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를 넘어 할리우드로, 그리고 전 세계로 날아오른 봉준호 감독의 가장 큰 특장점은 바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감독이라는 것이다.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인 그의 필모그래피를 잠깐 훑어보자. 그는 1990년대 다수의 단편영화 연출과 함께 여러 영화에 조연출로 참여하며 감독으로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왔고, 마침내 2000년 장편 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한다. 이후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그리고 대망의 <기생충>까지. 꼭 3, 4년에 한 번씩은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아왔고, 그 작품들은 단 한 편도 빠짐없이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지난해 세계를 뒤흔들었던 <기생충>은 국내외 시상식을 휩쓴 것도 모자라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영화상을 모두 품에 안기도 했다.
이 연출의 피를 누가 이어받았나 했더니 그의 아들 봉효민이 받았다. 그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옥자>, <리얼>, <1987>, <골든슬럼버>, <PMC: 더 벙커>, <블랙팬서> 등 다수의 작품들에서 프로듀서, 촬영, 기획, 미술, 조감독 등 여러 분야에 이름을 올리며 아버지의 뒤를 밟고 있다. 또 2017년 웹무비 프로젝트 ‘디렉터스TV’의 네 번째 에피소드 <결혼식>을 연출했다. 영화는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에 참석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손호준과 손석구가 주연 배우로 출연했다. 또 2019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리아와 그녀의 딸 자라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영화 <Aperture>를 각색하고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의 후광을 피하기 위해 본명에서 성을 뺀 ‘효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언젠가 봉준호의 아들 봉효민이 아닌 그의 이름 세 글자만으로 충분히 빛날 수 있는 날이 오길. 앞으로 그가 그려나갈 작품 세계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