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자동차를 탐구해보려 한다. 영화에서 중요한 도구, 소재로 사용된 자동차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 주제를 선택하게 만든 영화부터 소개한다. 제목은 <드라이브 마이 카>. 일본의 새 거장이라 불리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12월 개봉 예정 영화다. 2021년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당시 봉준호 감독과 하마구치 감독이 대담을 하기도 했다. 원작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이다. 이 영화 속 자동차부터 모두 5대의 영화 속 자동차를 소개한다. 안전벨트부터 매고, 시동 걸고, 출발!

알림!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제임스 본드의 애스턴 마틴 DB5, <트랜스포머>의 범블비 쉐보레 카마로, <빽 투 더 퓨처>의 드로리안 DMC-12, <이탈리안 잡>의 미니쿠퍼, <분노의 질주> 속 차량 등 널리 알려진 자동차는 제외했다.


사브 900 터보(SABB 900 Turbo) - <드라이브 마이 카>
이 포스트의 계기가 된 자동차. 사브 900 터보. <드라이브 마이 카>에 등장한 이 빨간색 자동차는 러닝타임 내내 등장한다. 주인공인 배우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직접 운전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운전사 미사키(미우라 토코)를 고용하게 된다. 영화 속 자동차는 1978년부터 1994년까지 생산된 사브 900의 1세대 모델이다. 올드카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스웨덴 자동차 메이커 사브는 지금 사라졌다. 원작 소설에서는 노란색 사브 900 소프트 톱 컨버터블(컨버스 천으로 만든 지붕이 열리는 자동차)이 등장한다. 해당 차종을 구하기 어려워서인지 영화에서는 빨간색 3도어 해치백으로 변경됐다. 부산영화제 스페셜토크 행사에서 봉준호 감독이 “왜 원작과 다른 차량을 사용했냐”고 묻자 하마구치 감독은 “노란색 차를 찍고 나서 산이나 나무 같은 녹색 배경이 나오면 대비상 조금 별로라는 생각이 들던 차에 일단은 차를 보러 갔는데, 차량을 수배해 주시는 분이 노란 차를 보러 가자 하시곤 빨간 차를 타고 오셨다. 그래서 이걸로 하라는 뜻이네 하고 그냥 결정을 했다”고 답했다. 참고로 영화 속 자동차는 3도어 차량이라 뒷좌석 문이 없다. 스틸 사진을 보면 뒷좌석에 가후쿠가 앉아 있는 게 보이는데 타고 내리기 어렵지 않았을까? 사소한 궁금증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개봉 2021.12.00.

상세보기

스바루 임프레자 WRX(SUBARU IMPREZA WRX) - <베이비 드라이버>
은행을 비추는 <베이비 드라이버>의 첫 장면. 빨간색 차량이 카메라 앞을 가로막으며 멈춘다. 차량 휠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다음 컷은 운전석에 타고 있는 드라이버(안셀 엘고트)가 5세대 아이팟으로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션(Jon Spencer Blues Explosion)의 노래 ‘벨 보텀스’(Bellbottoms)를 재생하는 장면이다. 빰빰~ 빰빰~ 하는 사운드에 맞춰 차 안에 타고 있는 캐릭터들이 한 컷씩 등장한다. 전주가 시작되면 드라이버를 제외한 3명이 은행을 향한다. 드라이버는 혼자 신나게 와이퍼를 박자에 맞춰 작동시키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후 은행을 털고 온 3인조가 타에 타자 드라이버는 차를 출발시킨다. 음악이 계속 흐르는 와중에 경찰차를 따돌리는 카체이스 시퀀스가 이어진다. 고속도로 반대 편의 빨간색 차량 사이로 들어간 드라이버는 경찰의 헬리콥터 감시를 피하고 골목길로 접어든 이후, 경찰의 무전음이 들린다. “드라이빙 어 레드 스바루 WRX”(Drivig a red Subaru WRX, 자막에는 ‘용의차량 적색 스바루’) 그렇게 주차장에 도착한 일행은 준비된 어두운 회색 차량에 갈아타고 그제야 크레딧이 흐르기 시작된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베이비 드라이버>는 이 오프닝 시퀀스만 봐도 영화의 절반 정도 봤다고 해도 된다. 오프닝 시퀀스의 주인공 차량은 스바루 임프레자 WRX다. 스바루는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이고 임프레자는 스바루의 준중형 세단 모델명이다. WRX는 고성능 차량에 붙는 명칭이다. ‘월드 랠리 익스페리먼털’(World Rally eXperimental)의 준말이라고 한다. 수평대향엔진(실린더가 마주보며 수평으로 배치되는 엔진)으로 유명한 스바루는 월드랠리챔피업십(WRC, World Rally Championship)에서 강자로 군림한 바 있다.

베이비 드라이버

감독 에드가 라이트

출연 릴리 제임스, 안셀 엘고트, 제이미 폭스, 존 햄, 케빈 스페이시, 에이사 곤살레스

개봉 2017.09.13.

상세보기

포드 갤럭시 500 - <로마>
“갤럭시는 이제 질렸어. (중략) 마지막으로 갤럭시 타고 여행 가자.” <로마> 속 이 대사에서 갤럭시가 스마트폰이 아닌 건 확실하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영화인 <로마>에 인상적인 자동차가 있었냐고? 영화가 시작되고 14분 정도 지날 무렵 무시무시한 자동차 한 대가 등장한다. 주인공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가 가정부로 일하는 집의 아버지 안토니오(페르난도 그레디아가)가 1970년 포드 갤럭시 500 차량을 몰고 집에 도착한다. 헤드라이트가 켜진 차량은 압도적인 풍채를 자랑한다. 안토니오는 손에 불이 붙은 담배꽁초를 쥐고서는 비좁은 주차장에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주차를 한다. 쿠아론 감독의 카메라는 이 과정을 한 컷 한 컷 정성껏 보여준다. 담뱃재가 떨어질 듯 말 듯한 묘한 긴장감.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 라디오에서 흐르는 가운데 들리는 엔진 소리가 마치 야수가 으르렁거리는 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이드 미러가 벽을 살짝 지나치고, 배수구 바로 앞에 멈추는 자동차. 이윽고 담배를 차량 안에 설치된 재떨이(!)에 대충 비벼 끄고, 라디오를 끄면 음악이 멈춘다. 차가 큰 건지, 주차장이 좁은 건지 조수석(!)으로 내리는 안토니오를 보고 나서야 관객도 안도의 숨을 쉴 수 있다. 그만큼 이 거대한 미국 자동차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영화의 후반부. 앞의 저 대사가 등장한다. 엄마는 아버지의 갤럭시를 팔고 중형 패밀리 세단 르노 12를 구입했다. 주차는… 그냥 브레이크 밟고 멈춘 다음 운전석에서 내리면 된다. 엄마는 “작은 차가 좋다”고 말한다. 포드 갤럭시 500이 아버지를 상징하고, 르노 12가 어머니의 상징이라면 갤럭시를 판 엄마의 결정이 뜻하는 바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안토니오는 폭스바겐 비틀을 타고 출장을 떠난다. <로마>는 자동차가 꽤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영화다.

로마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마리나 데 타비라, 얄리차 아파리시오

개봉 2018.12.12.

상세보기

포르쉐 911 카레라 S - <버닝>
<버닝>에는 2대의 차가 등장한다. 하나는 벤(스티븐 연)의 포르쉐 911 카레라 S이고 다른 하나는 종수(유아인)가 몰고 다니는 기아 봉고 프런티어 더블캡(2열 좌석이 있는 모델)이다. 한국에서 자동차는 부의 기준이 된다. 연봉별 추천 자동차 같은 표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통될 정도다. <버닝>을 보는 관객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돌아오는 해미(전종서)를 만나기 위해 공항으로 마중을 간 종수. 해미가 여행에서 만난 벤과 인사를 나누고 함께 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온다. 세 사람이 술을 마시는 사이, 벤의 후배가 포르쉐 911 카레라 S를 식당 앞에 주차해둔다. 식당에서 나온 세 사람. 벤이 약간은 어눌한 말투로 “(종수의 차를 향해 가던 해미에게) 내가 데려다줄까?”라고 말했을 때 종수는 “그, 그래 그렇게 해”라고 답한다. 자신의 집이 멀다는 이유를 대긴 했지만 묘하게 벤의 말을 수긍하게 되고 만 것이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생산된 녹슨 봉고 3세대 프런티어와 최신형 포르쉐 911 카레라 S의 가격 차이는 종수와 벤의 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포르쉐 911은 스포츠카의 대명사와도 같다. 911 차량은 비슷비슷하게 생겼지만 카레라, 카레라 S, 카레라 4S, 타르가, 터보, GT3 등 뒤에 붙은 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차라고 볼 수도 있다. 카레라가 가장 낮은 등급의 모델이고 터보 S와는 1억 원이 넘는 가격 차이가 있다. S가 붙으면 좀더 높은 마력의 고성능 차량이고 4는 사륜구동을 뜻한다. 참고로 카레라(carrera)는 스페인어로 경주, 레이스라는 의미다.

버닝

감독 이창동

출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개봉 2018.05.17.

상세보기

모하비 페이스리프트 1세대 - <반도>
국내 영화 가운데 인상적인 자동차를 한 대 더 선정하기 위해 <터널>의 기아 K5, <기생충>의 메르세데스 벤츠 S350, <발신제한>의 제네시스 GV80 등을 후보에 올렸다. <터널>은 자동차가 줄곧 영화에 등장하지만 자동차 자체가 도드라지게 느껴지지 않는다. <기생충>은 자동차의 등장 시간이 적은 편이고 자동차가 영화 속에서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발신제한> 역시 러닝타임 내내 GV80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후보가 됐지만 간접광고라는 점에서 탈락했다. <부산행>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의 모하비 페이스리프트 1세대 모델을 선정한 이유는 두 가지다. 영화 속에서 존재감 있는 등장을 선보였다는 점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처럼 개조된 차량이라는 점이 눈에 띄어 보너스 점수를 얻었다.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크고 튼튼한 이미지의 SUV 모하비를 생존을 위한 차량으로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모하비는 군용 개조 차량으로도 생산된다. 군인들이 점령한 <반도>의 서울을 생각해보면 어린 준이(이레)가 몰던 모하비가 군용 개조 차량이라고 하면 좀더 설득력 있는 설정이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영화에서 선보인 차량의 움직임은 현실적이지 않다. 흔히 사이드 브레이크라고 부르는 손으로 당기는 형태의 레버식 주차 브레이크를 추가하는 등 특별히 개조됐다는 걸 감안하면 영화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만한 수준이다.

반도

감독 연상호

출연 강동원, 이정현

개봉 2020.07.15.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