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아이반 라이트맨 감독과 제이슨 라이트맨 감독.

여기 영화감독인 아버지의 대를 이어 메가폰을 잡은 아들들이 있다. 얼마 전 개봉한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의 감독 제이슨 라이트맨 감독도 그들 중 하나인데, 그는 아버지 아이반 라이트맨 감독의  <고스트버스터즈> 시리즈를 이어 받아 이번에 속편을 연출했다. 아이반 라이트맨 감독과 제이슨 라이트맨 감독 부자(父子)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활약 중인 부전자전 감독들을 한 데 모아보았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감독 제이슨 라이트맨

출연 캐리 쿤, 핀 울프하드, 맥케나 그레이스, 폴 러드

개봉 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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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아이반 라이트맨 X 제이슨 라이트맨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1989년 개봉한 <고스트버스터즈2>의 후속작으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고스트들에 맞서 싸우는 손주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앞서 잠깐 소개했듯 이 작품은 아이반 라이트맨 감독의 <고스트버스터즈> 시리즈를 그의 아들 제이슨 라이트맨 감독이 이어서 연출한 것이다. 아이반 라이트맨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주해 자란 체코계 캐나다인으로, 1980년대와 1990년대까지 <고스트버스터즈>를 비롯해 <트윈스>, <유치원에 간 사나이>, <데이브>, <주니어> 등 손대는 작품마다 흥행을 시킨, 특히 코미디에 강한 감독이다. 또 초창기부터 자신의 작품들을 포함해 여러 영화들을 제작해온 제작가이기도 한데, 이번에 개봉한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또한 제작을 맡았다.
 
아이반 라이트맨의 아들 제이슨 라이트맨은 아버지를 뛰어넘은 역량 있는 감독이다. 그는 아버지와 달리 주로 드라마 장르의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19살에 연출한 첫 단편 영화 <오퍼레이션>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후 연출한 장편 영화 <땡큐 포 스모킹>은 토론토영화제에 초청되고 전미비평가협회에서 최우수 신인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0대 미혼모를 소재로 한 작품 <주노>는 개봉과 동시에 크게 흥행하며, 감독 데뷔 2년 만에 아카데미 시상식의 감독상 후보에 오르기도. 다음 연출작 <인 디 에어> 또한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었고, 이후로도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꾸준히 내놓았다. 얼마 전 개봉한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또한 온고지신의 미덕으로 원작 팬들을 잡고 재정비한 스토리로 새로운 관객들을 모두 잡은 영화로 좋은 평을 얻고 있다.


한국
봉준호 X 봉효민

충무로를 넘어 할리우드로, 그리고 전 세계로 날아오른 봉준호 감독의 가장 큰 특장점은 바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감독이라는 것이다.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인 그의 필모그래피를 잠깐 훑어보자. 그는 1990년대 다수의 단편영화 연출과 함께 여러 영화에 조연출로 참여하며 감독으로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왔고, 마침내 2000년 장편 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한다. 이후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그리고 대망의 <기생충>까지. 3, 4년에 한 번씩은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아왔고, 그 작품들은 단 한 편도 빠짐없이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지난해 세계를 뒤흔들었던 <기생충>은 국내외 시상식을 휩쓴 것도 모자라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영화상을 모두 품에 안기도 했다.
 
이 연출의 피를 누가 이어받았나 했더니 그의 아들 봉효민이 받았다. 그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옥자>, <리얼>, <1987>, <골든슬럼버>, <PMC: 더 벙커>, <블랙팬서> 등 다수의 작품들에서 프로듀서, 촬영, 기획, 미술, 조감독 등 여러 분야에 이름을 올리며 아버지의 뒤를 밟고 있다. 2017년 웹무비 프로젝트 디렉터스TV’의 네 번째 에피소드 <결혼식>을 연출했다. 영화는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에 참석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손호준과 손석구가 주연 배우로 출연했다. 2019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리아와 그녀의 딸 자라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영화 <Aperture>를 각색하고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의 후광을 피하기 위해 본명에서 성을 뺀 효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언젠가 봉준호의 아들 봉효민이 아닌 그의 이름 세 글자만으로 충분히 빛날 수 있는 날이 오길. 앞으로 그가 그려나갈 작품 세계가 더욱 기대된다.


멕시코
알폰소 쿠아론 X 조나스 쿠아론

한국에 봉준호가 있다면 멕시코에는 알폰소 쿠아론이 있다. 멕시코 출신 거장 감독으로 불리는 그는 1983년 단편 영화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를 연출하며 감독 데뷔를 한 후 1991년 장편 영화 <사랑과 히스테리>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감독 활동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소공녀>의 메가폰을 잡으며 할리우드 진출을 했고, 이후 <위대한 유산>, <이 투 마마>,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등 다양한 장르에서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며 평단의 호평을 얻었다. 이후로도 베니스영화제 촬영상을 수상한 <칠드런 오브 맨>, 아카데미시상식의 감독상과 편집상을 수상한 <그래비티>, 또 한 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품에 안은 <로마> 등 연출하는 작품마다 수상 릴레이를 이어오며 명실상부한 거장임을 보여주고 있다하지만 봉준호와 달리 알폰소 쿠아론은 그의 아들 조나스 쿠아론의 연출을 꽤 공개적으로 지지해 주는 편이다.

2007년 멕시코 영화 <이어 오브 더 네일>로 데뷔한 조나스 쿠아론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한 <그래비티>에서 아버지와 함께 공동 각본에 이름을 올린 2013년부터다. 비슷한 시기에 그는 산드라 블록이 주연으로 출연한 단편 영화 <아닌강>을 연출했고, 2015년 영화 <디시에르토>로 장편 영화 데뷔를 하게 된다. <아닌강>, <디시에르토>에 모두 알폰소 쿠아론이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디시에르토>는 멕시코 국경의 광활한 사막을 무대로 펼쳐지는 90분간의 치열한 사투를 그린 작품으로, 토론토영화제 등 몇몇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아직 아버지의 업적에 미치는 연출작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그간의 작품들을 발판으로 삼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내길 바라본다. 여담으로 알폰소의 동생 카를로스 쿠아론 또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X 미야자키 고로

영화에 큰 관심이 없다고 해도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수장이자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행적 또한 대단하다. 1978년 데뷔작 <미래 소년 코난>을 시작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 <모노노케 히메>,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바람이 분다> 등 그의 필모그래피에 오른 작품들의 제목만 나열해도 가슴이 웅장해질 정도. 특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당시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상 수상을 비롯해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전 세계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었다.
 
아버지의 빛이 너무 강했기 때문일까.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 또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활동 중이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본래 그는 건설 컨설턴트이자 도시 디자이너의 일을 하고 있었으나, 1998년 제작자 스즈키 도시오의 설득으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근무하며 지브리 미술관의 종합 디자인을 맡는 등의 일을 해왔다. 그러다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감독이 되고자 했으나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끝내 아버지를 설득해 2006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로 데뷔한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평가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고, 이후 <코쿠리코 언덕에서>, 지브리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아야와 마녀> 등을 연출하며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실력에 비해 아쉽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미국
칼 라이너 X 로브 라이너

리스트에 오른 타 감독들과 달리 미국 대표 칼 라이너는 비단 감독으로만 활동한 인물은 아니다. 그는 미국 코미디계에 한 획을 그은 코미디언이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였고, 또 감독이자 각본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한 엔터테이너였다. 1950~60년대 코미디 영화의 대부로 이름을 날리던 칼 라이너는 1967년 영화 <엔터 래핑>을 연출하며 감독 데뷔를 했고, 이후 1980년대까지 <바보 네이빈>, <죽은 자는 체크무늬를 입지 않는다>, <전자 두뇌 인간>, <두 영혼의 남자> 등 약 10여 편의 작품들을 만들며 감독으로 활약했다. 다만 2000년대 들어서는 본업인 배우로 더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지난해 향년 98세의 나이로 눈을 감기 직전까지도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고 애니메이션에서 목소리 연기를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칼 라이너의 아들 로브 라이너는, 적어도 연출에 있어서 아버지를 가뿐히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다. 1960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로브 라이너는 1999년 이름을 올렸다. 처음 그를 영화계로 이끈 것은 역시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가 연출한 영화에 출연을 하고 방송국에서 코미디 대본을 쓰던 그는 1984년 영화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에서 연출, 각본, 음악, 주연까지 14역을 맡으며 감독 데뷔를 한다. 아버지가 코미디에 능했다면 로브 라이너는 드라마에 강했는데,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무기 삼아 <스탠 바이 미>, <프린세스 브라이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미저리>, <어 퓨 굿 맨>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비평과 흥행을 동시에 잡으며 스타 감독으로 떠올랐다. 이후로도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플립> 등을 연출했고, 할리우드 대표 감독이자 제작자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B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