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던 영화를 다시 보면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그 당시 시대를 느낄 수도 있고, 그 영화와 관련된 기억들이 함께 떠오르기도 한다. 어떤 영화들은 다시 보면서 이 배우들이 이런 역할을 했었구나 뒤늦게 알게 되기도 한다. 이번 포스트는 천만 관객을 모았던 흥행작 속에서 조·단역으로 출연했던 배우들을 모아 소개한다.
광해, 왕이 된 남자
광해군과 그를 똑 닮은 광대 하선의 이야기를 그린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장광, 김인권, 심은경 등이 주요 배역을 맡았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글로벌 히트작'에서 대활약한 배우도 이 영화에 잠깐이나마 얼굴을 비췄다. 배우 허성태다. 최근 <오징어 게임>의 장덕수 역을 연기한 그는 데뷔도 늦은 편이었는데, 그의 첫 영화 출연작이 <광해, 왕이 된 남자>이다. 이제 막 전업 배우를 꿈꾸던 시절이었기에 얼굴이 나오는 순간은 정말 짧지만 그래도 천만 영화에 원 컷을 받은 셈.
초반에 광해군에게 아편을 먹인 상궁 안개시는 이엘. 전개의 도화선을 피우지만 끝까지 등장하지는 않는다. 이전에도 <황해>나 여타 드라마에서 얼굴을 자주 비췄지만 이 영화 출연이 유독 기억나는 건 이병헌과의 인연 덕분. 이 영화에서 연기 합을 맞췄던 이병헌과는 3년 후 <내부자들>에서 다시 만났고, 이 작품도 흥행에 성공했다.

- 광해, 왕이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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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개봉 2012.09.13.
암살
친일 인물을 암살하는 독립운동가 일행, 돈만 주면 누구든 암살하는 청부살인업자 일행을 주인공으로 한 '암살형 케이퍼 무비' <암살>. 2015년 여름 <베테랑>과 함께 '쌍천만 신화'를 이룩했다. 요즘 이런 일제 강점기 시대 영화가 나오면 '이번에도 나오겠지?'하고 기대하게 하는 배우는 여기 <암살>에도 출연했다. 김인우다. 재일교포라 일본어에 능통하고 한국어도 곧잘 해서 <암살>에선 사라진 속사포를 대신해 임무에 합류하는 기무라를 맡았다. 이때만 해도 이 정도로 주목받는 배우가 아니었기에 언급이 적었으나(영화 출연진이 화려한 것도 있고) 이듬해 <동주>에서의 열연을 시작으로 수많은 영화, 드라마 속 일본인 캐릭터를 도맡아 해 지금 보면 더 새로운 느낌이다.
또 근 몇 년 사이에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 발돋움한 두 배우도 영화에서 잠깐 만날 수 있다. 한 명은 백화점 향수 판매원을 맡은 금새록이다. 안경을 수리하기 위해 백화점에 온 안옥윤에게 향수를 판촉 하려다 반격을 당한다. 분량은 정말 적지만 대사도 있고, 미츠코에게 안옥윤의 존재를 암시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다른 한 명은 김예은. 하와이 피스톨이 총에 맞은 안옥윤을 치료하기 위해 데려간 치과의 간호사로 등장한다. 대사 하나 없는 단역이지만, 훗날 그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그린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굵직한 연기를 보여줬던 것이 일견 생각나는 부분이다.

- 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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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최동훈
출연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개봉 2015.07.22.
베테랑
<암살>이 나왔으니 <베테랑>도 안 볼 수 없다. <베테랑>에서 많은 분들이 재발굴한 배우는 아마도 엄태구일 것이다. 최근 <구해줘 2>, <낙원의 밤> 등으로 주연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으니까. 엄태구를 넘어가면 생각보다 많이 출연하는 배우가 한 명 더 있는데, 최상무의 최측근 수행원으로 출연한 서현우다. 장편 단편, 독립 상업, 영역 구분 없이 영화계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그는 웬만한 관객이라면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다 알 법한 배우 중 한 명이다. 수행원이라서 별다른 대사나 임팩트는 없지만 최상무 곁에서 그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베테랑>을 다시 보면 절대 놓칠 수 없는 고규필도 있다. 고규필은 요즘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는 배우로 <사랑의 불시착>이나 <열혈사제>, 영화 <너의 결혼식>을 봤다면 그 특유의 푸근함을 기억할 것이다. <베테랑>에서도 형사들의 잠복에 지레 겁먹고 아내에게 전화하는 귀여운 (하지만 듬직하진 않은) 순경을 맡았다. 지금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곽철용' 김응수는 정 고문으로 출연했는데, 당시엔 임원1 정도로 보였지만 어쩐지 곽철용이 밈이 된 지금은 괜히 비중이 많아 보인다.

-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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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개봉 2015.08.05.
국제시장
처음 소개한 <광해, 왕이 된 남자>처럼 월드스타의 데뷔작인 천만 영화가 하나 더 있다. 윤덕수라는 인물의 일대기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그린 <국제시장>에는 한 스리랑카 커플이 고등학생들에게 조롱받는 장면이 있다. 이 커플의 남자가 <오징어 게임>에서 알리 압둘로 출연한 아누팜 트리파티다. <국제시장>은 그의 연기 인생 데뷔작인데, 지금 이 장면을 다시 보면 "한국에 살면 한국 사람이고!"라는 대사가 유독 더 강렬하게 들린다.
초반 국제시장 장면에서도 배우 두 명이 눈에 띤다. 윤덕수에게 '알박기'를 운운하는 상인은 현봉식. 그는 특유의 인상적인 외모로 형사나 범죄에 몸 담고 있는 역할을 자주 맡았었다. 최근엔 <D.P.>의 천용덕 중령을, <검은 태양>의 천명기를 연기하며 활약하고 있다. 그 옆에 또 다른 상인은 허동원으로 그도 <오징어 게임>에서 중요한 장면에서 얼굴을 비춘 바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