞추며 섬세한 감정을 표현해 또 하나의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동안은 다소 어두운 내면을 끌어올린 변요한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면, 이 작품을 통해선 그의 로맨틱한 표정까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하루(2017) | 이민철 役
공교롭게도 변요한은 곧바로 만난 차기작 <하루>를 통해 다시 한번 시간을 다룬 타임루프 장르에 도전했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는 설정에서 시작한 이 작품에서 변요한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막으려는 구급대원 민철을 연기한다. 어쩐지 전작인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하지만 <하루>의 변요한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절박함이 목 끝까지 차오른 심정을 표현해내며 또 다른 얼굴을 꺼내 들었다. 

미스터 션샤인(2018) | 김희성 役
<미생>이 변요한의 출세작이라면 <미스터 션샤인>은 변요한을 '만인의 스타'로 거듭나게 만든 작품일 것이다. 변요한이 연기한 김희성은 능구렁이 같은 면모와 함께 가슴 아픈 서사를 지닌 인물로, 극이 진행되는 내내 시청자들의 애달픔을 샀다. 지금까지 변요한이 연기한 모든 캐릭터들의 특성들이 한데 녹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김희성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인물인데, 변요한은 김희성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하며 모두의 호평을 떠안았다. 많은 이들이 꼽는 변요한의 인생 캐릭터 중 하나. 

자산어보(2021) | 창대 役
<미스터 션샤인> 이후 변요한은 돌연 2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조금은 지쳤던 것 같다"는 변요한은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시간을 선물하며 지친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변요한은 <자산어보>의 창대를 만나게 된다. 신념과 우직함을 무기로 글공부에 꿈을 품은 청년 어부 창대는 많은 부분 변요한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자산어보> 속 창대에게서 지금까지 변요한의 모습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기품과 여유가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것에 급급하던 신예 변요한은 이제 본인만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