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NG <괴이> 캐릭터 포스터

영화계에서 연상호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확실한 건 그만의 독보적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드라마 <괴이>에 도달한 그는 영화 연출에만 만족하지 않고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며 저만의 세계관을 증축해나가고 있다. 지난 429, 티빙을 통해 공개된 <괴이><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류용재 작가와 공동으로 집필한 신작으로 땅속에 잠들어있던 저주받은 불상이 깨어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장르 드라마다. 연출을 맡지는 않았지만 넷플릭스 <지옥>에 이어 약 반년 만에 새 작품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 사이 티빙에서는 <돼지의 왕>이 실사 시리즈 드라마로 제작되기까지 했다. 바로 지금 영화, 드라마계에서 가장 바쁜 감독이자 각본가일 연상호. 일명 연니버스 불리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 세계관을 되짚어보자.

<괴이> 연상호 감독과 출연 배우들

<돼지의 왕>
<돼지의 왕>

<돼지의 왕> 
감독, 각본 │연상호 
출연│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돼지의 왕>연상호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염세적인’, ‘사회 부조리와 같은 키워드들의 시작점이다. 2011년 개봉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최초의 잔혹 스릴러라는 타이틀을 자랑한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10대 청소년들의 계급사회를 고발함으로써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파격적인 수위로 애니메이션계의 불문율을 깼다. 폭력에 쉽게 노출된 아이들과 사회가 숨기려 했던 청소년들의 잔혹함,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성인들의 이야기가 가감 없는 작화와 반전 어린 스토리로 짜임새 있게 구성된 수작이다. 2012년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됐다. 최근 플랫폼 티빙’에서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을 주연으로 드라마화가 이루어졌다. 원작과는 소소하게 설정을 달리하고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탄탄한 스토리는 원작 못지 않다. 무엇보다 핵심 인물인 김철역을 맡은 아역 배우 최현진의 서늘한 연기가 인상 깊게 남는다. 애니메이션을 능가하는 고어 수준의 잔인한 장면들이 있으니 관람 시 주의하시길.

TVING <돼지의 왕>
돼지의 왕

감독 연상호

출연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김꽃비

개봉 201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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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사이비>

<사이비>
감독, 각본│연상호
출연│양익준, 오정세, 권해효, 박희본, 황석정

연상호의 작품은 사회의 부조리를 날것으로 보여줌으로써 생동감을 얻는다. <돼지의 왕>에 이은 두 번째 작품 <사이비>에서 그 색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수몰 예정지역인 마을에 교회가 새로 들어오게 되고 기적을 빙자해 사람들의 보상금을 노리는 장로와 그를 돕는 목사, 그리고 이들이 정체를 알고 있는 주정뱅이 폭군 민철의 이야기를 그렸다. 사이비 종교가 으레 그렇듯, 장로와 목사는 마을 사람들의 어두운 개인사를 건드려 믿음을 맹목적으로 만든다. 유일하게 정체를 알고 고발하려는 민철은 마을 사람들에게 그저 딸의 등록금을 노름으로 탕진한 못난 아빠이자 폭력적인 인간일 뿐이다. 그런 민철의 외침엔 아무런 힘도 없다. 사이비에 빠져버린 자신의 가정조차 돌보지 못할 정도로. <사이비>는 마을 공동체에 기생하게 된 사이비 종교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무력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서늘하게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2013년 제46회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상, 한국독립영화협회 올해의 독립영화상을 수상하며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연상호라는 장르를 새겨 넣었다.

사이비

감독 연상호

출연 양익준, 오정세, 권해효, 박희본

개봉 201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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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부산행>, <서울역>, <반도>
감독│연상호
각본│연상호

본격적인 연니버스 시작. 연상호 감독의 출세작 <부산행> 트릴로지는 한국 장르 영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K-좀비물의 흥행탄을 쏘아 올린 <부산행>KTX라는 한정된 공간과 스피드함을 영리하게 사용해 색다른 스릴감을 자아내며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부산행> 개봉으로부터 한 달 뒤, 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와 <부산행> 프리퀄 <서울역>을 공개했다. 좀비가 창궐한 한국, 가출 소녀 혜선(심은경)과 그녀를 찾으려는 남자친구(이준), 아버지(류승룡)의 이야기를 그렸다.

<서울역>

<부산행>이 좀비를 활용한 스펙터클한 긴장감과 대중들을 겨냥한 신파적 요소로 버무린 오락성 영화라면 <서울역>은 결을 달리한다.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답게 사회 비판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초기작들과 유사한 편이다. 현실적인 사회의 풍경과 충격적인 전개로 씁쓸한 사회의 이면을 폭로한다. 4년 만에 나온 시퀄 <반도><부산행>에 조금 더 가깝다. 다분히 오락적인 면이 짙고, 카 체이싱을 비롯한 액션이 주를 이룬다. <반도>는 신파와 헐거운 개연성 등으로 아쉬운 평가를 받으며 최종 스코어 380만에서 멈춰야 했다.

<반도>

tvN <방법>
tvN <방법>

<방법>, <방법: 재차의>
감독│김용완
각본│연상호
출연│엄지원, 정지소 등

영화를 주된 무대 삼아 활동해온 연상호 감독의 첫 드라마 집필작 <방법>. 무당의 딸로 태어나 저주의 살을 날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10대 방법사 소진(정지소)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 진희(엄지원)가 권력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의 존재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 물이다. 장르물의 귀재답게 무속신앙을 소재로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해 내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회차가 지속될수록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하며 최종회가 1회 대비 약 3배 높은 6.7%를 찍었다. 호평 속에 후속작 논의가 이어졌고, 연상호 감독은 드라마 연출을 한 김용완 감독과 손을 잡고 영화로 넘어와 스핀오프작 <방법: 재차의>를 내놓았다. 정지소, 엄지원 등 드라마의 주요 인물들이 재출연했으며 토속신앙에 동남아시아 주술, 좀비를 섞어 세계관을 확장 시킨 것이 특징이다. 시즌 2가 제작된다면 또 다른 스핀오프작 <괴이>를 묶어(<방법>에 등장했던 귀불이 <괴이>의 주요 소재다) ‘방법 유니버스가 탄생할 수 있을 지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방법: 재차의>
<방법: 재차의>
방법

연출 김용완

출연 엄지원, 성동일, 조민수, 정지소, 정문성, 김민재, 김인권, 고규필, 이중옥, 차미경, 김주아, 최병모, 오유진

방송 2020,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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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 재차의

감독 김용완

출연 엄지원, 정지소

개봉 202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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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지옥>

<지옥>, <지옥 - 두개의 삶>
감독│연상호
각본│연상호

연상호 감독의 첫 OTT 진출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그의 초기작을 좋아하는 팬들에겐 뜻깊은 작품이다. 연상호X최규석 작가가 2019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알려져 있으나, 그 기원엔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지옥 - 두개의 삶>이 있다. <지옥 - 두 개의 삶>은 연상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이자 졸업작) <지옥><지옥 Part2>를 엮어 만든 34분짜리 단편 영화다. 지옥에 떨어질 거라는 선고를 받은 한 남자와 천국에 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여자의 얘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넷플릭스 <지옥>

넷플릭스 <지옥>은 어느 날부터 미지의 존재가 나타나 지옥행을 선고하고, 반드시 그 시간에 나타난 사자들이 인간의 죽음을 시연한다는 원작의 설정을 가져와 장편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혼란이 야기된 세상을 선동하는 신흥 종교단체 새진리회 화살촉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추가됐다. 광기에 사로잡힌 인간들과 판단력을 잃어가는 사회, 이는 연상호의 세계관에서 익숙한 소재다. 그 때문일까. <지옥>은 부산국제영화제 첫 상영 당시 사회에 대한 예리한 시선과 염세적인 태도로 “<돼지의 왕>, <사이비> 연상호 감독이 돌아왔다 평을 들으며 기대감을 증폭 시킨 바 있다. 공개 이후 <오징어 게임>에 이어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아쉽게도 시즌 2에 대한 소식은 아직 미정이다. 연상호 감독은 시즌 2보다는 웹툰으로 먼저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규석 작가와 이후 이야기를 만화로 작업하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쯤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화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후속 계획을 밝혔다.

지옥 - 두개의 삶

감독 연상호

출연 김병철

개봉 200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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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작 <정이>
감독│연상호
출연│강수연, 김현주, 류경수
 
<지옥> 시즌 2는 멀었지만 소처럼 일하는 연상호답게 남은 2022년에도 그의 또 다른 세계관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두 번째 작품 <정이>가 공개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 <정이>는 근미래 사회를 그린 SF 물로 연상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기후변화로 살기 힘들어진 22세기 지구, 인간들이 만들어 낸 피난처에서 내전이 일어나고 뇌 복제 기술로 승리의 열쇠가 된 전설의 용병 정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험으로 복제인간이 되어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정이는 배우 김현주가, 뇌 복제 기술과 AI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 팀장 서현역은 강수연이 맡았다. <지옥>에 이어 김현주와 차기작으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될 류경수는 연합군의 승리를 위해 뇌 복제 실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연구소 소장 상훈역으로 출연한다.

이미지 준비중
정이

감독 연상호

출연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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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루카