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즐기는 방법이 참 다양해진 요즘입니다만, 그럼에도 극장이라는 공간에 들어가 스크린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여전히 특별한 경험입니다. 이번 6월에는 특히 명작들의 재개봉 소식이 많습니다. 추려서 소개해 드립니다.

플래툰
 
일흔을 훌쩍 넘겼지만 올리버 스톤 감독이 미국 사회를 보는 시선은 아직도 날카롭습니다. 그가 연출하고 조셉 고든 레빗이 주연한 최근작 <스노든>(2016)CIA의 정보 분석원이었으나 미국 정부가 개인의 정보를 무단 수집하고 있다는 것을 폭로한 조지프 스노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었습니다. <플래툰>은 이런 올리버 스톤의 비판 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작으로 베트남전의 허상을 다룬 작품입니다.
 
베트남전에 자원입대한 크리스는 전쟁을 빌미로 온갖 만행을 저지르는 반즈와 전쟁터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일라이어스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일라이어스(윌렘 대포)가 미국을 대신해 속죄하듯 전사하는 거룩한 장면을 스크린으로 만나봅니다.

샤인
 
영화음악을 선전하기 위한 음악영화들이 있습니다. 얼핏 낭만적인 음악인의 삶을 다루는 듯하지만, 전략적으로 배치된 삽입곡들이 재빠르게 차트에 진입하곤 했지요. <샤인>의 음악들도 많은 사랑을 받긴 했지만, 적어도 그 시절에 나온 음악영화들은 음악과 영화가 서로를 소비하려드는 얄팍함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피아노 천재 데이빗은 아버지의 주입식 음악교육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어린 나이에 혹독한 훈련을 받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을 완주하지만 실신하고 말지요. 이후 그는 정신분열증을 앓으며 긴 요양생활을 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어버린 데이빗은 이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지만 여전히 피아노 앞에선 신들린 듯한 연주를 보여줍니다.

첫 키스만 50번째
 
묵직한 주제의 작품들 사이에서 상큼한 로맨틱 코미디 <첫 키스만 50번째>가 반갑습니다. 하와이의 수족관에서 일하는 헨리(아담 샌들러)는 루시(드류 베리모어)를 처음 만난 날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루시는 단기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어서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기억이 통째로 날아가 버립니다. 헨리는 매일 그녀에게 새로운 방법으로 다가가 사랑을 속삭입니다.
 
솔직히 이제 아담 샌들러의 인기가 시들합니다. 야심작 <픽셀>이 개봉했던 2015년엔 포브스지가 선정한 몸값 못하는 배우로 뽑히는 굴욕을 맞봤지요. 그러나 한때는 정말 믿고 보는 배우였습니다. 성공한 SNL 출신 배우들이 많습니다만 아담 샌들러는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매력이 가장 잘 녹아든 작품이 <첫 키스만 50번째>입니다.

헤드윅
 
크리스틴 바숑은 미국 독립 영화계의 대모라고 불리는 인물입니다. 킬러 필름즈(Killer Films)의 설립 앞뒤로 그가 제작한 <독약>, <고 피쉬>, <키즈>, <나는 앤디 워홀을 쐈다> 등은 하나같이 미국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헤드윅>은 아마도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 중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파급력을 보여준 독립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그 사이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얼마나 성숙해졌을까요?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 <헤드윅>의 재개봉이 리트머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의 남다른 성정체성을 알게 된 한셀(존 카메론 미첼)은 미국으로 이주합니다. ‘헤드윅 & 앵그리인치라는 글램록 밴드를 결성하여 활동하지요. 존 카메론 미첼이 감독과 주연을 겸하며 혼신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다크 나이트
 
마블과 DC의 히어로들로 스크린이 북적북적합니다. DC<원더 우먼>의 성공으로 모처럼 반격을 시작했는데요. 그럼에도 배트맨 관련 영화로는 <다크 나이트>를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벤 애플렉이 새로운 배트맨 솔로무비의 연출을 포기한 후, 프로젝트가 표류하고 있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자레드 레토가 연기한 조커 역시 히스 레저를 넘지 못했지요.
 
검사 하비 덴트와 히어로 배트맨의 활약으로 고담시의 범죄집단들은 세력이 약해집니다. 범죄단은 갑자기 나타난 수수께끼 같은 사나이 조커를 주축으로 배트맨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스토리 정도야 줄줄 꿰고 있는 명작입니다만, 크리스토퍼 놀란이 아이맥스로 촬영한 <다크 나이트>의 명장면들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 같네요.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오욕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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