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이야기의 밀도조차 잊게 만든 경이로운 이미지
★★★★
아름답고 경이롭다. 시네마란 이런 것이라고 증명하듯 드니 빌뇌브가 펼쳐낸 이미지의 세계는 관객의 눈과 귀를 완전하게 지배한다. 방대한 원작의 내용을 빼곡하게 채우는 대신 의도적으로 보일 만큼 느슨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의 밀도는 탁월한 선택이 됐다. 과감한 클로즈업으로 확보된 인물의 감정, 상상의 영역을 현실의 지점으로 끌어온 듯한 정교한 스펙터클은 내러티브 이상의 충분한 몰입을 선사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시네마틱 블록버스터, 절반의 성취
★★★☆
아직은 절반의 성취다. 이번 영화는 방대한 이야기의 배경 설명을 완수한 ‘비기닝'에 가깝다. 절대자의 탄생과 성장기라는 원형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무르익기 전, 세계관을 대하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비전을 소개하는 차원으로 이해된다. 그는 <듄>을 몹시도 시네마틱한 체험의 블록버스터로 그려내고 있다. 규모의 위용을 뽐내는 것보다 빛과 어둠, 사운드 같은 영화의 본질을 섬세하게 다루고 접근하는 데 충실하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물인지 여실히 목격하게 만든다. 모래 언덕(듄)만 가득한 광활한 사막은 경외의 대상으로, 내면의 두려움에 접근하는 주인공 폴의 얼굴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틱한 서사로 복무한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바람과 모래로 쓴 대서사시의 서문
★★★☆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소설 [듄]의 영향을 받은 <스타워즈> 시리즈나 <왕좌의 게임>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아이러니하게도 [듄]은 원조지만 이미 본 듯한 세계다. 그렇기에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세계관을 설명하고 주인공을 소개하는 것에 그친 파트 1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드니 빌뇌브 감독이 아이맥스로 구현한 사막의 이미지만큼은 모래 알갱이가 버석하게 씹히고 눈앞이 흐려질 정도로 실감 나게 매혹적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빨리, ‘파트2’를 내놓으시라
★★★★
대중문화 전반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 고전이 원작인 만큼, 영화 단독으로 평가받긴 애초에 불가능할 것이다. 2000만 독자 개개인이 그려온 상상과도 싸워야 하는 게 드니 빌뇌브의 운명일진대, 그 자신이 원작의 열혈 팬인 감독은 6권의 원작 중 1권 전반부만을 그리는 모험을 시도했다. 활자의 시각화를 빨리 확인해 보고 싶었을 원작 팬 입장에선 지루하게 여겨질 지점이 있는 선택이다. 그러나 빌뇌브의 야심은 또렷하다. 사운드는 웅장하고, 영상은 매혹적인데, 장면 하나하나가 폭풍에 빨려 들어가는 듯 황홀하다. 그 와중에 티모시 샬라메가 매 순간 오아시스처럼 반짝인다. 이번 작품에 만족하든 아니든, 속편에 대한 궁금증은 버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속편 제작을 향한 빌뇌브의 전략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짜인 구조로 탄생했다. 어쨌든 손꼽아 기다릴 극장 영화가 생겼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행복하다. 빨리, ‘파트2’를 내놓으시라. 목이 탄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드니 빌뇌브의 야심에 빨려든다
★★★★
SF 걸작 영화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신기원을 열어젖힌 작품. 기존의 SF와 다름을 선언한 <컨택트>(2017)부터 전설의 SF 원작에 도전한 <블레이드 러너 2049>(2017)를 거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야심은 <듄>에서 가공할 만한 그리고 납득할 만한 위력을 행사한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경이로운 진풍경은 극장의 존재 이유를 새삼 되새기게 만드는 규모의 미학이며, 운명과 맞서야 하는 거대한 영웅 서사의 서막은 여전히 가슴을 뛰게 만든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에피소드 배경 정도로 등장했던 ‘사막의 힘’을 체험에 가깝게 보여주는 것도 뛰어난 성취다. 현대 SF 영화의 새로운 도약을 목격한다면 ‘이제 시작이다’라는 대사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