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의 작품상 수상부터 윌 스미스의 폭력 소동까지, 최근 영화계는 오스카 수상 결과와 시상식에서 벌어진 어린 저런 일들에 대해 말하느라 뜨거웠다. 저마다의 취향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이 모두 같은 작품에 투표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작품이 있는가하면 “이게 받았다고?” 싶은 충격을 남기는 결과도 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서 소개한 논란을 일으킨 오스카 수상 결과를 정리했다. 무순이다.


<브로크백 마운틴> 누르고 작품상 받은 <크래쉬>

<브로크백 마운틴>
<크래쉬>

LGBTQ 소재를 다루는 작품을 지금만큼 빈번하게 접할 수 있지 않았던 당시 <브로크백 마운틴>은 명작으로서 크게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에 관심이 없어도 들어봤을 작품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골든글로브 작품상,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받으며, 시상식 레이스의 가장 마지막 차례에 있는 오스카 전까지 대부분의 시상식에서 인정받았다. 이에 비해 <크래쉬>는? 분명 초면인 이들이 더러 있을 거다. 

브로크백 마운틴에만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두 남자의 휘몰아치는 감정을 그려낸 <브로크백 마운틴> 이안 감독은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동양인 최초로 감독상을 받았다. 작품상은 폴 해기스 감독의 범죄 드라마 <크래쉬>에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가히 논란을 일으킬 만하다. 오스카를 앞두고 아카데미 초기 회원들의 동성애 혐오로 <브로크백 마운틴>의 수상에 제동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니스트 보그닌, 토니 커티스와 같은 영화인들은 존 웨인이 게이 카우보이가 주인공인 이 영화를 경멸할 것이라 말했었다. 우려와 다르지 않게 트로피는 <브로크백 마운틴> 대신 <크래쉬>에 돌아갔고, 비평가들 사이에서 <크래쉬>는 아직까지도 최악의 작품상 수상 결과에 대해 말할 때 종종 언급된다.

브로크백 마운틴

감독 이안

출연 제이크 질렌할, 히스 레저

개봉 2006.03.01. / 2018.12.05.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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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쉬

감독 폴 해기스

출연 산드라 블록, 브렌든 프레이저, 돈 치들, 제니퍼 에스포지토, 맷 딜런, 라이언 필립, 테렌스 하워드, 탠디 뉴튼, 루다크리스, 라렌즈 테이트, 샤운 토웁, 마이클 페나

개봉 200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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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누르고 작품상 받은 <그린 북>

<로마>
<그린 북>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한 <코다>는 애플TV+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2019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로마>가 후보로 지명된 이래로 OTT 출신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코다>의 수상으로 새 역사를 기록했지만, 오스카의 바로미터가 되는 영국 아카데미, 미국배우조합상 등에서 작품상을 받은 <파워 오브 도그>를 만든 넷플릭스로서는 좀 아쉬웠을 거다.

많은 이들이 <크래쉬>를 21세기 최악의 작품상 수상작으로 여겼다.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피터 매럴리의 <그린 북>이 작품상을 받기 전까지는. <그린 북>은 흑인 재즈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와 그의 백인 운전기사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의 이야기다. 유가족이 실화를 왜곡했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일었던 작품이었다는 점과 더불어, <그린 북>의 수상이 예상을 빗나간 결과였던 이유는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크리틱스 초이스 작품상 등을 수상한 명작 <로마>가 경쟁작이었기 때문이다. 뚜렷한 메시지에 미학적 요소까지 빽빽이 갖추며  비평가들을 사로잡은 <로마>는 그해 아카데미 10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감독상, 촬영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아니었다면 분명 작품상까지 받았을 거다.

로마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마리나 데 타비라, 얄리차 아파리시오

개봉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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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북

감독 피터 패럴리

출연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개봉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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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의 편집상 수상

<보헤미안 랩소디>

전설적인 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담은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쓸었다. 오스카 전에 있는 미국 편집자협회 시상식(ACE Eddie Awards)에서의 수상으로 어느 정도 예상할 수는 있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헤미안 랩소디>의 제91회 아카데미 편집상 수상은 영화팬과 퀸 팬, 비평가 사이에서 후폭풍을 일으켰다. 오스카 직후 업로드된 한 비디오 에세이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편집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지적했는데 3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밴드 멤버들이 매니저 존 리드(에이단 길렌)를 만나는 장면은 과도하게 연출되었다는 평이다. 영화의 편집감독 존 오트만까지 이후 아래와 같이 회고했을 정도다. “그 장면을 다시 볼 때마다 머리에 가방을 뒤집어쓰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다. 확장판을 만들 기회가 있다면, 그 장면을 다시 편집하고 싶다.”

보헤미안 랩소디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라미 말렉, 조셉 마젤로, 루시 보인턴, 벤 하디, 귈림 리

개봉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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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브 파이>의 촬영상 수상

<라이프 오브 파이>

<라이프 오브 파이>는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을 받았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분명 이안 감독에게 또 한 번의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긴 역작이지만, 디지털의 힘을 과도하게 빌린 클로디오 미란다 촬영감독이 트로피를 거머쥔 데에는 비판이 따랐다. 이 결과는 오스카에서 촬영상과 시각효과상의 교차점에 대한 담론을 일으키기도 했다. 같은 날 작품은 시각효과상도 받았는데, <2046> <화양연화> 등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은 아래와 같이 작품을 공공연하게 비판한 바 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솔직히 말해서 졸작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촬영상 수상은) 촬영에 대한 모함이다. 촬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시네마를 잃은 거다.”

라이프 오브 파이

감독 이안

출연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개봉 2013.01.01. / 2018.04.12.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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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핀처를 누르고 감독상 받은 톰 후퍼

<소셜 네트워크>
<킹스 스피치>

이상할 정도로 아카데미와 연이 닿지 않는 감독들이 있다. <인셉션>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 <데어 윌 비 블러드> <부기나이트> 폴 토마스 앤더슨,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쿠엔틴 타란티노, <듄> <블레이드 러너 2049> 드니 빌뇌브 등 작품을 열거하는 것이 의미 없을 정도로 뛰어난 감독들이 오스카 감독상을 받은 적이 없다. <세븐> <조디악> 데이빗 핀처도 마찬가지다. 

톰 후퍼의 <킹스 스피치>는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이때의 경쟁작으로는 봉준호 감독을 포함한 많은 영화인들로부터 21세기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페이스북 창업 드라마 <소셜 네이트워크>가 있었다. 시대극, 대중적인 이야기를 선호하는 아카데미가 <킹스 스피치>의 손을 들어준 것이, 씨네필 사이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차례로 수상자(작)가 발표되는 동안 몇몇 전문가들은 <브로크백 마운틴>이 작품상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안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던 것처럼, <킹스 스피치>에 작품상을 내어 준 데이빗 핀처가 감독상을 받기를 바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소셜 네트워크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앤드류 가필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아미 해머

개봉 2010.11.18. / 2021.09.02.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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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

감독 톰 후퍼

출연 콜린 퍼스, 제프리 러쉬, 헬레나 본햄 카터

개봉 201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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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무비 에디터 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