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통해 K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진 요즘. 달마다 공개되는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연이어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면서 그에 따라 출연하는 배우들도 자연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신인에게는 스타의 길로 가는 등용문이 되고, 베테랑 배우들에겐 전 세계적 인지도를 안겨주는 오리지널 시리즈. 그렇다면 다수에 작품에 참여해 넷플릭스 공무원’, ‘넷플릭스의 아들등의 별칭이 생긴 배우는 누가 있을까? 최소 2개 이상의 화제성 있는 작품에 참여했던 여덟 명의 배우들을 모아봤다.


<사냥의 시간>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이제훈 │<사냥의 시간><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이제훈의 첫 넷플릭스 입성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파수꾼> 윤성현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전작에 이어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사냥의 시간>이 사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닌 극장 개봉용 영화였기 때문.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기화되자 국내 배급사였던 리틀빅픽쳐스가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기면서(당시 해외 배급을 담당했던 콘텐츠 판다와 법적 공방이 있기도 했다)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된 최초의 케이스다. 어쨌거나, 이제훈은 <파수꾼>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던 10대 소년 기태를 지나 몰락한 한국의 현실 속에서 탈출구를 찾으려는 전과자 준석에 도달했다. 무모함으로 제 친구들을 위험에 빠뜨린 20대 준석의 방황하는 얼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에 비관적인 상구의 모습으로(<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으로 변모했다. 한 가지 특이 사항이 있다면 넷플릭스 세계관(?)에서 이제훈은 감옥에서 갓 출소한 전과자 캐릭터를 맡았다는 점. 두 작품을 통해 연신 마초성 짙은 캐릭터를 선보인 그. 로맨스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넷플릭스에 닿을 수 있을지 앞으로를 지켜보자.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이유미 │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한국 배우 최초, 두 작품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1위라는 기록을 세운 배우 이유미. 단 두 작품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주연 자리에 올라선 그는 데뷔 14년 차의 베테랑 배우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어린 나이에 데뷔해 단역부터 차근히 올라온 셈. 빛을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제 잠재력을 단 두 작품을 통해 선명히 입증해 보였다. <오징어 게임>배우 이유미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게 든든한 발판이 되어주었다. 그는 살인죄로 복역을 마치고 나와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지영 역으로 출연, 삶에 대한 갈망이 고갈된 인물을 애처롭게 표현하며 호평을 받았다. 차기작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나연 역으로 역대급 발암캐를 생성, 연기 변신을 꾀하며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기적인 태도와 삶에 대한 갈망으로 인해 표독스러웠던 나연은 전작의 캐릭터와는 정반대로, 단 두 작품을 통해 제 스펙트럼을 증명해 보인 셈. 넷플릭스의 딸로 등극한 이유미가 다음엔 어떤 오리지널 작품으로 돌아올지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사냥의 시간>
<지옥>

박정민│ <사냥의 시간>, <지옥>
 
이제훈과 더불어 <파수꾼> 윤성현 사단으로 불리는 박정민. 그는 <사냥의 시간>에서 도박장에서 일하는 준석(이제훈)의 친구 상수 역으로 출연했다. 도박장을 털려는 준석과 친구들의 계획에 일조하게 되며 범죄에 휘말리지만, 갑작스레 중반부부터 캐릭터가 휘발되어 버리면서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그때의 아쉬움을 털어버리고 싶었던 것일까.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자 넷플릭스와 함께 한 두 번째 작품 <지옥>에서 박정민은 신 스틸러로 존재감을 재입증해 내는데 성공했다. 새진리회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는 방송국 PD 배영재로 등장, 염세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로 만사에 툴툴대는 등 특유의 짜증 연기로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현실적인 직장인 반응으로 화제가 되기도. 놀라운 점은 대부분의 투덜거림이 애드리브였다는 사실. 박정민은 배영재가 대본에서 대사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캐릭터를 만들고자 말할 수 있을 때 계속 말했다라며 "구시렁거리는 것도 내가 거의 다 만든 애드리브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콜>
<모럴센스>

이엘 │<>, <모럴센스>, <야차>
 
이충현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에서 영숙(전종서)의 엄마로 등장해 극 초반 긴장감을 조성했던 배우 이엘. 영숙의 본성을 두려워하며 억압하는 의식을 치르는 등 이엘의 연기는 보통의 엄마와는 다른 섬뜩함을 보여주었다. 이후 이엘은 두 번째로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모럴센스> 통해 친근한 이미지로 시청자들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혔다. 지우(서현)가 자주 가는 단골 애견펍 사장 혜미 역으로, 지우의 고민을 들어주며 누구보다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인물이다. 동시에 데이트를 쉬지 않는, 매력적인 동네 언니 그 자체였다. 이제 이엘은 카리스마를 장착한 액션물로 돌아올 전망이다. 넷플릭스의 신작 <야차>에서 해외공작 전담 블랙팀의 선임요원 희원으로 출연, 생애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한다. 그는 액션 연기가 하고 싶어서 대본도 안 읽어보고 출연을 결심했다라며 외모와 성별도 지우고 총기 액션을 준비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화려한 액션 연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할 이엘의 새로운 매력을 <야차>에서 확인해 보시길.

<야차>

<좋아하면 울리는>
<스위트홈>

송강│<좋아하면 울리는>, <스위트홈> 
 
자타 공인 넷플릭스의 아들로 불리는 배우 송강. 넷플릭스 오리지널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인기 모델 황선오 역으로 국내외 팬들에게 주목받으며 괴물 신인으로 떠올랐다. 차기작 역시 넷플릭스였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응복 감독의 300억 대작 <스위트홈>에 주연 차현수 역으로 캐스팅, 고립된 그린홈 속 괴물과 인간 사이를 오고 가는 유일한 인물로서의 복잡한 심리를 출중히 소화해냈다.
넷플릭스에서 그의 작품이 스트리밍 되는 건 오리지널뿐만이 아니다. 앞선 두 작품 외에도 <나빌레라>, <알고 있지만,>,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까지 출연한 모든 차기작이 넷플릭스에서 방영됐다. 그리고 제작이 확정된 <스위트홈> 시즌 2도 촬영과 공개가 남았다. 또한 송강은 작품 외에도 최근 넷플릭스가 개최하는 글로벌 팬미팅의 첫 주자로 낙점되며 데뷔 이래 첫 단독 팬미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행보를 보이며 넷플릭스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굳건히 하였다.


<킹덤: 아신전>
<D.P.>

구교환│<킹덤: 아신전>, <D.P.>, <길복순>(예정)
 
2021년은 구교환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분량이 얼마나 되든 출연만 했다 하면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는 것이 구교환의 특기이니 그가 주목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지도 모른다.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를 통해 본격적으로 상업 작품들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그는 <킹덤: 아신전>으로 넷플릭스에 첫 입성을 하게 된다. 조선의 혼란을 틈타 북방 지역을 위협하는 파저위의 수장 아이다간 역을 맡았다. 아신(전지현)의 복수 대상이자 잔혹하고 용맹한 인물로 등장했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등장마다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간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과묵한 분위기의 구교환을 만나볼 수 있다.

<킹덤: 아신전> 공개와 한 달 차이로 <D.P.>가 연이어 시청자들을 찾았다. 구교환은 안준호(정해인)의 파트너로 탈영병을 체포해 오는 군탈체포조 ‘D.P.’의 조장 호랑이열정 한호열 역을 맡았다. 전작과는 반대로 능글 맞고 유쾌한 입담으로 작중 분위기를 환기 시켜주며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대세 행보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D.P.>의 성공으로 인해 지난해 12월 시즌 2 제작이 발표되며 복귀가 확정됐다. 그 외에도 변상현 감독의 신작 <길복순> 통해 전도연, 설경구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그는 길복순(전도연) 같은 M.K 소속으로 능력은 A급이지만 대표 차민규(설경구)에겐 어던 이유에선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킬러 한희성 역으로 출연한다.


<센스8>
<페르소나>
<킹덤>

배두나│<센스8>, <킹덤>, <페르소나-러브 세트><고요의 바다>, <리벨 문>(예정)
 
원조 넷플릭스 공무원배두나는 이제 한국 넷플릭스의 아이덴티티와도 같다. 워쇼스키 자매 감독의 <센스 8>에서 센세이트 박선역으로 해외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첫 넷플릭스에 진출한 그는 한국 최초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주역으로 캐스팅되며 독보적인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배두나는 <킹덤>과 같이 대중적인 작품들 외에도 <페르소나> <러브 세트>, <고요의 바다>처럼 옴니버스, SF와 같이 실험적인 작품들에 과감히 도전하며 제 영역을 넓혀갔다.
한국 넷플릭스의 대들보가 된 배두나의 차기작은 좀 더 글로벌하고 화려해질 전망이다. 찰리 허냄, 소피아 부텔라가 출연하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넷플릭스 신작 <리벨>에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리벨>은 은하계 가장자리의 평화로운 식민지를 위협하는 폭군 군대와 그에 맞서기 위해 싸울 전사들을 찾아내려는 젊은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배두나는 검을 능숙하게 다루는 캐릭터로 등장할 예정이다.

<고요의 바다>

<페르소나>
<사냥의 시간>

박해수 │<페르소나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사냥의 시간>,<오징어 게임>,  <야차>,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예정), <수리남>(예정)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 게임>의 주역 박해수는 떠오르는 넷플릭스 공무원이다. 그는 <페르소나>, <사냥의 시간>, <오징어 게임>, <야차> 총 네 작품에 출연했으며, 2022년에만 두 작품이 공개될 예정이다. 먼저 <페르소나> 중 임필성 감독이 연출한 <썩지 않게 아주 오래>에선 나쁜 여자 은(아이유)에게 빠져버린 평범한 남자 정우 역으로 출연해 아이유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사냥의 시간>에선 준석(이제훈)과 세 친구를 쫓는 미지의 추격자 한 역으로, <오징어 게임>에선 엘리트 금융인이었으나 선물 투자 실패로 60억의 빚을 지고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상우로 출연했다. 최근 공개된 <야차>에서는 블랙팀 특별 감찰을 위해 선양으로 향한 좌천된 검사 한지훈을 연기, 설경구와 호연을 펼쳤다.

<오징어 게임>
<야차>

2022년에만 벌써 한 작품이 공개된 박해수는 남은 상, 하반기에도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야차>에 이어 우리를 찾아올 작품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다. 넷플릭스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한국판 리메이크 작으로, 박해수는 강도단 현장의 리더 베를린을 연기한다. 그는 작년 12월 공개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홍보영상을 통해 베를린이라는 소중하고 놀라운 캐릭터를 연기하게 돼 배우로서 기쁘고 영광이다라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마지막으로 <범죄와의 전쟁>, <공작> 윤종빈 감독의 신작 시리즈 <수리남>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남미의 국가 수리남을 장악했던 한인 마약왕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시리즈 <수리남>에서 박해수는 마약왕 전요한(황정민) 잡으려는 국정원 미주지부 팀장 최창호로 분해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뽐낼 예정이다.

(왼쪽부터)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홍보영상, <수리남>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