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마법 같은 연대와 위로의 시간으로 ★★★★ 셀린 시아마 감독은 성장 3부작이라 불리는 전작 <톰보이> <워터 릴리스> <걸후드> 그리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까지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 여성들 사이의 관계와 연대에 집중해왔다. <쁘띠 마망>에서는 엄마와 딸이라는 근원적인 관계에서 감동적인 연대를 이뤄낸다. 시간 여행을 통해 자신과 똑같은 나이의 8살 엄마를 만나는 판타지는 감독의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상실감이 반영됐는데 영화는 결코 감독 개인의 경험에 머물지 않는다. 영화를 본 이들은 저마다 할머니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감정으로 연결될 것이다.
정유미영화 저널리스트 어린 시절의 엄마를 만나다 ★★★☆ 셀린 시아마 감독의 신작은 이전 작품들보다 한결 더 정제되고 환상적이고 완벽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어린 두 여성의 만남은 우연히 만난 소녀들이 우정을 쌓는 장난처럼 보였다가 어린 딸이 어린 시절의 엄마를 만난다는 관계 설정이 드러나면서 복합적인 감정들을 선사한다.현재의 인물이 과거의 인물을 만나는 설정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지만,극히 제한적인 공간 안에서 시공간을 아우르고 캐릭터들의 감정을 조율하는 셀린 시아마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빛을 발한다.
정시우영화 저널리스트 영화를 본 후, 엄마의 이름을 불러봤다 ★★★☆ 엄마와 딸에 대한, 보편적이지만, 신비롭고, 충분히 특별한 이야기. 외할머니-엄마-딸로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시공간과 관계를 통해 여성들의 우정과 유대감을 보듬는다. 심플하지만 깊다. 판타지적 설정의 영화에 마법을 일으키는 방법은 번쩍번쩍한 기술력이나 막대한 제작비나 과학적인 논리가 아니라, 감수성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셀린 시아마 세계의 확장.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친애하는 나의 작은 친구에게 ★★★★
젠더 정체성과 욕망 등을 둘러싸고 나 자신 그리고 관계 맺기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소녀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던 셀린 시아마의 시선은 <쁘띠 마망>을 통해 보다 보편적이면서도 넓은 곳으로 향한다. 이 영화가 지닌 반짝이는 비밀은 사랑과 위로를 위한 것이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의 두려움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급작스러운 단절과 상실이 존재하는 팬데믹 시대, 셀린 시아마는 간결한 프로덕션으로 오히려 궁극의 것을 관객의 손과 마음에 쥐여준다. 그것은 너른 여성적 시각 안에서 어린이들의 세계 또한 적극적으로 탐험하고 풍성하게 끌어안으며 시공간, 세대를 뛰어넘는 연대를 성취하는 영화적 마법이다. 관객의 감정보다 앞서나가거나 호도하지 않는 정확한 감동이 그 안에 존재한다.
김형석영화 저널리스트 여름 안에서 ★★★☆ 우연히 동행하게 된 세 남자의 여름 휴가 이야기. 펠릭스는 한 번 만난 여자에게 빠져 무작정 그의 집을 찾아가고, 세리프는 친구 펠릭스의 여정에 동참하고, 에두아르는 그들이 여자인 줄 알고 카풀을 수락했다가 함께 하게 된다. 에릭 로메르의 여름 영화를 연상시키지만 훨씬 더 떠들썩하고 유쾌하다. 그러면서 은근히 사회적 메시지를 이야기 속에 녹인다. 휴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잡아낸 톤이 좋다.
정유미영화 저널리스트 휴가지에서 생긴 일 ★★★☆ 프랑스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이 영화가 에릭 로메르 감독의 자장 안에 놓여 있음을 단박에 알아차릴 것이다.여름 휴가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우연한 만남들,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들.에릭 로메르의 영화보다 귀엽고 유머러스하고 캐릭터 층이 넓고 다양한 갈등과 문제들을 솔직하게 풀어놓는 기욤 브락 감독의 변주에 기분 좋게 이끌린다.세 주연배우들의 연기에 장단 맞추다 보면 어느새 엔딩에 다다른다.여름에 어울리는 영화에 추가해도 좋을 작품의 출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저예산 액션 영화 ★★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그래서 제목도 ‘브라더’일지 모르는, 언더커버 컨셉트의 액션 영화. 저예산의 한계를 액션으로 돌파하려 하는데, 안타깝게도 쉬워 보이진 않는다. 차라리 액션보다는 이야기의 감정에 더 힘을 쏟았다면 좋았을 법하다.
정유미영화 저널리스트 납득하기 어려운 의형제 ★☆ 제목에서 짐작하듯 언더커버 형사와 범죄조직 이인자의 뜨거운 형제애에 중점을 둔 범죄 액션 영화다.범죄조직에 잠입한 형사와 그에게 일을 가르치는 보스의‘오른팔’이 동료 이상으로 끈끈한 관계를 맺게 된다는 설정인데 영화는 그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리지 못한다.액션도 기계적으로 반복될 뿐 장르 안에서 기대할 만한 장면을 찾아볼 수 없다.주연 배우 정진운과 조재윤이 열정적인 연기를 펼치지만 개연성 없는 전개 안에선 힘을 잃고 만다.
김형석영화 저널리스트 아빠와 아들 ★★☆ 중국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프랜차이즈인 <부니 베어> 시리즈의 최근작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접했던 설정을 이용해 어드벤처를 펼친다. 몸이 작아진 빅터와 아빠 그리고 부니 베어의 이야기인데, 정신 없이 진행되는 스토리라인은 지루하지 않다. 대신 가족의 화해부터 환경 문제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꽤 많고 캐릭터들도 여럿 등장하면서 부산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캐릭터들은 작아지고 재미는 커지고 ★★★ 2014년부터 꾸준히 국내 개봉을 이어오며 기본 이상의 만듦새를 보여주는 중국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부니 베어>의 극장판이다.시리즈 팬이라면 주인공 곰돌이 형제와 옥신각신 하는 나무꾼 빅(기존 개봉작에선 로거 빅으로 불림)의 존재를 잘 알 터.이번엔 빅과 아버지의 관계가 중심이 되어 곰돌이 형제를 비롯한 동물,곤충들의 모험이 펼쳐진다.세대 갈등과 환경 문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으나 아이들에겐 크기가 줄어든 캐릭터들이 역경을 헤쳐 나가는 과정만으로도 짜릿한 즐거움을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