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김민하 이민호 주연의 애플+ 드라마 <파친코>의 첫 번째 시즌이 모두 공개됐다. 때맞춰 두 번째 시즌이 제작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파친코>의 시즌 1을 성공으로 이끈 이들을 소개한다.


원작
이민진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 <파친코>

이민진은 7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자라 학부 졸업 후 사내변호사로 일했다. 3년 차였던 1995년 과한 업무와 오랫동안 앓아온 간질환으로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예일대 재학 시절 관심 가졌던 글쓰기에 매진했다. 단편소설들이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한 데 이어, 일본에 살기 시작한 2007년 첫 장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이 발간돼 여러 매체가 그해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꼽았다. 10년 후 발표한 두 번째 장편 <파친코>는 <뉴욕타임즈> <가디언> <BBC> <워싱턴 포스트> 등 유력 매체들의 극찬을 받아 2017년 '전미도서상' 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그 이듬해 애플이 판권을 구입했다. 두 장편소설 모두 한국에 번역 출간됐(지만 현재 절판 상태)다. 소설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에 에세이나 리뷰 등을 기고한 바 있다.


감독
코고나다

<콜럼버스> / <애프터 양>

드라마 <파친코>의 연출은 한국계 미국인 감독 코고나다와 저스틴 전이 나누어 담당했다. 에피소드 1,2,3,7은 코고나다, 에피소드 4,5,6,8은 저스틴 전의 몫. 일본 최고의 감독 오즈 야스지로와 수많은 걸작을 만든 시나리오 작가 코고 노다의 이름을 빌린 코고나다는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영상을 활용한 비디오 에세이로 주목 받기 시작해 주로 거장 영화감독들의 작품 세계를 분석하는 에세이를 꾸준히 만들어오다가, 2017년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를 캐스팅 한 장편 극영화 <콜럼버스>를 발표했다. 오즈 야스지로의 <초여름>(1951)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는 건축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두 주인공을 차분하고 섬세한 이미지로 담아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파친코>를 작업하기 한해 전인 2019년 촬영한 두 번째 장편 <애프터 양>은 사적인 기억을 품고 있는 A.I를 소재로 인간을 성찰하는 작품. 작년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지난 3월 미국에서 개봉됐고, 한국에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후 상반기 중 개봉할 예정이다.


감독
저스틴 전

<파친코>를 꼼꼼이 본 이들이라면 세 번째 에피소드와 네 번째 에피소드 사이에 연출이 확 다르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대장정을 시작하면서 선자가 어른이 되기 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초반부는 코고나다 특유의 느릿느릿 섬세한 리듬으로 펼쳐진다면, 선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품고 이삭의 아내가 되는 에피소드 4부터는 인물들의 격렬한 감정에 걸맞는 텐션이 돋보인다. 저스틴 전은 배우로 먼저 데뷔 했다. 2005년 연기를 시작한 그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에릭 역으로 얼굴을 알렸고, 간간이 감독으로서 단편 작업을 하다 2015년 첫 장편 <맨 업>을 발표했다. 1992년 LA 폭동의 첫 날을 재현한 <국>(2017)과 어머니에게 버림 받고 아버지 슬하에 자란 코리아타운의 남매를 그린 <미세스 퍼플>(2019) 등을 부지런히 만든 후, 직접 주연을 맡아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호흡을 맞춘 <푸른 호수>(2021)가 작년 칸 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돼 한국에서도 개봉된 바 있다.


총괄 제작/각본
수 휴

<더 위스퍼스>

<파친코>를 이끄는 쇼러너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 휴다. 2011년 '넷플릭스' 드라마 <더 킬링>으로 처음 TV시리즈 작업을 시작해 'ABC' 드라마 <더 리버>와 <제로 아워>에 참여하고, 스티븐 킹의 소설을 각색한 <언더 더 돔>부터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레이 브레버리의 단편 소설을 느슨하게 옮긴 <더 위스퍼스>, 루카 구아다니노의 시나리오 파트너로 잘 알려진 데이비드 카이가니치와 각본을 분담한 <더 테러>를 거치며 미국 드라마 업계에서 한국계 프로듀서/작가로 넓힌 그는 애플이 판권을 구입한 <파친코>를 전두지휘 하게 됐다. 수 휴는 <파친코>의 모든 에피소드의 각본까지 직접 썼는데, 홀로 작업한 첫 편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 개 에피소드는 정한솔, E.J 고, 프랭클린 진 로 등 한국계 작가를 비롯한 여러 작가들과 함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촬영
플로리안 호프마이스터
앤티 쳉

<조용한 열정>

<연출을 두 감독이 나눠 맡은 것처럼 촬영감독 또한 두 사람이 기용됐다. 코고나다의 파트는 독일 출신의 플로리안 호프마이스터, 저스틴 전의 파트는 대만 출신의 앤티 쳉이 카메라를 관장했다. 전작을 함께 한 이와 그대로 작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파친코>의 경우는 반은 맞고 반은 다르다. 앤티 쳉은 저스틴 전의 두 번째 연출작 <국>부터 꾸준히 협업해오고 있는 촬영감독이라면, 영국의 거장 테렌스 데이비스의 <더 딥 블루 씨> <조용한 열정>을 찍은 플로리안 호프마이스터는 <파친코>가 (두 전작을 각자 다른 촬영감독과 만든) 코고나다와의 첫 작업이었다. 오히려 호프마이스터와의 연은 코고나다가 아닌 쇼러너 수 휴와 이어져 있다. 수 휴가 프로듀서/작가로 활약한 드라마 <더 테러>의 촬영을 호프마이스터가 맡았다.


음악
니코 뮬리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한국어가 대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친코>를 보면서 "역시 한국 드라마 같지 않다"고 깨닫게 되는 이유 중 하나, 바로 니코 뮬리가 만든 음악이다. 인물들이 통과하는 질곡의 세월을 수식하는 현악과 피아노의 선율은 단순히 슬픔에만 매몰시키지 않는다. 뮬리는 줄리어드 음대 대학원 시절부터 다양한 악기군의 클래식 곡들을 발표하고 필립 글래스와 비요크와 작업하면서 기대주로 떠올라, 클래식과 인디 록 신을 아우르는 폭넓은 행보를 선보였다. <디 아워스>(2002)의 스코어 코디네이터로 처음 영화음악 작업을 시작해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2008), <마가렛>(2011), <킬 유어 달링>(2013) 등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작업해왔다. <파친코>는 <마가렛>의 감독 케네스 로너건이 각본을 쓴 <하워즈 엔드> 이후 4년 만에 작업한 드라마 음악이다.


주제가
그래스 루츠
이날치

<파친코>의 오프닝 시퀀스는 쾌활하다. 형형색색 빛나는 파친코장에서 인물들이 어두운 기색 하나 없이 가볍게 춤추는 모습이 담겼다. 배경음악은 60년대 중반 데뷔한 미국 록 밴드 그래스 루츠의 'Let's Live for Today'. 1967년 여름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의 타이틀곡인 이 노래는 사실 한해 전 영국 밴드 로크스가 이탈리아어로 발표한 'Piangi con me'를 리메이크 한 것이다. 원제의 뜻은 "나와 함께 울어요"인데, 그래스 루츠 버전의 제목은 "오늘을 위해 살아요"로 바뀐 게 흥미롭다. 'Let's Live for Today'는 그래스 루츠를 처음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르게 했고, 현재는 60년대 미국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올드팝 레퍼토리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파친코>의 휘날레인 여덟 번째 에피소드는 한국 밴드 이날치가 리메이크 한 'Let's Live for Today'가 사용됐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