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돈 룩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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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아담 맥케이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롭 모건, 조나 힐, 마크 라이런스, 타일러 페리, 티모시 샬라메, 론 펄먼, 아리아나 그란데, 스콧 메스쿠디, 히메쉬 파텔, 멜라니 린스키, 마이클 치클리스, 토머 시슬리,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
개봉 2021.12.08.
<돈 룩 업>이 12월 8일 개봉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이자 아담 맥케이 감독 신작이다. 넷플릭스 공개 날짜는 12월 24일이다. 아담 맥케이 감독은 이른바 예능 출신 감독이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 SNL)의 메인 작가로 활동하다가 2004년<앵커맨>으로 장편영화 데뷔했다. 당시 그의 파트너는 <SNL> 크루, 윌 페렐이었다. 두 사람은 <앵커맨> 이후 <스텝 브라더스>, <디 아더 가이즈> 등의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다. 아담 맥케이 감독이 국내에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은 <빅쇼트>(2015)다. 마블 팬이라면 <앤트맨>의 각본가라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빅쇼트>는 윌 페렐과 결별하고 만든 첫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을 수상했다. <돈 룩 업> 개봉 및 공개에 맞춰 <빅쇼트> 이후 맥케이 감독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연출 스타일을 정리해봤다.
명언 혹은 인용구으로 시작하기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빅쇼트>는 마크 트웨인의 명언으로 문을 연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다룬 영화를 설명하는 문구다. <바이스>는 어떨까. <바이스>의 시작은 이 영화가 실화임을 알린다. “다음 이야기는 실화다. 혹은 실화에 가까운 이야기다. 딕 체니는 역사상 손꼽히는 비밀스러운 지도자였으니까. (하략)” 10여 분 정도 지나고 크레딧 시퀀스가 시작되기 전 화자불명(Anonymous)의 인용구가 등장한다. “조용한 사람을 조심하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저 인용구는 분명 비밀스러운 지도자 딕 체니를 향하는 말일 것이다. <돈 룩 업>에도 앞의 두 영화와 비슷한 형식의 문구가 등장한다. 아담 맥케이는 인용구를 영화에 활용하는 걸 분명 즐겨하는 감독이다.
실화 혹은 풍자의 이야기
<빅쇼트>는 2008년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다. 물론 실화다. <바이스>는 딕 체니라는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다.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실화 혹은 실화에 가까운 이야기다. <돈 룩 업>은 다르다. 실화가 아니다. 다만 철저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풍자라고 말할 수 있다. <돈 룩 업>의 메인 예고편에는 “실화가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라는 말이 등장한다. 거대한 혜성이 지구에 충돌할 거라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은 현실의 풍자로 이뤄져 있다. 이를테면 혜성을 발견한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교수와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가 출연한 아침 뉴스쇼 <더 데일리 립>의 방송국 이름은 현실에 없지만 미국의 유명 뉴스 채널이 연상되는 식이다. 맥케이 감독의 세 영화가 모두 특히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이런 문제를 최대한 쉽고 재밌게 관객들이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맥케이 감독의 영화에서 공통된 연출 스타일이 만들어진다.
보이스오버 또는 내레이션
<빅쇼트>는 어려운 경제 용어가 마구 튀어나오는 영화다. 맥케이 감독은 이런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을 위해 내레이션을 적극 활용했다. 영화 전체에 대한 내레이션은 라이언 고슬링이 맡았다. 고슬링은 자레드 베넷이라는 인물로 영화에 등장하기도 한다. 베넷은 마고 로비에게 용어 설명을 맡긴다. 그러면 마고 로비가 거품 목욕을 하고 있는 마고 로비로 등장해서 경제 용어를 설명해준다. 관객을 향해 직접 대사를 전달하는 제4의 벽을 무너뜨리는 연출이다. <바이스>에서도 내레이션이 등장한다. 커트 역의 제시 플레먼스의 목소리다. 딕 체니라는 인물에 대한 보충 설명을 영화 내내 해준다. 영화의 후반부에 커트와 딕 체니의 관계가 드러나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돈 룩 업>에서는 내레이션 혹은 보이스오버가 앞의 두 영화에 비해 적다. 실제 일어난 일을 설명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일 텐데, 외신에서는 지구와 충돌하는 궤도에 있는 혜성을 최초 발견한 박사 수료 대학원생 디비아스키가 내레이터 역할을 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자막 및 그래픽, 푸티지의 활용
실화 혹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풍자를 위해 아담 맥케이 감독이 보이스오버 혹은 내레이션과 함께 적극 활용하는 것이 자막 및 그래픽, 뉴스릴 등의 푸티지(Footage)다. 이런 요소는 세 편의 영화가 단순한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혹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게 만들기도 한다. <빅쇼트>에서는 영화 속 캐릭터들이 만드는 서사를 잠시 중단하고 관련 이미지를 연속 배치하고 자막을 넣는 연출이 보인다. <바이스>가 특히 페이크 다큐멘터리스럽다. 배우들이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과 함께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뉴스 화면 속에서 실제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밖에 영화가 끝날 때는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다음 상황을 자막으로 설명해준다. <빅쇼트>와 <바이스> 모두 이런 식으로 끝을 맺는다. <돈 룩 업>에서는 좀 다르다. 역시 실화를 다루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변화이지만 연출의 스타일은 거의 동일하다. 만들어진 뉴스 화면, 소셜미디어 자료 화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다른 두 영화와 특히 다른 점이 있다면 실화를 다루지 않기 때문에 영화 끝에 만들어진 후기, 즉 쿠키 영상의 등장이다.
멀티캐스팅 또는 카메오
복잡한 이야기를 간결하고 세련되며 위트 있게 풀어내는 것. 위에서 살펴본 맥케이 감독의 장기이자 눈에 띄는 연출법이다. 여기에 하나만 더 추가하자면 화려한 캐스팅이 있다. 멀티캐스팅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텐데, 몇몇 유명 배우들은 카메오 수준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돈 룩 업>의 경우가 가장 화려한 출연자 라인업을 자랑하는 듯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쳇, 마크 라이런스가 모두 오스카 수상자이고 티모시 샬라메, 조나 힐은 후보 지명자다. 심지어 그래미상 수상자인 아리아나 그란데도 출연한다. 상대적으로 약해 보일지 몰라도 <빅쇼트>나 <바이스>도 막강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맥케이 감독의 영화 3편에 출연한 배우 가운데 크리스찬 베일과 스티브 카렐은 <빅 쇼트>에 이어 <바이스>에도 출연했다.
실화로 복귀하기
맥케이 감독의 차기작 가운데 <돈 룩 업>에 이어 제니퍼 로렌스와 함께 만드는 <배드 블러드>가 있다. 이 영화는 <빅쇼트>, <바이스>와 거의 유사한 컨셉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전망된다. 이유는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다. 로렌스는 엘리자베스 홈즈라는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 홈즈는 미모의 메디컬 스타트업 대표였다. 미량의 혈액으로 200여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테라노스가 그가 운영하는 회사였다. 앞의 문장이 과거형인 이유는 테라노스의 기술이 거짓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결국 홈즈는 실리콘밸리는 물론 전 미국을 뒤흔든 희대의 사기극을 만든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배드 블러드> 이외에 맥케이 감독의 프로젝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매직 존슨, 카림 압둘자바 등이 활동하던 1980년 제프 펄만 감독 시절의 농구팀, LA 레이커스를 다룬 HBO 시리즈가 있다. 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TV 시리즈에도 합류했다고 보도됐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