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귀 한 번의 대가는 엄혹했다. 지난달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화제였던 것은 수상작도 수상자도 아닌, 당시 시상식을 진행하던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린 윌 스미스였다. 크리스 록 폭행 후 이어진 남우주연상 수상에서 그는 눈물로 사과하고, 시상식 직후에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들끓는 비판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그는 아카데미 회원에서 스스로 탈퇴했고,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윌 스미스에게 2022년 4월 8일부터 10년간 시상식의 참석 및 출연을 금지하는 징계를 내렸다. 이 여파로 곤란해진 것은 낙동강 오리알이 된 윌 스미스의 차기작들이 되었다. 제작과 공개를 앞두고 있던 그의 작품들은 줄줄이 개봉이 밀리고, 제작이 연기되며 적신호가 켜진 상황. 이번 폭행 사건이 아니었다면 곧 그의 얼굴을 만나볼 수 있었던, 하지만 이젠 볼 수 있는 가능성조차 미지수가 되어버린 작품들을 한 데 모아봤다. 


영화 <나쁜 녀석들4>
제작 중단
<나쁜 녀석들: 포에버>

1995년 개봉한 영화 <나쁜 녀석들>은 윌 스미스를 단번에 할리우드 스타 자리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영화 <나쁜 녀석들>은 미국 마이애미의 두 형사 마이크(윌 스미스)와 마커스(마틴 로렌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03년 <나쁜 녀석들2> 이후로 새로운 시리즈 소식이 없다가 무려 17년만인 지난 2020년 세번째 이야기인 <나쁜 녀석들: 포에버>가 개봉했고 작품은 흥행에 성공했다. 3편을 마지막으로 끝날 줄 알았던 시리즈는 소니 픽처스에서 <나쁜 녀석들4> 제작을 확정짓고, <나쁜 녀석들: 포에버>의 각본을 맡았던 크리스 브렘너가 4편에서도 각본가로 참여한다고 밝히며 계속 되는 줄만 알았다. 오스카 시상식 이전에 윌 스미스는 <나쁜 녀석들4>의 대본을 받았다고도 알려졌으나, 폭행 사건 이후 현재는 제작이 중단된 상태라고.

넷플릭스 시리즈 <패스트 앤 루즈>
제작 연기

넷플릭스 시리즈 <패스트 앤 루즈>(Fast and Loose)는 기억을 잃어버린 범죄조직 두목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액션 영화다. 윌 스미스 폭행 사건 전에 당초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예정이었다. 데이빗 레이치 감독은 영화 <존 윅>, <데드풀2>, <분노의 질주: 홉스&쇼> 등을 연출해온, 액션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하지만 그는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은 영화 <폴 가이>의 연출을 맡게 되었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패스트 앤 루즈> 감독직에서 하차하게 된다. 이후 넷플릭스는 새로운 감독을 찾기 시작했으나 마침 윌 스미스가 오스카 시상식에서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제작을 미루고 있다. 넷플릭스가 새로운 감독과 함께 주연 배우를 물색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라고 밝혔는데, 어찌되었든 작품의 제작이 후순위로 밀린 것은 분명해보인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
제작 불투명
<나는 전설이다>

2007년 개봉했던 영화 <나는 전설이다>는 리처드 매드슨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전 인류가 멸망하고 과학자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만이 살아남은 2012년, 그는 자신 이외의 또 다른 생존자를 찾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매일 같이 방송을 하고, 마침내 생존자를 찾아내지만 그들은 더 이상 그가 아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좀비 아포칼립스를 소재로 한 영화 <나는 전설이다>는 개봉 당시 흥행에 성공했고, 이에 힘입어 속편 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바로 얼마 전인 지난 3월 초, 15년 만에 속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윌 스미스와 함께 영화 <블랙 팬서>에서 킬몽거 역할로 출연해 활약했던 배우 마이클 B. 조던 캐스팅까지 확정되었던 상황. 현재 이렇다 할 소식이 알려진 것은 없지만, 오스카 시상식 이후로 이 작품 또한 제작이 불투명해지며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애플TV+ 드라마 <해방>
공개일 미정

애플 스튜디오가 제작 및 투자에 나선 드라마 <해방>(Emancipation)은 촬영부터 말이 많았던  작품이다. 지난 6월 <해방>은 조지아주에서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논란이 되었던 투표법 개정으로 인해 루이지애나주로 촬영지를 변경하며 첫 촬영이 취소된 바 있다. 또 제작진들이 코로나19의 양성 판정을 받으며 일주일가량 영화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친 <해방>은 지난달 윌 스미스로 인해 가장 큰 난관을 맞이하게 되었다. 안톤 후쿠아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 <해방>은 1863년을 배경으로 남부의 농장에서 탈출한 후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북부군에 입대했던 인물 피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윌 스미스가 극중 피터를 연기했다. 올해 공개를 목표로 후반 작업 중이었던 <해방>은 일각에서 내년 아카데미 수상을 노려볼 만큼 작품성 있는 드라마로 점쳐지고 있었는데, 현재 애플은 해당 작품이 공개될 공식적인 날짜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 영화 <브라이트2>
제작 취소
<브라이트>

지난 2017년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 <브라이트>는 <퓨리>와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작품이다. <브라이트>는 인간 경찰 워드(윌 스미스)와 오크 경찰 자코비(조엘 에저튼)가 순찰 중 우연히 어둠의 세계를 발견한 후 세상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판타지 액션 영화다. 영화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던 당일 무려 천만여 명이 동시 시청하며 속편 제작에 청신호가 켜졌고, 두 주연 배우 윌 스미스와 조엘 에저튼이 모두 재출연을 확정하며 무난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물론 중간에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에서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으로 감독이 교체된 일이 한 번 있긴 했다. 그러나 얼마 전 <브라이트2>의 제작이 취소되었다고 밝혔는데, 다만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이번 윌 스미스의 폭행 사건과는 무관한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폴 투 폴>
제작 연기

월트디즈니컴퍼니 채널 중 하나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폴 투 폴>(Pole to Pole)도 제작이 연기되었다. 윌 스미스가 북극과 남극을 방문하는 모습을 담을 계획이었던 이 작품은 일정대로라면 5월 초 즈음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작품의 제작을 오는 가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고. 그뿐만 아니라 윌 스미스가 직접 쓴 자서전 <윌>(Will)도 영화로 제작될 계획에 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애플+는 전기 영화 입찰 경쟁에서 빠지기로 하며, 윌 스미스의 첫 전기 영화가 제작 무산 위기에 처해졌다. 


나우무비 에디터 박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