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
감독 클로이 자오
출연 젬마 찬, 리차드 매든, 안젤리나 졸리, 마동석, 셀마 헤이엑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페이즈4 입문을 위한 사려 깊은 개론서
★★★
새롭거나 혹은 낯설다. 색다른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익숙한 영웅이 사라진 마블의 세계는 기대와 우려가 한데 엮였다. ‘어벤져스의 뒤를 잇는 이터널스는 단순한 영웅들의 서사를 넘어 다양성의 포용, 혐오에 대한 도전 등 시대의 변화에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드러낸다. 주제 의식을 앞세운 점은 페이즈4의 미래를 이해하는 입문서로서 충분히 기능한다. 다만 이 같은 연출의 의도가 낯선 세계관을 마주한 관객들에게 캐릭터와 스펙터클로 일으켜야 할 감흥의 흔적을 지운 점은 아쉽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새 시대, 새 영웅. 아직 친해질 시간이 필요해
★★★
<어벤져스> 이후 마블의 새 페이즈를 열 <이터널스>가 담고 있는 가치는 뚜렷하다. 그간 백인 남성위주의 히어로물에 다양한 인종과 장애, 성지향성 등을 포함시켜 세계를 더 넓히겠다는 것. 새로운 시대를 여는 새 영웅에게 걸맞은 행보이며 환영받을 만하지만 아직까지 <이터널스>는 자기소개에급급해보인다. 10명의 이터널들의 사연, 그들 사이의 관계와 갈등, 7000년이 넘는 역사에 그들의 존재론적 고민까지 해야 하는 이야기가 많은 나머지 2시간 30분에 가까운 러닝타임마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처음 만나는 영웅임에도 그들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가까워질 틈이 없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마블인 듯 마블 아닌 마블 같은 너
★★☆
어디서부터 잘못 꿰어진 것일까. ‘피칭을 통해 마블 경영진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걸 보면 클로이 자오만의 비전은 확실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비전을 대형 블록버스터에 녹이는데 요령이 부족하다. 액션 창의력이 좋지 못하고, 마블 영화 특유의 센스는 희미한데, 철학적 주제가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못하고 설명조 대사로 대체된 구간도 많다. 여러모로 감독은 자신이 잘하는 것 잘해 내고 싶은 것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가장 큰 구멍은 마음 줄 캐릭터의 부재다. 캐릭터에 매력이 실려 있다면, 드라마가 조금 퍼석하더라도 마블 관객은 너른 마음으로 품어줄 용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캐릭터들이 의무방어전만 하는 느낌이라, 재미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까놓고 말하자면, 이런 심정이다. 우리가 알던 마블이 아니잖아!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올바름은 환영, 태세 전환의 성공은 아직
★★★
마블 히어로 무비의 역사로 보자면 이 정도로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한 영화가 나왔다는 것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인종, 성별, 연령까지 고려한 캐릭터, 고른 역할 분담까지 고심한 부분이 역력하다. 마블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 히어로들을 소개하는 역할로 보면 다소 긴 자기소개서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기존 마블 영화의 약점을 만회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긴 하나 히어로들의 능력이나 유머는 어딘가 익숙하고, 단순하게 치부할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을 오락 영화에서 간편하게 차용한 점은 위험해 보인다. 전반적으로 불균질한 영화의 톤앤매너가 마블의 새로운 스타일로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이터널스

감독 클로이 자오

출연 젬마 찬, 리차드 매든

개봉 2021.11.03.

상세보기

퍼스트 카우
감독 켈리 라이카트
출연 존 마가로, 오리온 리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약탈과 추격 대신 우정으로 재구성된 시간들
★★★★
기존 서부극의 모든 대립항과 법칙으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는 이 영화 속 미국의 역사는 총 대신 우정, 파괴보다 공생을 향한 조용하지만 힘 있는 응시로 재구성된다. 요란한 추격을 포착하는 과시적인 화면 대신 인간과 땅에 집중하는 소박한 프레임은 카메라 바깥으로 잘려나간 더 넓은 역사의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땅에 반듯하고 나란하게 누운 누군가의 유골처럼, ‘바깥의 서사’는 발견과 재해석을 기다리며 언제나 존재해왔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새로운 관점에서 써 내려간 서부극
★★★★
서부극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권총, 황야를 달리는 말, 의리와 복수 같은 것들.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를 담은 <퍼스트 카우>에는 이 모든 게 없다. 총 대신 빵이, 말 대신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는 젖소가, 의리나 복수 대신 우정과 연대가 있을 뿐이다. 영화는 그동안 미디어가 눈길을 주지 않아 감춰져 있던, 서부 시대의 다른 얼굴을 조명한다. 서사는 단순하지만, 인물들의 사소한 말과 눈길을 사소하지 않게 포착해 낸 연출 덕에 내내 풍만하고 따뜻하다. 영화는 과감하게도, 두 주인공의 운명을 먼저 보여주며 문을 연다. 그것이 오히려 이들 여정에 대한 호기심을 끝까지 붙드는 역할을 하는 게 특이점.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미국에 관한 부드러운 은유극
★★★☆
전작들에서 여성주의 서부극을 시도했던 켈리 라이카트 감독이 선보이는 경이로운 서부극. 이번엔 두 명의 남성을 내세우되, 서부 개척시대 백인주의 사회에서 유대인과 중국인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그저 아름답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우정 이야기를 들려준다. 욕망의 시대를 지극히 정적으로, 정직한 자연으로, 소박한 우화로 풀어낸 화법에 숭고미마저 느껴진다

퍼스트 카우

감독 켈리 라이카트

출연 존 마가로, 오리온 리

개봉 2021.11.04.

상세보기

세버그
감독 베네딕트 앤드류스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안소니 마키, 잭 오코넬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진 세버그는 없고 크리스틴 스튜어트만 남았다
★★☆
누벨바그의 디바이자 시대의 아이콘, 인권운동가였던 여배우 진 세버그의 이야기. 영화 재미의 문제라기보다, 실존 인물을 조명하는 구간 선택과 상상력이 아쉬운 작품이다. 영화는 흑인 인권단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FBI의 표적이 되고 수많은 음해를 받은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를 통해 날조된 뉴스가 판치는 오늘날의 세상도 비판하고 싶었다는 의도는 좋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자체가 세버그라는 인물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갖게 조명한 측면이 있다. 미궁으로 남아있는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는 정작 자막 한 줄로 대체하면서, ‘---이 아니라 ---에서 갑작스럽게 영화가 끝나는 느낌도 든다. 이 영화에서 의구심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한 가지라면,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시대의 아이콘을 다시 바라보다
★★★
1960년대, 할리우드와 프랑스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영화배우 진 세버그에 관한 전기 영화. 21세기 아이콘으로 꼽히는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연을 맡아 상당한 시너지를 일으킨다. 정치적 신념을 드러낸 여성에게 교화라는 명목으로 가해진 공권력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처절하게 파괴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진 세버그를 아이콘으로 소비하지 않고, 짧고도 비극적인 삶을 살았지만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인물로 재조명해 현실을 반영하는 태도가 올곧게 다가온다.

세버그

감독 베네딕트 앤드류스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안소니 마키, 잭 오코넬

개봉 2021.11.04.

상세보기

빌리 홀리데이
감독 리 다니엘스
출연 앤드라 데이, 트래반트 로즈, 가렛 헤드룬드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레이디 데이의 삶과 사랑
★★★
전설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빌리 홀리데이의 이야기를 회고담 형식으로 구성했다. 가수가 되기 전까지 불행했던 시절을 생략하고, 20세기 최고의 명곡으로 꼽히는 저항가요 이상한 열매(Strange Fruit)’를 부른 시점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고통스러운 과거를 극복하지 못했으나 시대의 폭력에 맞서 목소리를 굽히지 않았던 빌리 홀리데이의 삶과 사랑이 그윽한 여운을 전한다. 빌리 홀리데이를 연기한 앤드라 데이의 독보적인 음색과 들끓는 에너지가 영화를 한층 강렬하게 만든다.

빌리 홀리데이

감독 리 다니엘스

출연 트래반트 로즈, 가렛 헤드룬드, 나타샤 리온, 앤드라 데이

개봉 2021.11.04.

상세보기

크림
감독 노라 라코스
출연 비카 케레케스, 라즐로 마트라이, 마클로스 바냐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달콤한 색감의 로맨스
★★★
헝가리에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인생이었던  여성이 디저트 카페를 살리기 위해 가족 지원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만, 그는 솔로다. 부랴부랴 남편과 아이를 구한 주인공은, 다른 가족들과 가족애 겨뤄야 한다. 독특한 설정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재미도 있지만, 화려한 색감과 적절한 OST 관객들을 사로잡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 비카 케레케스는 이런 류의 영화에 최적화된 배우다.

크림

감독 노라 라코스

출연 비카 케레케스, 미클로스 바냐이, 페렝크 엘렉, 라즐로 마트라이

개봉 2021.11.04.

상세보기

침묵의 숲
감독 커첸넨
출연 진연비, 리우 쥬 촨, 김현빈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지옥
★★★
대만판 <도가니>’라고 하지만,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특수학교 내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과 은폐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방관자와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엉켜 지옥도를 만들어낸다. 학생들 사이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뿌리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오랜 기간 동안 감춰지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젠 어떻게 해볼 도리 없는 거대한 실체가 드러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침묵의 숲

감독 커첸넨

출연 리우 쥬 촨, 김현빈, 진연비, 유관정

개봉 2021.11.04.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