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엄청난 수상 행렬을 이은 <기생충>,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은 <미나리>의 윤여정에 이어, 한국 배우 최초 골든글로브 시상식 트로피를 거머쥔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 그 뒤를 이어 2월 개최될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이정재, 정호연과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미국배우조합상 최고상인 앙상블상 후보로 호명된 <오징어 게임> 팀까지. 2019년부터 올해까지 연이어 한국 감독, 배우, 작품이 세계 최고로 지목되며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상의 영광이 줄지어 이어진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 영화인들은 예전부터 해외 시상식의 주인공으로 지목되며 국내 영화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펴냈다. 3대 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 등 굵직한 자리를 포함해, 해외 각종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안성기 <10대의 반항>
1959년 제4회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소년특별연기상

한국 배우 최초로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은 배우는 누굴까. 국민 배우 안성기다. 아역 시절부터 촬영장에 출근 도장을 찍었던 그는 1959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10대의 반항>에서의 연기로 제4회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서 소년특별연기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그는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 <하녀>에서 아내와 가정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동식(김진규)의 아들을 연기하며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윤여정 <화녀>
1971년 제4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여우주연상

<미나리>를 통한 윤여정의 놀라운 수상 실적에 재조명된 사실이 있었으니. 그는 1971년 <화녀>를 통해 제4회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화녀>는 윤여정의 데뷔작이다. 당시 그는 사정상 트로피를 전달받지 못했다. 2010년 그의 출연작 <하녀>가 시체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영화제가 그 사실을 재조명했고, 그는 39년 만에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전영선 <이 생명 다하도록>
1987년 제1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아동특별연기상

전영선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속 옥희 역으로 기억되는 배우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 출연하기 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이 생명 다하도록>에서의 연기로 그는 제1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아동특별연기상을 수상했다.  


강수연 <씨받이>
1987년 제4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한국 영화인의 해외 영화제 수상이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강수연이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수상하고서부터다. 한국 영화사 최초의 기록일 뿐 아니라, 아시아계 여성 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주요 부문 수상을 이뤘다는 사실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1989년 제16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2년 뒤 강수연은 다시 한번 임권택 감독과 손을 잡고 <아제 아제 바라아제>에 출연해 다시금 전 세계 영화제를 휩쓸었다. 비구니를 연기하며 삭발에 도전하는 파격 변신을 선보인 강수연은 제16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월드 스타의 칭호를 굳혔다. 


신혜수 <아다다>
1988년 제12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아다다> 역시 임권택 감독의 영화다. 계용묵의 소설 <백치 아다다>를 스크린에 옮겼다. 극의 중심에 선 인물 아다다를 연기한 신혜수의 데뷔작이기도 했는데, 신혜수는 이 작품으로 국내 굵직한 시상식의 신인상을 휩쓴 건 물론 제12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10년간 활발히 활동하던 그는 1999년 결혼을 발표하고 연예계를 떠났다. 


심혜진 <그들도 우리처럼>
1990년 제12회 낭트 3대륙 영화제 여우주연상

심혜진 역시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국 노동 현실과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리얼하게 담아내 주목을 받았던 <그들도 우리처럼>을 통해 프랑스 낭트에서 개최되는 낭트 3대륙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혜숙 <은마는 오지 않는다>
1991년 제15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일일드라마 속 부잣집 사모님 역으로 자주 대중을 찾는 이혜숙은 제15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은마는 오지 않는다>를 통해서다. 당시 이 작품은 몬트리올국제영화제의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한국 영화사에 의미 있는 한 획을 그었다. 


오정해 <서편제>
1993년 제1회 상하이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한국 영화 최초 국내 관객수 100만 명을 넘긴 <서편제>는 수상 기록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청룡영화상, 대종상, 백상예술대상에서 모두 최우수작품상을 섭렵한 최초의 작품. 물론 해외에서도 위상을 뽐냈다.  제1회 상하이국제영화제는 <서편제>의 임권택 감독에게 감독상을, 주연 배우 오정해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이덕화 <살어리랏다>
1993년 제1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살어리랏다>는 죄수들의 목을 베는 망나니의 삶을 소재로 한 신선함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극의 중심에 선 만석을 연기한 이덕화는 이 작품으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살어리랏다> 이후 이덕화는 드라마 출연에 집중했다. 


최명길 <장미빛 인생>
1994년 낭트 3대륙 영화제 여우주연상

1980년대 심야 만화방을 배경으로 어두운 사회의 단면을 담아낸 <장미빛 인생> 역시 해외에서 주목받았다. 최명길은 낭트 3대륙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김호정 <나비>
2001년 제54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청동표범상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 <나비>에서 김호정은 완전한 망각을 소망하는 독일계 한국인 안나를 연기한다. 이 작품으로 그는 제54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격인 청동표범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으로서 최초의 수상자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문소리 <오아시스>
2002년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상

문소리의 완벽한 연기를 보고 놀란 건 비단 국내 관객뿐만이 아니었다. 데뷔작 <박하사탕>을 함께했던 이창동 감독의 다음 작품 <오아시스>에서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한공주 역을 탁월하게 소화한 그는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상에 해당하는 마르첼로마스트로얀니상을 수상했다. 문소리와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연은 꽤 각별한 편. 2016년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그는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바람난 가족>
2003년 제14회 스톡홀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바람난 가족>에서의 파격적인 연기 역시 해외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인정을 받은 다음 해, 문소리는 <바람난 가족>으로 제14회 스톡홀름국제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배우로 거듭났다. 


故 장진영 <소름>
2002년 제22회 판타스포르토국제영화제, 제34회 시체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아는 사람만 아는 공포 장르 명작 <소름>은 배우 장진영의 놀라운 연기를 만날 수 있었던 작품 중 하나다. 장진영은 이 작품으로 포르투갈에서 개최되는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 스페인의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국화꽃향기> <싱글즈> <청연> 등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장진영은 위암을 판정받았고, 2009년 세상을 떠났다. 


염정아 <장화, 홍련>
2004년 제22회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은까마귀상

충무로 최고의 호러 영화로 손꼽히는 <장화, 홍련>은 여성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영화다. 그중에서도 염정아의 재발견이 눈에 띄었던 작품. 염정아는 신경이 예민한 은주를 연기하며 불안함에서 비롯된 두려움의 정서를 극 전반에 녹여내며 공포의 기반을 다졌다. 염정아는 벨기에에서 개최된 브뤼셀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은까마귀상(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영애 <친절한 금자씨>
2005년 제38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여우주연상

여성 영화를 언급할 때, 이영애를 언급할 때, 명대사를 언급할 때, 복수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명작 <친절한 금자씨>는 베니스국제영화제 등 굵직한 자리의 경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금자씨’를 통해 파격 변신을 선보인 이영애는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전도연 <밀양>
2007년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전도연이 <밀양>에서 선보인 연기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전도연은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 자국어로 연기한 아시아인 최초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강수연의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상 이후, 3대 영화제에서의 연기상 수상은 20년 만의 일이었기에 20년 만의 일이었기에 전국이 들썩였다. 전도연은 이후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김옥빈 <박쥐>
2009년 제42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여우주연상

<박쥐> 출연 당시 김옥빈의 나이가 21살이었다는 사실은 언제 들어도 늘 놀랍기만 하다. <박쥐> 역시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타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박찬욱 감독, 송강호 등 영화계 대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도 엄청난 존재감을 뽐낸 김옥빈은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김혜자 <마더>
2010년 제36회 로스앤젤레스 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

<마더>는 국민 엄마, 김혜자의 충격적인 변신을 만날 수 있던 작품이었다. 김혜자는 <마더>에서의 연기로 로스앤젤레스 비평가협회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미국의 메이저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아시아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유영 <봄>
2014년 제14회 밀라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이유영은 밀라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진귀한 기록을 세우며 국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 출연한 저예산 영화 <봄>을 통해 세 번째 출연작만으로 국제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그 해 이 작품으로 부일영화상, 대종상 등에서 신인상까지 휩쓸며 충무로 중심에 안착했다. 


정재영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2015년 제68회 로카르노영화제 남우주연상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갈 때까지 가는 정재영의 웃픈 연기를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정재영은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통해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로카르노국제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김민희 <밤의 해변에서 혼자>
2017년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과 함께한 두 번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통해 한국 배우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김민희의 수상으로 한국은 3대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모두 수상한 국가가 됐다. 


손현주 <보통 사람>
2018년 제39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보통의 삶을 살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 정보기관이 주목하는 연쇄살인 사건에 휘말리며 삶과 가족을 잃는 과정을 담은 <보통 사람>은 손현주의 묵직한 연기에 큰 빚을 진 영화다. 손현주는 이 작품으로 강수연, 이덕화에 이어 모크스바국제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기주봉 <강변호텔>
2018년 제71회 로카르노영화제 남우주연상

홍상수 감독의 신작들은 연이어 국제 시상식 속 배우들의 성과를 이뤄냈다.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톡홀름국제영화제 등 다양한 자리에 초청된 <강변호텔>을 통해 배우 기주봉은 로카르노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기생충> 팀
2020년 제26회 미국배우조합상 영화부문 앙상블상 

<기생충>팀이 오스카 캠페인을 펼칠 당시, 이 작품이 거둔 눈부신 성과는 매일 더 놀라운 기록으로 갱신됐다. <기생충> 팀은 미국영화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앙상블상을 품에 안았다. 외국어 영화로선 최초의 기록이다. 미국 배우들이 직접 꼽은 최고의 배우를 선정하는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한국말로 소감을 읊는 역사적인 장면은 모두에게 전율을 전하기 충분했다. 


윤여정 <미나리>
2021년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 제74회 영국아카데미시상식, 제92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 여우조연상 등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아칸소에 정착한 한인 가족의 이야기. 척박한 땅에 뿌리내리려는 젊은 가족을 감싸는 할머니 순자의 에너지는 <미나리>를 보는 모든 이들에게 따스함을 전하기 충분했다. 윤여정은 미국 각 지역의 비평가협회 시상식부터 미국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여우조연상만 37관왕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한국 배우로서 최초의 기록, 아시아 여성 배우론 두 번째 수상이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오영수 <오징어 게임>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TV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

2020년에 <미나리> 열풍이 있었다면, 2021년엔 <오징어 게임> 열풍이 있었다. <오징어 게임>은 <기묘한 이야기> <종이의 집> <브리저튼> 등 쟁쟁한 메인 콘텐츠를 제치고, 넷플릭스 역대 시청 가구수, 역대 시청 시간 1위를 갱신하는 놀라운 성적으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의 핵심적인 축을 담당하는 1번 참가자 오일남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을 긴장에 몰아넣었다.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TV 드라마 남우조연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그는 트로피까지 품에 안으며 골든글로브 수상까지 성공한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됐다. 미국배우조합상 연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이정재, 정호연이 오영수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해 보자.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