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1월은 다들 잘 보내고 있는지. 처음 나와 약속했던 것들을 잘 지키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으레 그렇다는 듯 공허한 메아리로 결심을 흘려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아마 후자가 더 많지 않을까. 이런저런 이유로 결심을 지키지 못하는 이들. 우리는 수많은 시작을 실패한다. '다이어트 해야지', '책 한 달에 한 권은 꼭 읽어야지', '올해는 꼭 이직해야지' 등 결연한 의지를 담아 시작하지만 그 레이스를 완주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늘 그래왔으니까'라는 말로 또 다시 실패한 시작을 만들기엔 2022년이 아까우니까. 당신의 레이스를 응원할 영화들을 준비해보았다. 또다시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는 당신을 위해,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 5편을 소개한다. 


"결혼, 해야 할까?"

결혼을 고민하는 당신의 선택을 응원하는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감독 미노리카와 오사무
출연 시바사키 코우, 마키 요코, 테라지마 시노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2015)

"너, 결혼은 안 하니?" 아직 직장에서 자리 잡은 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사회는 벌써 다음 역할을 요구한다. 아내의 역할, 엄마의 역할. 낯설기만 한 30대 인생에 적응하기도 전에 '우선 선택해라'라는 압박을 받기 시작하면, 멀게만 느껴졌던 결혼이 이제 남 일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주변에서 하나둘 결혼하기 시작하면, 드디어 내가 '결혼 적령기'에 들어섰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결혼이라는 미지의 세계가 아직은 무서운 30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수짱(시바사키 코우), 마이짱(마키 요코), 사와코상(테라지마 시노부)가 저마다의 사연으로 결혼을 고민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주인공 세 명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보여준다. 지금 하는 일이 좋지만, 노후가 걱정되는 카페 매니저 수짱과 잘나가는 골드미스지만 유부남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마이짱, 치매 걸린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프리랜서 웹디자이너 사와코상 모두 결혼을 고민하고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해, 세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결혼에 대해 영화는 그 어떤 결정도 내려주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인생에서 결혼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결혼은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행복이라는 도착점을 위한 하나의 선택지일 뿐. 지금, 결혼을 고민하고 있거나 '결혼적령기'라는 타이틀이 붙기 시작한 여성이라면 추천한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감독 미노리카와 오사무

출연 시바사키 코우, 마키 요코, 테라지마 시노부

개봉 201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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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목표는 뭐지?"

인생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당신을 응원할 영화

<소울>
감독 피트 닥터
출연 제이미 폭스, 티나 페이, 다비드 딕스

<소울>(2021)

당신은 어떤 쪽인가.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그를 위해 직진하는 스타일인가, 아니면 목표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며 걷는 스타일인가. 전자와 후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내 인생의 목표가 없다면 나는 왜 살아가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전자와,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게 없는데 뭐에 열정을 쏟으라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후자의 차이는 단순히 생각이 다르다,를 넘어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평행선을 달릴 것만 같은 두 존재는 놀랍게도 <소울>에서 조화롭게 공존하게 된다. 

<소울>은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다. '살아간다면 삶의 목표에 충실하자'는 메시지와 '삶의 목표에 집착하는 게 독이 될 수 있으니 일상의 작은 아름다움을 느껴보자'는 메시지가 동시에 담겨 있다. 영화는 프로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가 사망하고, 그의 영혼이 골칫덩어리 영혼 22(티나 페이)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조 가드너는 학교 방과 후 재즈 수업을 맡고 있는 교사였지만, 진짜 자신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은 프로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어 무대에 설 때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유명 색소포니스트의 재즈 밴드에 들어갈 기회를 잡게 되고, 그는 드디어 자신의 삶이 시작된다고 강하게 확신했다. 그리고 그날, 그는 뉴욕 맨홀에 빠져 사망한다. 반면 영혼 22는 그 어떤 걸 해도 삶에 대한 마지막 불꽃을 찾지 못해 이승으로 가지 못하는 영혼이었다. 영화는 결국 '무엇이 되지 않아도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응원한다. 전혀 다른 두 영혼이 삶의 시작점을 발견하는 순간, 울려 퍼지는 재즈 사운드와 영상미는 '무언가를 해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게끔 도와준다. 

소울

감독 피트 닥터

출연 제이미 폭스, 티나 페이, 다비드 딕스

개봉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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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을 펼치고 싶어!"

꿈을 시작하는 당신을 응원하는 영화

<싱 스트리트>
감독 존 카니
출연 퍼디아 월시-필로, 루시 보인턴, 잭 레이너, 마크 맥케나

<싱 스트리트>(2016)

'치기에서 결단을 본다.' 좋아하는 말이다. 겁이 많은 사람에겐 때로 치기 어린 도전이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그것이 누군가에겐 불가능한 꿈처럼 보일 때, 치기가 섞인 결단은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그 순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선택들이 있다. 30살을 앞두고, '새로운 시작은 늦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지금이 시작할 때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앞으로 60년은 완전히 다를 테다. 물론, 그만큼의 준비도 필요하지만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일단 실행에 옮기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중요할 수 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늦은 나이에 전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전직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1차적인 선택일 뿐이다. 용기를 내어 선택한 것에 책임을 다해 최선을 다하고, 온몸으로 그 선택에 부딪히는 그 과정이 때로는 선택보다 중요하다. 

<싱 스트리트>는 그 시절에 할 수 있는 가장 치기 어린 모습들을 사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 겨우 열다섯이 된 소년 코너(퍼디아 월시-필로)는 "핸들을 잡고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리고 달려, 마치 훔친 듯이, 달려! 이건 네 인생이야. 넌 뭐든지 될 수 있어."라고 노래한다. 지금 이 순간, 불안한 청춘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미숙함과 불안함, 그리고 그 속에서 나오는 치기와 도전을 노래로 표현한 영화다. 갑작스러운 전학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주인공 코너는 우연히 모델 지망생 라피나(루시 보인턴)을 만나면서 밴드를 결성하게 된다. 영화는 코너와 라피나의 관계로 포문을 열지만, 결국 "일단 해", "지금이 아니면, 가지 못하니까"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우여곡절 끝에 코너와 라피나가 꿈을 위해 런던으로 가겠다며 작은 배를 탔을 때 영화는 그들의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치기 어린 청춘의 시작을 비출 뿐이다. 그 길이 물론 몰아치는 비바람처럼 험난하겠지만, 두 사람은 끝끝내 웃어 보인다. 

싱 스트리트

감독 존 카니

출연 잭 레이너, 루시 보인턴, 마크 맥케나, 퍼디아 월시-필로

개봉 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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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아홉, 이제 곧 서른.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서른을 앞둔 당신을 응원하는 영화

<나의 서른에게>
감독 팽수혜
출연 주수나, 정흔의, 채한억

<나의 서른에게>(2017)

서른, 20대 초반에는 막연하게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나이다. 서른이 되면 괜찮은 차 한 대는 있고, 신축 오피스텔에 살면서 연애도 커리어도 모두 다 잡을 줄 알았다. 결혼도 착착 준비하고, 커리어도 착착 쌓아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서른이 되어도 변하는 건 없다. 여전히 갈팡질팡에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오히려 커지기만 했다. 그러나 사회는 서른에게 많은 걸 요구한다. 안정적인 직장과 그럴듯한 연봉, 괜찮은 연인과 어느 정도 목돈까지. 다들 29살을 유독 무서워하는 이유도 1년 만에 이 모든 걸 해낼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 아닐까. 어른의 증표와도 같았던 서른은 그 무엇도 보장해 주지 않음을 스물아홉이 되어서야 알았다. 

영화는 전혀 다른 29살을 보내고 있는 두 여자, 임약군(주수나)와 황천락(정흔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임약군은 흔히 말하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으로 젊은 나이에 마케팅팀장을 맡고 있다. 사회가 정해준 서른의 모습을 완벽히 준비하고 있는 임약군이지만, 사실 그의 사생활은 엉망이다. 남자친구와는 틀어지고, 나를 돌아볼 시간 없이 살다 보니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일에 매달려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그는 우연히 자신과 동갑이지만 정반대인 황천락을 만나게 된다. 레코딩 샵 점원으로 일하는 황천락은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이다. "어차피 겪을 거라면 웃으면서 겪자"고 말하는 그의 뒷면에는 남모를 고민과 성장의 시간이 있었다. 문득, "나 지금까지 잘 살아 온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고민 않고 추천하는 영화. "난 내가 독립심이 강한 사람인 줄 알았다. (중략) 사실 일에 의존했고, 남자친구에게 의존했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잠에 의존했다. 사람이 할 일이 없어지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혼자 있는 법을 모르는 걸까?"라는 대사는 억지로 어른이 되어야 했던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나의 서른에게

감독 팽수혜

출연 주수나, 정흔의, 채한억

개봉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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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하는 당신을 응원하는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아리무라 카스미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2015)

모두가 나를 '구제불능'이라고 낙인찍으면, 어느순간부터 스스로도 그 말을 믿게 된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불량소녀로 낙인찍힌 사야카(아리무라 카스미)가 게이오 대학 입학을 목표로 노력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노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불량소녀로 낙인찍혔고, 담임은 그를 "똥 덩어리"라고 무시한다. 이에 개의치 않고(혹은 않다고 생각하고) 지내던 어느 날, 그는 담뱃갑이 적발된 것을 계기로 무기정학이라는 중징계를 당하게 된다. 그때, 사야카는 '내 인생이 그렇지 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게 바로 낙인 효과다. 모두가 나를 무시하는 상황 속에서 자존감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흘려듣고,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무시가 담긴 말은 자존감을 갉아 먹는다. 어쩌면 주도적인 인생을 포기할 뻔한 순간, 사야카는 츠보타 선생(이토 아츠시)을 만나게 된다. 

츠보타 선생은 사야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모르는 것도 빈칸을 남기지 않고 적어내는 그 자세가 훌륭하다며 0점 맞은 사야카를 응원하고, 북돋운다. 그리고 사야카가 가고 싶은 대학으로 일본 명문대인 게이오대학교를 얘기했을 때도, 그는 비웃지 않는다. 사야카의 아버지마저 "너같이 불량한 애가 게이오라니, 말이 돼? 그건 사기야, 사기!"라며 사야카의 능력을 무시했지만, 사야카는 이에 굴하지 않고 본때를 보여줄 준비를 한다. 담임 역시 이에 질세라 비아냥거리는 말을 내뱉지만 사야카는 "전 반드시 게이오 들어갑니다."라고 선언한다. 사실,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1일, 2일, 3일…. 영화는 고작 1~2초 남짓한 시간에 불과하지만 현실에서는 24시간을 온전히 견뎌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나의 잠재력을 믿어주고 이를 응원하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걸 원동력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이 있기 때문 아닐까. 따뜻한 존재는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마음의 쉘터가 되어준다. 이 영화가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는 당신에게 조그만 쉘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아리무라 카스미

개봉 201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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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