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제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삶, 그럼에도
★★★☆
‘북유럽 버전 <행 오버>’를 떠올렸다면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갈 것이다. 영화는 단순히 술 냄새 가득한 중년 남자들의 알콜 예찬이 아니다. 무엇인가에 기대서라도 인생에 산적한 문제들을 잠시 잊고 싶지만, 나의 오늘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이들의 가엽고도 애틋한 몸짓이다. 그건 결국 모호하다가도 명확하고, 힘겹다가도 즐겁고, 상실의 고통이 있다가도 살아있다는 생생한 기쁨이 찾아오는 삶의 모순을 이해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화면을 종횡무진하는 매즈 미켈슨의 움직임이 빚어내는 라스트 신의 아름다움은 두고두고 떠올릴 만하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술과 삶의 상관관계에 대한 보고서
★★★☆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존재감이 없는 네 명의 교사들. 삶의 열정을 어떻게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들이 찾은 답은 술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를 유지할 때 인간은 더 침착하고 대담해진다는 가설에 따라 이들은 술을 마시고 일과 가정에서 전에 없는 활기를 맛본다. 그러나 술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었던 이들이 실험을 핑계로 점차 더 많이 마시고 비틀거리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빛과 그림자를 가진 술의 마법을 이용해서라도 권태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중년의 절박함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낸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치어스(cheers)!
★★★☆
혈중알코올농도 0.05%에 대한 가설을 실험하기로 한 네 명의 중년 남자를 통해, 술을 예찬하는 동시에 경고하고, 청춘을 그리워하는 동시에 세월의 권태를 돌아보고, 우정을 응원하면서 위로하고, 삶을 축복하는 와중에 애도하게 한다. 희극과 비극을 적절하게 조제한 연출, 그 자체로 영화의 온도인 매즈 미켈슨의 섬세한 연기, 건배사와 감탄사를 동시에 부르는 춤사위까지. 여러 면에서 취하게 하는 영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음주를 소재로 한 유쾌한 블랙 코미디
★★★☆
덴마크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와 배우 매즈 미켈슨이 <더 헌트>(2013)에 이어 삶의 교훈을 전한다. 절친 사이인 중년의 고교 교사 네 명이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대담해진다는 가설 실험에 도전한다. 약간의 술은 이들의 권태롭고 무기력한 일상에 즉각적인 활력을 불러일으키지만, 모든 자극제가 그러하듯 자제력을 잃기 시작하면서 네 사람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든다. 선생들의 음주 행각은 그 대담함에 웃음이 나오면서 젊음, 사랑 등 인생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읽혀 서글픔을 안긴다. 교훈적인 결말에 이르던 영화는 마지막 댄스 장면에서 엄청난 흥을 터트린다. 삶이든 영화든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야 더 재밌지 않은가. 술과 인생의 상관관계를 흥미롭게 풀어낸 영화에, 매즈 미켈슨의 폭발적인 연기에 취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