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시티>

또 한 건 했다. 브래드 피트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디서? 4월 20일 개봉한 <로스트 시티>에서. 특별출연임에도 이번에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남긴 브래드 피트는 특별출연이나 카메오 때마다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순간을 선사하곤 한다. 그동안 그가 작품에 한몫 단단히 도움 준 특별출연 및 카메오 순간들을 모았다.

로스트 시티

감독 아론 니, 애덤 니

출연 산드라 블록, 채닝 테이텀, 다니엘 래드클리프

개봉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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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인 제니퍼 애니스톤이 출연하던 <프렌즈>

<프렌즈>

브래드 피트의 특별 출연 연대기 중 지금까지 회자되는 가장 유명한 사례는 시트콤 <프렌즈> 출연이다. <프렌즈>라는 드라마의 위상이 높은 데다, 당시 아내였던 제니퍼 애니스톤이 출연하고 있었으니 국민 작품에 슈퍼 스타 조합이 완성된 순간이다. 시즌 8 9화 <레이첼 증오 클럽>(The One with the Rumor)에 윌 콜버트로 출연한 브래드 피트는 학창시절 레이첼이 싫어서 거짓 소문까지 퍼트린 인물. 

겉보기엔 섹시함이 철철 흐르는 미남이지만 레이첼만 보면 비아냥거리며 건들거리는 모습이 밉상이 따로 없다. 알고 보면 레이첼을 좋아했기에 괴롭혔다는 비밀(?)을 품고 있다. 마치 이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던 사람마냥, 제니퍼 애니스톤에게 선넘는 장난을 쳐보고 싶었던 것마냥 능수능란한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일품이다. 당시 개봉을 앞둔 영화 <스파이 게임> 홍보를 위한 출연이었다는데, 덕분에 세기의 커플이었던 브래드 피트-제니퍼 애니스톤의 모습을 간직하게 됐으니 일석이조라 해도 좋을 듯.

배우 활동 초창기가 생각나는 장난스러운 연기들.

영화를 본 사람도 기억하기 쉽지 않은 <데드풀2>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최근 출연작 중 카메오로 역대급 웃음을 뽑아낸 작품은 <데드풀 2>. 몇몇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도 "??? 여기에 브래드 피트가 나왔다고요?" 할 만큼 알아보기 힘든 캐릭터로 출연한다. 바로 투명인간 배니셔. 영화에서 그의 얼굴이 나오는 건 배니셔가 감전을 당하는 몇 초가 끝이다. 귀가 밝은 관객이라면 목소리나 말투로 브래드 피트임을 짐작했겠지만, 감전 장면까지 놓친 관객이라면 나중에야 브래드 피트가 나왔단 사실에 감탄 아닌 감탄을 했을 터. 이 깜짝출연은 나름의 사연이 있는데, 원래 케이블 역을 제안받은 브래드 피트가 일정 문제로 참여할 수 없게 되자 깜짝 출연이라도 자처한 것. 라이언 레이놀즈가 이 투명인간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브래드 피트가 승낙하면서 <데드풀 2> 최고의 신스틸러 배니셔가 탄생했다. 

데드풀 2

감독 데이빗 레이치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조슈 브롤린, 재지 비츠, 모레나 바카린

개봉 20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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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하고 묵직한 여운을 남긴 <노예 12년>

배니셔처럼 웃음을 준 카메오가 있는가 하면, 묵직한 여운을 남긴 특별출연도 있다. <노예 12년>은 어느날 납치돼 노예로 12년을 살게 된 솔로몬 노섭의 실화를 다룬 영화. 흔히 말하는 '블랙 필름' 붐의 포문을 연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 플랜 B 엔터테인먼트의 전성기를 열기도 했다. 브래드 피트는 이 작품에서 솔로몬 노섭(추이텔 에지오포)과 함께 일하게 된 목수 배스로 출연한다. 

출연 분량은 많지 않으나 노섭의 조력자이자 변하고 있는 시대의 상징으로서 등장하기에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브래드 피트의 중후한 연기를 잊기 쉽지 않다. 제작에 참여한 작품에서 그나마 양심적인 백인으로 출연해서인지 비판도 있었는데, 브래드 피트는 이 역을 고집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더 큰 배역을 맡았으면 제작비 마련이 수월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피트는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한 앱스 역을 제안받았다가 거절했고, 그럼에도 이 역할까지 제안이 와서 수락한 것이다. 피트의 말을 믿든, 의심하든 이런 비판이 그가 영화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음을 증명하는 것 같다.

수상할 정도로 멋있는 목수이긴 했다.

이 정도면 특별출연 커플 아님?
맷 데이먼 & 브래드 피트

<컨페션>

아무래도 인맥이나 접점을 바탕으로 카메오나 특별출연이 성사되긴 하지만, 이 두 배우가 같이 카메오로 두 번이나 만난 건 참 재밌다. 브래드 피트와 맷 데이먼은 <컨페션>과 <해피 피트 2>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그것도 같은 장면에서. 그 인연은 <오션스> 시리즈인 것 같다. <컨페션>은 <오션스> 시리즈에서 함께 한 조지 클루니의 연출 데뷔작이다. 시리즈에서 주인공 일행을 모은 구심점 대니얼 오션으로 출연한 조지 클루니를 위해 피트와 데이먼은 5초도 안되는 분량에도 <컨페션>에 얼굴을 비췄다. 그야말로 대사사 한 줄 없고 그저 얼굴만 슥 나오는 단역이어서 예상못한 관객들은 헉 하고 놀라는 수밖에 없었다. 브래드 피트의 덥수룩한 수염과 맷 데이먼의 멀끔한 옆선이 특히 인상적이다.

<해피 피트 2>
크릴 새우 연기 중인 브래드 피트와 맷 데이먼

두 사람은 9년 후 <해피 피트 2>에서도 카메오로 만난다. 이번엔 그래도 대사가 있긴 한데, 캐릭터가 크릴 새우라는 것이 반전. 피트와 데이먼은 각각 크릴 새우 윌과 빌을 연기하며 감초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크릴 새우를 연기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도 재밌지만, 녹음 현장을 보면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다. 헤엄치는 크릴새우를 연기하느라 팔을 파닥이는 슈퍼스타들이라니, 귀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아참, 앞서 설명한 <데드풀 2> 또한 맷 데이먼이 출연했다. 케이블(조쉬 브롤린)에게 당하는 술꾼 아저씨로. 

<데드풀 2>의 맷 데이먼

고릴라 탈을 쓴 '또라이' 중 하나? <잭애스>

<잭애스>

이걸 실제로 본 사람은 정말 운이 엄청 좋은 사람일 것이다. 미친 놈들인줄 알았는데, 그중 한 명이 브래드 피트였다니. <잭애스>는 조니 녹스빌을 중심으로 뭉친 스턴트맨, 배우 그룹 '잭애스'가 남들이 안 할 법한 미친 짓을 하는 동명의 프로그램과 영화들을 가리킨다. 위험한 상상을 직접 하는 장면들을 보면 몰래카메라 정도는 그냥 평범한 장난처럼 느껴진다. 이들이 한 몰래카메라 중 하나가 고릴라 탈을 쓰고 거리를 누비는 것이다. 슈퍼도 가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장난도 치고, 스케이트 보드도 타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가도 이들의 장난에 화답하고 웃으며 함께 어울렸는데, 마지막에 고릴라들이 가면을 벗으면서 밝혀진 사실. 이들 중 한 명이 브래드 피트였던 것. 이 '미친 고릴라'들을 직관한 사람이라면 고릴라 피트를 만났다는 걸 평생 자랑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브래드 피트의 특별출연, 카메오 출연 작품들을 소개했다. 이 작품들 말고도 <존 말코비치 되기>나 여러 TV 쇼 출연에서 이뤄진 브래드 피트의 카메오 출연은 그의 스타성을 보장하듯 화제가 되고, 팬들에게 이야기거리를 안겨줬다. 이번 <로스트 시티>에서도 카메오 이상의 존재감을 남긴다는 후기가 자자하니 배우 브래드 피트가 그립다면 잠깐 시간을 내봐도 좋을 듯하다. 한동안 배우 활동 대신 제작자로 열일한 브래드 피트는 앞으로 <불릿 트레인>, <바빌론>을 선보일 예정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