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를 꺾은 한국 영화로 장안의 화제인 작품이 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장르만 로맨스>가 바로 그것인데, 이는 배우 조은지가 연출한 첫 상업영화다. <장르만 로맨스>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중심에 두고 그를 둘러싼 여러 관계를 그려내는 작품이다. 감독이 연출한 첫 장편영화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으로, 이렇게 배우 조은지는 감독으로서 성공적인 첫 출사표를 던지게 되었다. <장르만 로맨스> 개봉을 맞아, 그녀를 비롯해 성공적으로 장편 영화 데뷔를 해낸 국내 여배우 출신 감독들을 한데 모아보았다.


조은지
<장르만 로맨스>

<장르만 로맨스>를 연출한 조은지는 2000년 영화 <눈물>로 데뷔한 22년 차 배우다. 그녀는 데뷔 이후 코미디, 멜로, 드라마, 스릴러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수의 작품들에서 톡톡 튀는 인물들을 연기하며 대중들의 눈에 든다.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녀가 처음 메가폰을 든 작품은 2014년 연출한 단편영화 <이만원의 효과>. 당시 작품이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연출에 재차 도전했고, 2년 후인 2016년 또 한 편의 단편영화 <23>을 내놓는다. 영화는 이듬해 미쟝센단편영화제와 고양스마트영화제 등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장르만 로맨스>

이후 2019년에는 <23>을 포함한 옴니버스 영화 <오늘, 우리>를 선보였고, 2020년 신정원 감독의 영화 <죽지않은 인간들의 밤>을 각색하기도 하며 역량 있는 감독의 면모를 보였다. 앞서 그녀가 연출한 몇 편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장르만 로맨스> 역시 특유의 유머 코드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비단 가벼운 코미디뿐 아니라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도록 만드는 영화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 기존 로맨스 코미디 영화와 다른 결의 전개와 함께 관객에게 온기 가득한 위로를 던지는 작품이라는 점 또한 조은지 감독의 차기작을 벌써 궁금해지게 만든다.

장르만 로맨스

감독 조은지

출연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 이유영, 성유빈, 무진성

개봉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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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미
<폴란드로 간 아이들>

추상미는 1994년 연극 <로리타>로 데뷔해 무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2년 후 영화 <꽃잎>으로 스크린 데뷔를 하며 영화배우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이후 드라마에도 출연해 브라운관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다. 그뿐만 아니라 뮤지컬 출연을 비롯해 MC까지 맡으며 다재다능한 배우임을 보여주었고, 이내 연출까지 하게 된다. 그녀가 2001년 처음 연출한 단편 영화 <추송웅을 추억하며>는 추상미의 아버지이자 연극배우였던 추송웅을 기리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후 결혼 및 출산으로 연기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던 그녀는 배우가 아닌 감독 추상미로 다시 돌아왔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

연출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진학한 대학원에서 그녀는 두 편의 단편영화 <분장실> <영향 아래의 여자>를 연출했다. 두 편 모두 극영화였는데, <영향 아래의 여자>는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한국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이 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5년 후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통해 다시 한번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다. 영화는 1951년 폴란드로 비밀리에 보내진 전쟁고아 1500명을 품은 폴란드 선생님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추상미가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는 깊이 있는 메시지와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고, 감독 추상미의 연출력 또한 인정받게 되었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

감독 추상미

출연 이송, 추상미

개봉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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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여배우는 오늘도>

연기파 배우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배우 문소리. 그녀는 2000년 개봉한 영화 <박하사탕>으로 데뷔한 이후 출연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관객들의 인정을 받으며 충무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해왔다. 문소리 역시 22년 차 배우로 현재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인데, 출연작만 무려 53편인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처음으로 연출작이 올라간 것은 2014년의 일이다. 당시 그녀는 연출 공부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고, 첫 연출작인 단편영화 <여배우>는 대학원에 제출할 과제로 만든 작품이었다. 친구들과 북한산으로 등산을 간 배우 문소리의 하루를 담은 작품으로, 그녀는 연출, 각본, 연기까지 13역을 해냈다.

<여배우는 오늘도>

이듬해 그녀는 출연이 뜸해진 배우 문소리의 일상을 다룬 <여배우는 오늘도>와 과거 함께 작업했던 감독의 부음을 듣고 찾은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최고의 감독>을 연달아 내놓았다. 그녀가 대학원 과제로 만든 단편 3부작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은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호평을 받았고, 이 세 작품들은 2017년 장편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로 탄생한다. 영화 개봉 후 인터뷰에서 향후 연출 계획에 대한 질문에 그녀는 연출에 대해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연기를 훨씬 더 많이 하게 될 거다고 대답한 바 있는데, 실제로 이 작품 이후 현재까지 그녀는 감독이 아닌 배우 문소리로만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유능한 신인 감독의 신작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꽤나 아쉬운데, 몇 년 후에라도 연출작을 툭 가지고 관객들을 찾아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배우는 오늘도

감독 문소리

출연 문소리

개봉 20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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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진
<오로라 공주>

방은진은 리스트에 있는 배우들 중 연기자보다 연출자로서 더욱 유명한 인물이다. 1989년 연극 <처제의 사생활>로 배우 데뷔 후 10여 년간 무대에서 활동을 하던 그녀는 1994년 영화 <태백산맥>에 출연하며 스크린 데뷔를 하게 된다. 이후 다수의 영화에 출연한 그녀는 1995년과 1996년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춘사영화제 여우주연상, 영화평론가협회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이 인정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로 떠오른다. 하지만 방은진은 편안하게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기를 선택하는 대신 연출에 도전을 한다.

<오로라 공주>

그녀는 1998년부터 단편영화의 조감독으로 참여하는 등 차근차근 감독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며 준비했고, 2004년 첫 단편영화 <파출부, 아니다>를 연출하게 된다. 이후 <떨림>, <위풍당당 이유>, <첼로> 등으로 장편영화 데뷔를 시도했으나 제작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던 2005년 첫 상업영화 <오로라 공주>를 연출하게 되었고 이 작품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인 장편영화감독 데뷔를 하게 된다. 이후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영화화한 <용의자 X>을 비롯해 <집으로 가는 길>, <메소드> 등을 내놓으며 명실상부 충무로의 대표 감독으로 자리 잡게 된다.

오로라 공주

감독 방은진

출연 엄정화, 문성근

개봉 200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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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X

감독 방은진

출연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

개봉 201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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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감독 방은진

출연 전도연, 고수

개봉 201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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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드

감독 방은진

출연 박성웅, 윤승아, 오승훈

개봉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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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기자 B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