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페이즈4 입문을 위한 사려 깊은 개론서
★★★
새롭거나 혹은 낯설다. 색다른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익숙한 영웅이 사라진 마블의 세계는 기대와 우려가 한데 엮였다. ‘어벤져스’의 뒤를 잇는 ‘이터널스’는 단순한 영웅들의 서사를 넘어 다양성의 포용, 혐오에 대한 도전 등 시대의 변화에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드러낸다. 주제 의식을 앞세운 점은 페이즈4의 미래를 이해하는 입문서로서 충분히 기능한다. 다만 이 같은 연출의 의도가 낯선 세계관을 마주한 관객들에게 캐릭터와 스펙터클로 일으켜야 할 감흥의 흔적을 지운 점은 아쉽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새 시대, 새 영웅. 아직 친해질 시간이 필요해
★★★
<어벤져스> 이후 마블의 새 페이즈를 열 <이터널스>가 담고 있는 가치는 뚜렷하다. 그간 백인 남성위주의 히어로물에 다양한 인종과 장애, 성지향성 등을 포함시켜 세계를 더 넓히겠다는 것. 새로운 시대를 여는 새 영웅에게 걸맞은 행보이며 환영받을 만하지만 아직까지 <이터널스>는 자기소개에급급해보인다. 10명의 이터널들의 사연, 그들 사이의 관계와 갈등, 7000년이 넘는 역사에 그들의 존재론적 고민까지 해야 하는 이야기가 많은 나머지 2시간 30분에 가까운 러닝타임마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처음 만나는 영웅임에도 그들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가까워질 틈이 없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마블인 듯 마블 아닌 마블 같은 너
★★☆
어디서부터 잘못 꿰어진 것일까. ‘피칭’을 통해 마블 경영진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걸 보면 클로이 자오만의 비전은 확실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비전을 대형 블록버스터에 녹이는데 요령이 부족하다. 액션 창의력이 좋지 못하고, 마블 영화 특유의 센스는 희미한데, 철학적 주제가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못하고 설명조 대사로 대체된 구간도 많다. 여러모로 감독은 ‘자신이 잘하는 것’과 ‘잘해 내고 싶은 것’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가장 큰 구멍은 마음 줄 캐릭터의 부재다. 캐릭터에 매력이 실려 있다면, 드라마가 조금 퍼석하더라도 마블 관객은 너른 마음으로 품어줄 용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캐릭터들이 의무방어전만 하는 느낌이라, 재미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까놓고 말하자면, 이런 심정이다. 우리가 알던 마블이 아니잖아!’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올바름은 환영, 태세 전환의 성공은 아직
★★★
마블 히어로 무비의 역사로 보자면 이 정도로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한 영화가 나왔다는 것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인종, 성별, 연령까지 고려한 캐릭터, 고른 역할 분담까지 고심한 부분이 역력하다. 마블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 히어로들을 소개하는 역할로 보면 다소 긴 자기소개서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기존 마블 영화의 약점을 만회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긴 하나 히어로들의 능력이나 유머는 어딘가 익숙하고, 단순하게 치부할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을 오락 영화에서 간편하게 차용한 점은 위험해 보인다. 전반적으로 불균질한 영화의 톤앤매너가 마블의 새로운 스타일로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