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그 해 우리는> 김다미, 최우식

심상치 않은 반응과 함께 입소문을 타고 있는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은 배우 최우식의 매력을 A부터 Z까지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때론 애틋하게, 때론 얄밉게. 다채롭게 남아있는 첫사랑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재현해내며 매회 시청자를 홀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여타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그 해 우리는>는 다소 작은 이야기에 속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남다른 공감을 보내는 이유 역시 최우식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배우 김다미와 함께 최우식이 빚어낸 현실적인 연애의 단면은, 그 어떤 스펙터클한 서사보다 짜릿한 떨림을 자아내며 두터운 시청자층 모두를 만족시켰다. 이상적인 남친상과 현실적인 남친상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이제는 '로코킹' 자리를 넘보고 있는 배우 최우식. 그의 매력에 스며든 이들을 위해 영화 속 최우식 캐릭터들을 굵직하게 모아봤다.

그 해 우리는

연출 김윤진, 이단

출연 최우식, 김다미, 김성철, 노정의, 박진주, 조복래, 안동구, 전혜원, 박원상, 서정연, 차미경, 허준석, 이승우, 박연우, 박미현, 이선희, 윤상정, 박도욱, 정강희, 차승엽, 안수빈

방송 2021,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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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윤유준

최우식이 처음 스크린을 통해 얼굴을 비춘 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통해서다. 거침없이 김수현(원류환 역)의 뒤통수를 내려치지만 감출 수 없는 연약함을 동시에 드러내며 등장한 최우식은, 장편영화 데뷔작부터 본인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제 인상을 새겼다.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에 비해 최우식의 출연분은 다소 적었지만, 허세와 허당미를 한꺼번에 드러내며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감독 장철수

출연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손현주

개봉 201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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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박영재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재기발랄한 인상을 남겼지만, 신인 시절 배우 최우식은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매번 똑같은 연기에 똑같은 작품" 안에 갇혀있는 듯한 느낌은 최우식을 괴롭게 했고 배우를 포기하려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 배우 최우식을 지나치지 않고 손을 내민 작품이 있었다. 바로 김태용 감독의 <거인>이다. 김태용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도 잘 알려져있는 <거인>은 사지를 옥죄는 가족이란 울타리를 벗어나 청소년 보호시설 그룹홈에 머무르는 열입곱살 영재의 이야기를 그린다. <거인>의 중심에 서 있는 영재는 세상의 불안과 악을 떠안는 동시에 부러질 듯한 위태로움과 연약함을 온몸으로 설명해야 했던 인물인 만큼 배우의 호소력이 중요한 작품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배우 최우식의 이미지는 귀여움에 갇혀있었지만, 그 뒤에 감춰진 쓸쓸함과 유약함을 발견한 김태용 감독은 주저 없이 최우식을 데려와 카메라 앞에 세웠다. 결과적으로 최우식은 대체 불가능한 연기를 펼치며 기존에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이미지를 비틀어 버리는 데 성공한다. 그해 대부분의 신인상 트로피는 <거인>의 최우식에게 돌아갔다.  

거인

감독 김태용

출연 최우식, 김수현, 강신철

개봉 201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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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민영국

<거인> 이후 TV 드라마 주연 자리에서 주된 활약을 펼쳐온 최우식은 2016년, '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안겨주는 작품 <부산행>을 만나게 된다. 영화 <거인>을 보고 최우식을 캐스팅했다는 연상호 감독은, 겁에 잔뜩 질려있으면서도 제 신념대로, 제 방식대로 좀비 떼와 맞서 싸우는 영국이란 캐릭터에 최우식을 떠올렸다. <거인>의 영재가 그랬듯, 강인함과 불안함을 동시에 표현하는데 능한 최우식은 십 대 소년 영국의 두려움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하되 담대함을 잃지 않으며 뻔하지 않은 캐릭터를 완성했다. <부산행> 당시에도 최우식은 20대 후반의 나이였는데, <거인>에 이어 다시 한번 학생 연기를 펼친 것이 인상적이다. 이에 대해 최우식은 "내가 지금 동안이다 보니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라며 동안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부산행>으로부터 5년 후,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을 통해 최우식은 다시 교복을 입었는데, 여전히 변함없는 학생미를 보여주며 세월을 비껴갔다는 반응을 모았다.

부산행

감독 연상호

출연 공유, 정유미, 마동석, 김수안, 김의성, 최우식, 안소희

개봉 2016.07.20. / 2020.07.01.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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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김군(김우식)

최우식은 침투력이 강한 배우이기도 하다. 짧은 분량이지만 형형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로서는 참 좋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옥자>를 소환할 수 있겠다. <옥자>에서 최우식은 아주 짧게 등장한다. 미란도 한국지사의 트럭 운전사로 옥자가 탈출하는 과정 속에서 얼굴을 비춘다. 그 어떠한 서사가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큰일 난 건 회사지, 내가 아니다(They fucked, not me. They fucked up.)”라는 대사를 맛깔나게 소화하며 <옥자>의 신 스틸러로 등극했다. 봉준호 감독이 최우식을 캐스팅한 이유 역시 이 대사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봉준호 감독은 최우식이 '꼰대'와는 정반대되는, 규정되지 않은 인물상을 잘 그려내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에게 그 힌트를 전해준 건 영화 <거인>이었다고 한다. 결국 <거인>이 없었다면 <옥자>와 <기생충> 속 최우식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인>은 최우식의 인생을 바꾼 단 한 편의 영화라 칭할 수 있겠다.

옥자

감독 봉준호

출연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안서현

개봉 201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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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귀공자

<옥자> 이후 <물괴>를 통해 처음으로 사극 영화에 도전한 최우식은 같은 해 <마녀>를 통해 생애 첫 악역 연기를 펼쳤다. 특별하게 개조된 인간인 '귀공자'는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유전자 변이로 만들어진 살인병기인 만큼, 자신의 힘을 휘둘러 사람을 해하는데 아무런 죄의식이 없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작품에서 유약해 보이는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최우식은, "데뷔 후 7년 동안 똑같은 캐릭터들을 연기했다고 생각"해 절대적으로 악에 가까운 캐릭터에 도전하게 됐다. 아마도 <마녀>를 관람한 이들이라면 최우식의 영어 연기가 가장 인상적일 텐데, 실제로 최우식은 대본에는 한글로 돼 있던 대사들을 직접 영어로 바꾸기도 하며 남다른 공을 들였다고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최우식의 국적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어린 시절 캐나다에서 10년간 지낸 최우식은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레이스를 펼치던 때에도 최우식의 유창한 영어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녀

감독 박훈정

출연 김다미, 조민수, 박희순, 최우식

개봉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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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김기우

드디어 <기생충>이다. <기생충>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최우식 역시 <기생충>을 통해 그야말로 빛나는 출세작을 얻게 되며 해외로까지 자신의 이름을 뻗치게 됐다. <기생충> 홍보 당시 화제가 된 '분량'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우식은 송강호보다도 긴 시간 스크린을 책임지며 <기생충>의 많은 장면을 빛낸 장본인이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촬영할 당시부터 기우 역엔 최우식을 점쳐뒀다고 한다. <옥자> 뒤풀이 자리에서부터 "우식군 다음에 스케줄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최우식에게 던졌고, 그때부터 최우식은 봉준호의 시그널을 마냥 기다렸다고. 봉준호 감독은 최우식을 캐스팅한 연유에 대해 "착하고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끈질긴 느낌도 있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 그런 점이 기우와" 닮아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혔다. <거인>의 김태용 감독이 최우식의 잠재력을 발견했다면, 봉준호 감독은 그 잠재력을 대체 불가능한 재능으로 깎아낸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생충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개봉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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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
기훈

<기생충>의 기우가 만들어지기 전, 더 먼저 최우식을 찾아온 캐릭터는 <사냥의 시간> 기훈이었다. 다만 개봉 시기가 늦어져 관객들은 기훈이 아닌 기우를 먼저 만나게 됐다. <파수꾼> 윤성현 감독과 <파수꾼>의 주역들의 재회라는 사실만으로도 일찌감치 기대작 자리를 꿰찬 <사냥의 시간>에서 최우식은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믿음과 의리를 잃지 않는 기훈을 연기했다. <마녀>의 귀공자가 악을 표현해야 하는 인물이었다면, <사냥의 시간> 기훈은 반항적인 얼굴을 그려내야 하는 캐릭터였는데. 데뷔 이후 처음으로 거친 역할에 도전한 최우식은 또 다른 느낌의 불안을 연기해내며 한 걸음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거인>의 영재, <옥자>의 김군, <기생충>의 기우 그리고 <사냥의 시간> 기훈까지. 흔들리는 청춘상을 대변하는 얼굴로 떠오른 최우식은 특유의 짠함을 무기 삼아 충무로에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했다.

사냥의 시간

감독 윤성현

출연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개봉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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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