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같이 생겼네”라는 말의 함의는 무엇일까. 대개는 ‘잘생겼다’를 떠올릴 테다. 하지만 배우라는 단어가 가진 외적인 매력에는 단순히 잘생김만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영화 속 캐릭터는 무수히 많은 얼굴들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수많은 배우들이 존재한다. 오늘은 독보적인 마스크를 지닌 남성 배우들을 모아보았다. 단순히 독특하게 생긴 걸 넘어,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인상을 지닌 배우들만을 추려 보았다. 만약 제목 보고 떠올렸던 그 배우가 없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악역에 최적화 된 얼굴, 엄태구

“물속에서 어린아이를 구해내도 나쁜 생각 때문일 것 같아 보이는 배우” JTBC 프로그램 <방구석 1열>에서 변영주 감독이 엄태구를 묘사할 때 쓴 말이다. 짙은 눈썹과 도드라지는 광대, 깊은 눈그림자 속에 번뜩이는 안광. 입을 여는 순간, 캐릭터의 거친 인생을 가늠케 하는 허스키한 목소리. 엄태구는 악역을 하기에 최적화 되어 있는 배우다. 

<밀정>(2016)
<낙원의 밤>(2021)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한 그는 여러 영화에 단역과 조연을 오가며 탄탄하게 연기력을 쌓았고, 드디어 2016년 <밀정>에서 조선인 출신의 일본 경찰 하시모토 역을 맡아 포텐을 터뜨렸다. 송강호, 허성태 등 연기파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도 결코 뒤지는 법 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이후 <어른도감>(2017), <안시성>(2017), <판소리 복서>(2018)의 주연을 맡으며 주연급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밀정>만큼의 파급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낙원의 밤>으로 다시 한 번 주목 받았다. 

밀정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공유

개봉 201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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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밤

감독 박훈정

출연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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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새겨진 나이테, 허준호

허준호의 얼굴은 나이테와 같다. 배우로서 살아온 그의 궤적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살아온 세월이 배우의 인생이 새겨져 있는, 참으로 보기 드문 배우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모를지언정,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본 이는 허준호의 얼굴을 쉽게 잊지 못한다. 말보단 표정으로 연기하는 그는 주름 하나에도 감정을 담아낸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 2(2020)
<모가디슈>(2021)

개인적인 일로 인해 6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그는 1990~2000년대 이후 현재,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려 한다. 공백기 기간 동안 목회자가 되려 했다는 그는 카메라 앞에서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허준호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대쪽같은 성격의 안현대감 그 자체였다. <모가디슈> 촬영을 위해서 금연초를 피우고, <킹덤> 촬영 도중 활에 의해 깊게 상처가 생겼지만 그에 연연해하지 않고 촬영을 이어 나갔다. <킹덤>에서 생사역이 되어 조학주(류승룡)를 물어뜯는 그 장면은 허준호가 아니고선 소화할 수 없었다. 배우의 카리스마란 이런 것임을 제대로 보여준 신.

모가디슈

감독 류승완

출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개봉 202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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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지만 다채로운 얼굴, 류준열

류준열의 얼굴은 투박하다. 섬세하게 빚은 듯한 미남 연예인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럼에도, 대중은 류준열에게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때로는 설렘을, 때로는 편안함을, 악역을 맡았을 땐 섹시함을 느끼기까지 한다. 그가 <소셜포비아> 속 어그로 bj 양게 역을 맡을 때까지만 해도 그에게서 섹시함을 느낄 거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소셜포비아>로 인지도를 쌓은 그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전국민이 다 아는 배우로 거듭났다. 성실하게 스크린에 얼굴을 비췄지만 무명에 가까웠던 그가 스타덤에 오른 순간이었다.

(왼쪽부터) <소셜포비아>(2014),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
(왼쪽부터) <독전>(2018), <돈>(2018)

츤데레 남주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김정환을 연기한 그는 김정환을 벗어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캐릭터가 너무 큰 사랑을 받으면, 어떤 연기를 해도 해당 캐릭터의 꼬리표가 따라붙기에, 이후의 행보가 중요했다. 그리고 그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무명 시절 독립영화로 다져왔던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독전>에서는 사연 있어 보이는 처연한 캐릭터 서영락을 연기하며 퇴폐적인 섹시함을, <돈>에서는 점차 탐욕을 알아가는 증권회사 사원 조일현을 맡아 능청스럽고 미끈한 연기를 선보였다.

소셜포비아

감독 홍석재

출연 변요한, 이주승, 류준열, 하윤경, 유대형, 박근록, 오희준, 임지호, 김용준, 정재우

개봉 201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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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연출 신원호

출연 성동일, 이일화, 류혜영, 혜리, 고경표, 류준열, 박보검, 안재홍, 이동휘, 최성원, 이민지, 라미란, 김성균, 최무성, 김선영, 유재명, 이세영

방송 2015,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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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감독 이해영

출연 조진웅, 류준열, 김주혁, 김성령, 박해준

개봉 2018.05.22. / 2018.07.18.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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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누리

출연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개봉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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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로 번뜩이는 눈, 박명훈

‘<기생충> 지하실남’으로 익숙한 배우 박명훈은 <기생충>으로 뜨기 전에도 이미 여러 감독들의 주목을 받아왔던 연기파 배우다. 봉준호 감독은 박명훈이 출연한 영화 <재꽃>(2015)을 보고, 그의 연기에 대해 “세계 최고의 술 취한 연기를 하시는 분인 것 같다. 정말 우리가 술취함의 레벨을 술취함 1에서 10까지 놓았을 때 매번 약간씩 다른 연기가 정말 압권이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다”고 평했다.

(왼쪽부터) <기생충>(2019), <보이스>(2021)
<경관의 피>(2022)

<기생충>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지닌 그는 이후 다작을 하며 2020년과 2021년을 가득 채웠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19)에서 시마다 역을 맡은 걸 시작으로, <보이스>에서 천 본부장 역을, <싸나희 순정>(2021)에서는 원보 역을 맡으며 주연 배우로 우뚝 섰다. 2022년에는 동명의 일본 소설 원작 영화, <경관의 피>에서 차동철 역을 맡았다. 영화는 출처불명의 막대한 후원금을 받아온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조진웅) 팀에 뼛속까지 원칙주의자인 신입경찰 민재(최우식)이 투입되는 걸 시작으로 한다. 박명훈은 <기생충>에서 보여주었던 기괴한 눈빛을 어김없이 드러내며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기생충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개봉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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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감독 김선, 김곡

출연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 박명훈

개봉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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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

감독 이규만

출연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개봉 20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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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밉지만 오히려 좋아, 전석호
드라마 <미생>

전석호라는 이름은 모를지라도, “<미생>의 하대리” 하면 “아!”를 외칠 사람은 많을 것이다. 2000년 영화 <하면 된다>의 단역으로 처음 배우 데뷔를 한 그는 주로 공연계에서 활동했다. 그러던 중 2014년, 드라마 <미생>에서 하성준 대리 역을 맡으면서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리게 되었다. 이후에도 드라마 <굿 와이프>(2016), <라이프 온 마스>(2018)에서 까칠하지만 인간미도 갖고 있는 역을 맡으며 점차 자신의 입지를 굳혀 나갔다. 

드라마 <킹덤>(2019)
드라마 <지리산>(2021)

<킹덤>(2019)에서는 조선의 포켓남, 조범팔 역을 맡으며 하찮은 매력을 발산했는데, 이 이후 찌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을 주로 맡고 있다. 도대체 쓸모는 없는데, 그 축 쳐진 눈과 울망한 눈동자가 그를 잊지 못하게 만든다. 2021년에는 기대작(이었던) 드라마 <지리산>에서 지리산 토박이 해동파출소 경장 김웅순 역을 맡으며 새로운 연기에 도전했다.

미생

연출 김원석

출연 이성민, 강소라, 임시완, 강하늘, 변요한, 김대명, 신은정, 태인호, 류태호, 조현식, 남경읍

방송 2014,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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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연출 이응복

출연 전지현, 주지훈, 성동일, 오정세, 조한철, 전석호, 이가섭, 고민시, 주민경, 김영옥, 윤지온, 김도연, 김국희, 주진모, 한동호

방송 2021,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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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렸다, 현봉식

연관검색어로 노안이 뜨는 배우, 현봉식은 1984년생이다. 아직 30대인 그는 “30대에 50대 역할도 해봤다”고 말하며 노안임을 인정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천용덕 중령 역할을 맡은 그는 작품 중 그보다 낮은 계급으로 나왔던 구교환, 손석구보다 사실은 동생이다. 인스타그램에 ‘교환 형님, 석구형’ 이라고 적은 걸 봐도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

드라마 <D.P.>(2021)
드라마 <검은태양>(2021)

그는 고등학교 시절 유도선수 생활을 했지만 여러 이유로 그만두게 되었고, 20대 중반엔 전자회사의 설치기사로 직장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래서인지 그의 데뷔는 꽤나 늦은 편인데, 2014년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단역 쌍수 역을 맡은 걸 시작으로 차근차근 성장해나갔다. 그러던 중 2021년, <D.P.>와 <검은태양>으로 대중의 주목을 한 번에 받으면서 명품조연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D.P.>에서 진급 욕심으로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연기는 그야말로 권력에 눈이 먼 군인의 완벽한 표본. 보는 내내 뒷목을 잡게 만든다.

검은태양

연출 김성용

출연 남궁민, 박하선, 김지은, 김병기, 이경영, 장영남, 김민상, 김도현, 김종태, 권소현, 유오성, 정문성, 황희, 조복래, 박진우, 현봉식, 안지호, 박지현, 안성봉, 전지안

방송 2021,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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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알 수 없는 마스크, 손석구

반듯하다면 반듯해 보이지만 어쩐지 속으로 삐딱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속을 알 수 없는 얼굴. 손석구는 그야말로 정의내릴 수 없는 배우다. 오묘한 마스크와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탄탄한 연기 실력 덕분에 손석구는 대중들에게 빠르게 눈도장을 찍었다. 2016년 한불 합작영화 <블랙스톤>으로 정식 데뷔를 한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 시즌 2에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는 박선(배두나)을 쫓는 서울지방 경찰청 문 형사를 연기했는데, 시카고, 캐나다에서 연기를 공부한 해외파 답게 유창한 영어실력을 선보였다.

<연애 빠진 로맨스>(2021)
<언프레임드 - 재방송>

연 매출 55억 원 기업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지만 그는 배우로서의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데뷔 이후 꾸준하게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선악을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고 2021년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는 섹스 칼럼을 쓰는 잡지사 직원 박우리 역을 맡아 유머러스하고 털털한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손석구가 감독으로 나선 <언프레임드>의 <재방송>이 왓챠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차기작으로는 <범죄도시2>,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까지 줄줄이 있는 상태. 2022년에도 배우 손석구의 모습은 약속되어 있다.

연애 빠진 로맨스

감독 정가영

출연 전종서, 손석구

개봉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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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