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영화계에 참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촬영 중단, 개봉 연기, 스트리밍 직행 등등…. 긴 기다림 끝에 3월 공개를 앞둔 <딥 워터>도 팬데믹과 안 좋은 타이밍이 겹쳐 영화 내외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거장의 귀환, 원작자의 화려한 이력, 전(前) 커플의 연기 등 <딥 워터>가 화제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를 정리했다.

- 딥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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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애드리안 라인
출연 아나 디 아르마스, 벤 애플렉, 레이첼 브랑차드
개봉 미개봉
주연 배우->커플->전 남·여친…
이제는 너무 멀어진 두 사람
<딥 워터>는 개봉 연기를 거듭하던 중 결국 3월 18일 월트 디즈니의 OTT 서비스 훌루에 독점 공개하기로 결정됐다. 팬데믹으로 한참 미뤄졌다고 해도 주연배우 벤 애플렉, 아나 드 아르마스란 조합은 상품성이 있어보이는데 <딥 워터>는 왜 스트리밍을 택했을까. 이에 대해 여러 추측이 오갔지만 가장 신빙성이 있는 건 영화의 두 주연 배우 벤 애플렉과 아나 드 아르마스가 홍보 활동을 기피한다는 거였다. 두 사람은 이번 영화로 인연을 맺어 공개 열애까지 했다가 헤어진 전 커플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9년 8월, 두 배우는 <딥 워터> 출연을 확정했다. 할리우드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다재다능함을 뽐낸 벤 애플렉과 근 5년간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쿠바계 배우의 조우. 당시 두 배우가 처음으로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었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또 다른 명품 스릴러의 탄생을 기대하게 했다.
영화의 촬영이 끝나고 2020년 초, 벤 애플렉과 아나 드 아르마스 사이에 심상치 않은 소식이 들렸다. 두 사람이 따로 만나 식사를 하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팬들에게 포착됐고, 특히 쿠바의 수도 하바나를 함께 여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열애 중이라는 심증이 점점 커졌다. 4월 30일, 아나 드 아르마스가 벤 애플렉과 함께 생일을 보낸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면서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연인 관계임을 밝혔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고, 이렇게 화제가 됐을 때 영화를 딱 개봉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영화 개봉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점점 연기됐다. 최초 개봉 예정일은 2020년 11월 13일이었으나 2021년 8월 13일, 2022년 1월 14일로 미뤄졌다. 그리고 벤 애플렉과 아나 드 아르마스는 2021년 1월, 결별한다. 사람 인연을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하던가, 두 사람의 이별은 제작진 입장에서도 참 난처한 문제였다. 정확한 경위야 그 둘만이 알 텐데, 벤 애플렉의 집에서 아나 드 아르마스 등신대를 버리는 장면이 퍼지면서 대중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동생 케이시 애플렉은 둘이 안 좋게 헤어진 건 아니라고 밝혔다).
벤 애플렉은 아나 드 아르마스와 헤어진 뒤 전 연인 제니퍼 로페즈와 좋은 관계로 돌아갔다. 2000년대 초반 열애 당시엔 두 사람 모두 다소 철없는 언행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는데, 이제 한층 성숙해졌는지 이번 재결합은 오히려 서로의 안식처가 돼주는 훌륭한 관계로 거듭났다. 오죽하면 팬들도 둘의 재결합을 환영하고 있으니까. 애플렉과 로페즈의 관계가 주목받으니, 전 연인이자 주연으로 호흡을 맞춘 애플렉과 드 아르마스가 홍보 활동을 하는 걸 꺼린다는 루머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편이다. 특히 <딥 워터>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더 껄끄러운 부분이 있고.
스릴러 거장의 작품
여기서 잠시 <딥 워터>의 내용을 짚고 넘어가자. <딥 워터>는 빅 반 알렌(벤 애플렉), 멜린다 반 알렌(아나 디 아르마스) 부부가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은 이미 식었지만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빅은 아내 멜린다가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그가 다른 연인을 만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빅이 어떤 파티에서 멜린다가 만나고 있는 남성에게 손을 대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사랑이 없는데 결혼을 이어가는 부부, 이런 설정은 만났다가 헤어진 전 커플과 마음 편히 홍보에 전념할 소재가 아니긴 할 것이다.
<딥 워터>는 1957년 발간된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동명 소설(한국엔 <심해>로 발간했다)을 원작으로 한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매력적인 소시오패스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태양은 가득히> 알랑 드롱이 연기한) 톰 리플리를 창조했다. 또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원작 소설과 <캐롤>의 원작 소설 <소금의 값>을 집필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다. <딥 워터> 또한 할리우드판 이전에 프랑스에서 이자벨 위페르, 장-루이 트린티냥 주연에 미셀 드빌 연출로 영화화된 바 있다. 작품 하나하나 주목받은 작가이기 때문에 이번 <딥 워터> 또한 원작 작가의 명성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20년 만에 돌아온 거장
사실 <딥 워터>가 두 배우 캐스팅 전 주목받은 부분은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신작이기 때문이었다. 애드리안 라인은 <나인 하프 위크>, <위험한 정사>, <로리타>(1997) 등 남녀 간의 성적 긴장감이 작품 전체를 좌우하는 영화에서 특히 두각을 드러낸 감독이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2002년 <언페이스풀>. 그러니까 <딥 워터>는 그의 10여 년 만의 복귀작인 것이다.
그가 이렇게 오래 공백기를 가질 예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 <딥 워터>의 영화화를 구상한 건 2013년. 이때도 공백기가 10년을 찍긴 했으나 그래도 그의 평소 작업 속도를 생각하면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녔다. 그는 대체로 다음 작품까지 3년 이상 걸렸다. 하지만 여기서 제작 권리가 이전되고 배급사 20세기 폭스가 월트 디즈니에 인수되는 등 제작 단계에서 변수가 생겨 2019년에야 본격적인 제작에 착수했다.
<딥 워터> 프로덕션은 척척 진행됐다. 주연 배우 캐스팅부터 촬영까지는 별다른 난점 없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2020년 팬데믹이 시작돼 개봉이 미뤄지고 미뤄지던 중 두 주연 배우의 관계까지 변화하면서 결국 훌루 독점 공개라는 종착점에 이르렀다. 애드리안 라인의 작품이라면 원작의 심리 스릴러와 반 알렌 부부의 관계 변화를 훌륭하게 연출했을 거라고 기대하며 개봉을 기다린 사람들에겐 무척 씁쓸한 소식일 것이다.
어떤 일이 있었든 시간이 흘러 <딥 워터>는 대중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3월 18일 긴 기다림 끝에 나올 <딥 워터>는 남녀간의 긴장감과 관계를 스릴러로 승화한,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명성에 걸맞은 작품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북미는 훌루, 타지역은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공개한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이 영화를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런 이유로 극장 개봉도 살짝 기대하고 싶어진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