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앙상블은 모든 영화에 꼭 필요한 것이다. 특히 어떤 실존 인물을 그리는 작품이라면 앙상블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 개인의 선택이나 성격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 3월 24일 개봉한 <킹 리차드>는 윌 스미스가 훌륭한 연기를 펼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화제에 올랐다(물론 모두가 알다시피 그의 수상을 넘어 돌발적인 행동이 더 구설수에 올랐지만). 아무래도 제목처럼 리차드 윌리엄스(윌 스미스)의 비중이 큰 작품이라, 윌 스미스의 연기가 가장 주목 받았지만 그를 보좌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그저 넘기기엔 아깝다. <킹 리차드>에서 리차드 윌리엄스의 가족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어디에 출연했었는지 정리했다.

- 킹 리차드
-
감독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출연 윌 스미스, 언자누 엘리스, 사니야 시드니, 데미 싱글턴
개봉 2022.03.24.
언자누 엘리스 = 오레이슨 '브랜디' 윌리엄스
리차드 윌리엄스의 아내 오레이슨 윌리엄스를 연기한 언자누 엘리스. 이번 영화로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1995년 데뷔한 이래 꾸준히 활동한 배우로서 다소 늦게 빛을 보내는 편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골든 글로브·BAFA(영국 아카데미)에도 처음으로 후보에 올라 이제야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출세작이라면 아무래도 2000년대 초 출연한 <맨 오브 아너>와 <레이>. <맨 오브 아너>에선 흑인이란 한계를 뛰어넘어 심해 잠수사에 도전하는 칼 브래시어(쿠바 쿠딩 주니어)의 아내 조로 출연했다. <레이>에선 레이 찰스(제이미 폭스)의 내연녀였던 메리 앤 피셔를 연기해 SAG(미국 배우 조합상)에 후보가 됐었다. 극에 나오는 'Drown in My Own Tears' 또한 직접 소화했다.
2010년부터는 영화보다 미드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얼굴인데, <멘탈리스트>, <NCIS: 로스앤젤레스>, <지정생존자> 등에서 얼굴을 비췄기 때문. <멘탈리스트>는 매들린 하이타워라는 캐릭터로 시즌 2 중반부터 시즌 3까지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을 보여줬다. <NCIS: 로스앤젤레스>는 샘 한나(LL 쿨 J)의 아내 미셸 한나로, <지정생존자>는 시즌 2 막바지에 워싱턴 D.C의 시장 엘리너 다비로 출연했다. 전체적으로 능력 있고,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는 캐릭터를 맡아온 것이 인상적이다.
영화도 규모가 큰 대작과 예술영화를 오가며 촬영했는데, 아쉽게도 국내 개봉까지 이어진 영화는 많진 않다. 이번 <킹 리차드>를 제외하면 비중이 큰 작품은 2011년 <헬프>가 거의 마지막. <제임스 브라운>, <국가의 탄생>,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은 화제작임에도 극장 개봉 없이 VOD로 직행했다. 히폴리타 프리먼 역으로 10부를 꽉 채운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역시 차기 시즌 예정이 없어 아쉬울 따름. 시카고를 배경으로 누명을 쓴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 <61 스트리트>(61st Street)가 차기작으로 내정돼있다.

- 레이
-
감독 테일러 핵포드
출연 제이미 폭스
개봉 2005.02.25.
사니야 시드니 = 비너스 윌리엄스
<킹 리차드>에서 비너스 윌리엄스를 맡은 사니야 시드니는 이제 17살이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는 누구보다 알차다. 그의 재능은 2010년대 후반, 블랙 필름의 부흥과 맞물려 <펜스>, <히든 피겨스> 등에서 일찍이 발휘됐다. <펜스>에선 트로이(덴젤 워싱턴), 로즈 맥슨(비올라 데이비스) 부부의 딸 라이넬 역으로, <히든 피겨스>에선 캐서린 G. 존슨(타라지 P. 헨슨)의 딸 콘스탄스로 출연했다. 둘 다 비중이 크다고 하긴 어렵지만, <펜스>에서는 (대선배) 배우들 사이에 잘 녹아들어 크리틱스 초이스, SAG 등에서 '앙상블 연기상'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연예계에 데뷔한 작품은 <더 베이비스터스>라는 공포 단편 영화였다. 그래서인지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6에서 플로라 해리스로 잠깐이지만 얼굴을 비췄다. 아직 어리니 주연까진 좀 걸리겠지, 싶었던 예상을 깨듯 2019년 폭스 채널의 <더 패시지>(The Passage)에서 에이미 벨라폰트 역으로 마크 폴 고셀라와 투톱으로 나섰다. 이번 <킹 리차드>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면 앞으로 어디까지 나아갈지 주시해 봄직한 젊은 배우.
사니야는 테니스를 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평일에 무조건 테니스 연습을 해야 했다. 가장 곤혹이었을 부분은 본인은 왼손잡이인데 비너스 윌리엄스는 오른손잡이란 사실. 테니스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연기에서도 오른손잡이로 생활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테니스 또한 매일 연습하는 것을 넘어 비너스 윌리엄스의 주요 경기들(US 오픈, 윔블던 등)을 꾸준히 시청하면서 자세나 경기 스타일을 익혀야 했다.

- 펜스
-
감독 덴젤 워싱턴
출연 덴젤 워싱턴, 비올라 데이비스
개봉 미개봉
데미 싱글턴 = 셀레나 윌리엄스
셀레나 윌리엄스는 데미 싱글턴에게 돌아갔다. 제작진의 의도인지 아닌지 몰라도 비너스-셀레나 윌리엄스처럼 사니야 시드니와 데미 싱글턴도 딱 한 살 차이다. 데미 싱글턴은 이 영화 전에도 세레나 윌리엄스와 같이 광고에 출연한 인연이 있다(광고에서 실제로 만나진 않지만). 미드나 영화를 자주 챙겨보는 사람이라도 데미 싱글턴은 초면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원래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던 배우이기 때문. 10살이 됐을 때 그는 앙상블로 <스쿨 오브 락>에 합류했고, 어린 날라 역으로 <라이온킹> 무대에 올랐다. 어릴 적부터 발레와 첼로를 배우면서 진작부터 무대 연기자의 꿈을 키워왔다고. 영화는 (이번 <킹 리처드>를 뻬면) <골디>가 유일하고, 드라마도 <갓파더 오브 할렘>(Godfather of Harlem)뿐이다. 매체 활동이 많지 않았음에도 셀레나 윌리엄스라는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를 맡은 것부터 그의 역량을 짐작할 수 있다.

- 갓파더 오브 할렘
-
출연 포레스트 휘태커, 빈센트 도노프리오
방송 2019, 미국 Epix
<킹 리차드>에는 윌리엄스 자매들의 이부언니들도 등장한다. 실제 리차드 윌리엄스 가족은 다른 형제자매가 있지만 영화에서 모든 구성원을 다룰 이유는 없어서 세 명으로 추린 듯하다. 툰데 프라이스는 미카일라 라쉐 바소로미우가, 이샤 프라이스는 레일라 크로포드, 린드레아 프라이스는 다니엘 로슨가 맡았다. 레일라 크로포드는 재밌게도 <NCIS: 로스 앤젤레스>에서 모녀 관계를 연기한 언자누 엘리스와 다시 모녀 관계로 만났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